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경찰 인사 외부 유출 초래한 수뇌부 질책
■ 김창룡 청장은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사퇴 일축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경찰을 압박하는 발언을 꺼냈다. 연합뉴스

경찰청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를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7시쯤 28명 규모의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 30분쯤 28명 가운데 7명의 보직이 바뀐 채 다시 발표돼 논란을 불러왔다.

치안감 최종 인사안은 통상 경찰·행정안전부·대통령실 3자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에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비판한 이유는 경찰이 행안부·대통령실을 사실상 ‘패싱’하고 자체 인사안을 발표했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룡 사퇴설에 구심력 떨어져” 경찰 내 불안감 증폭

▎김창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출근하며 사퇴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지적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김 청장 사퇴설까지 나오게 된 상황인지라 구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의 메시지가 경찰 수장에게 책임지라는 뜻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는 질문에 “출근길에 대통령이 길게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상세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책임론에 휩싸인 김 청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23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청장은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에 연연해서 청장의 업무를,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거취와 관련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김 청장의 거취 문제를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뭐 이제 (경찰청장)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밝혔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