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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 직전’ 여자배구에 호흡기 달러 ‘언니’가 돌아왔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김연경, 7억원 최고 대우로 흥국생명 복귀 확정… V리그 흥행 메이커로
■ FA 자격 취득 후 행로에 벌써 관심, 국가대표 복귀로 유종의 미 거둘까


▎한국 여자배구의 ‘리빙 레전드’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온다. 사실상 현역 인생을 한국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2022년 6월 21일 한국 여자배구계에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못지않은 초대형 호재가 발생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4)이 국내 무대 전격 복귀를 확정한 것이다. 김연경은 이날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의 조건으로 현행 V리그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 안에서 특정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한도 액수다.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여자배구의 시장 사이즈와 샐러리캡 제도의 제약 속에서 김연경은 월드클래스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이 탓에 시대와의 불화를 거듭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흥국생명과 이적을 놓고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FA 자격 취득까지 2시즌을 남겨놓고 김연경은 흥국생명을 떠나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에서 뛰었다.

이후 김연경은 2020~21시즌 흥국생명으로 1차 복귀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같은 팀이었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의 학폭 문제가 불거지며 전력 밸런스가 무너진 탓에 V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에서는 ‘세계 4강’이라는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후 김연경은 중국 상하이에서 2021~22시즌을 보낸 뒤,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했다. 그리고 애증의 관계인 흥국생명의 구애를 받아들여 2차 복귀를 선택했다. 1차 복귀 때와 달리 껄끄러운 관계였던 쌍둥이가 팀에 없고, 권순찬 감독으로 바뀌며 팀 분위기도 변했다. ‘김연경 중심’으로 팀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김연경은 “새로 이전한 홈코트인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흥국생명의 고유 컬러인)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동료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배구를 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여자배구는 김연경 중심으로 돌아간다


▎2021년 도쿄올림픽은 김연경 배구 인생의 ‘라스트 댄스’였다. 한·일전 승리 직후 김연경을 중심으로 대표팀 선수들이 감격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구계는 벌써 2022~23시즌을 마친 후 김연경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뛴다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김연경이 굳이 한국 행을 택한 데에는 ‘FA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다. 다가오는 시즌을 마치면 김연경은 팀을 골라서 이적할 수 있다. 존재 자체가 V리그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김연경은 모든 팀이 군침을 흘릴 대상이다. 특히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이 절실하다. 이 팀의 김형실 감독은 김연경의 은사로 지금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연경의 복귀로 위기에 빠진 여자배구계는 활로를 열 수 있게 됐다. 김연경, 양효진 등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연전연패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 “김연경만 없으면 아시아에서도 3류”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일본 여자배구와 비교해도 몸값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제경쟁력의 퇴보는 국내리그의 흥행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연경이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다. 가뜩이나 흥국생명의 전력이 최약체권이라 김연경의 가세로 리그의 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연경과 외국인선수 옐레나의 쌍포가 제대로 터지면 단숨에 V리그 최강 현대건설을 위협할 수 있는 전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연경은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 시점이다. 익명의 배구 전문가는 “냉정히 말해서 이미 몇 년 전부터 김연경의 기량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다”며 “아직 가치가 떨어지지 않은 몸 상태에서 한국 복귀를 선택한 것은 현실적 판단”이라고 바라봤다. 아울러 이미 은퇴를 선언했지만, 김연경의 국가대표 복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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