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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시장경제 역주행 

 

김영준 기자
■ 부동산 ‘영끌’과 주식·코인 투자 실패를 정부가 완화해주는 정책 발표로 논란 초래
■ 윤석열 대통령 경제철학 자유시장경제가 현실과 괴리, 지지층 혼란 속 지지율 하락


▎취임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정체성 논쟁에 휘말린 상태다. 연합뉴스
# 보건복지부는 28일 “오는 9월부터 무주택자나 1주택자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주택금융대출 일부를 건강보험료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상이 되는 주택은 공시가격 5억원 이하 혹은 전·월세 보증금 5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 74만 세대가 월평균 2만2000원 정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보건복지부는 추산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주로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해당된다.

# 같은 날,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 절차에서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로 잃은 돈은 변제금에서 제외하는” 법원 실무준칙을 제정했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준칙은 한마디로 투자 실패로 회생을 신청한 개인이 갚아야 할 빚을 감면해주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조치들이 나온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민의 빚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겠다는 ‘선의’가 깔려 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정부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한 것으로 나오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가상승 등의 요인이 지지율을 깎아 먹은 만큼 ‘감세’를 통해 만회해보겠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건강보험 감면은 일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투자 변제금 감면은 일부 2030 남성층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간다.

尹 정부도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나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투자 손실 위험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를 줄여주는 것이 시장경제 원칙에 맞느냐는 의견이 비등하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온라인상에서는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역풍의 진원지는 ‘이러라고 윤석열을 뽑아준 것이 아니라’는 지지층이다. 이들의 비판 논리는 한마디로 “부동산 ‘영끌’이든, 주식·코인 빚 내서 ‘몰빵’이든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데 있다. 그 액수의 크고 작음이나 저마다의 사정을 떠나서 국가가 개인의 투자 실패를 일부 보완해주는 정책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원칙과 배치된다는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밀턴 프리드먼을 경제 정책의 뿌리로 두고 있다고 홍보했다.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는 윤 대통령의 경제 교과서 같은 지위를 점하고 있다. 통화주의 경제학자이자 신자유주의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인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취임 후 윤 대통령은 치명적 인플레이션이 예고됐음에도, 사상 최대인 62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인플레가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올라간 인건비가 다시 인플레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며, 민간의 영역인 대기업 임금까지 관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면서 정작 전기료와 가스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금리와 물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지만,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윤 정부 역시 단기 지지율과 중장기 경제성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제한적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부동산 영끌과 투자 실패 책임마저 덜어주는 정책이 등장하며 ‘공정’을 중시하는 지지층의 반발마저 초래하고 있다.

- 김영준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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