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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내렸는데 기름값 그대로, 이유 있었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유류세 182원 인하에 휘발유 평균 하락 폭 69원 그쳐
■ 정유사 복합정제마진은 유류세 인하 전보다 6배 늘어
■ 용혜인 의원, “정유사 이익 제한해 인하 취지 살려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이 2000원 위를 맴돌면서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대 37% 유류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연일 치솟는 기름값을 안정시키려고 정부가 단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유사가 거둔 정제마진은 최고 6배나 늘어났다. 6월 2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의 유류세 감면 효과 분석 결과다.


정부는 기름값 급등에 대응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지난 5월 1일부터 추가로 10%를 더해 총 30%를 감면해왔다. 하지만 기름값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법정 최대폭인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하는 조치를 꺼내 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감면한 유류세는 리터당 휘발유 182원, 경유 128.6원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격에 반영된 인하 효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용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주유소 소매가 기준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69.1원 내렸다. 세금 인하액(182원)의 38%에 불과하다. 경유의 경우 52.9원 하락해 세금인하액(128.6원)의 41.1%에 그쳤다.

세금을 낮춰도 실제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용 의원은 시장이 유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시장 구조를 근본적 원인으로 꼽았다. 과점적 지위로 가격결정력을 가진 정유사들이 더 높은 마진을 반영해 대응하더라도 석유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이후 정유사의 마진이 늘어난 점은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 후 6월 2주까지 리터당 정유사의 명목마진(정유사 세전 공급가에서 싱가포르 현물가를 뺀 차익)은 이전 같은 기간보다 휘발유 22.1원, 경유 20.4원 늘었다.

“유류세 인하 대신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해야”


▎유류세 인하 전후 정유사 리터당 평균마진 변동 추이. 자료: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실
원유가격 대비 세전 공급가의 차이도 유류세 인하 전보다 더 벌어졌다. 6월 2조까지 리터당 두바이유 가격과 휘발유 세전 공급가의 차이는 270.7원으로, 직전 같은 기간보다 93.5원 올랐다. 경유 상승 폭은 더 커서 164원에 달한다. 용 의원은 “정유사들이 원유가격의 상승 수준보다 더 높은 마진을 공급가에 책정함으로써 유류세 인하의 상당 부분을 높은 마진으로 회수하고 시중 가격 인하 효과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크게 늘었다. 정제마진의 대략적인 추이를 보여주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변동 추이를 보면 2021년 11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5월 배럴당 27달러에 육박했다. 11월 대비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정유 4사(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2조원, 올해 1분기 4조2000억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2분기도 1분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 의원은 “주무부처인 산자부나 기재부 모두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효과가 불명확한데 무슨 자신감으로 유류세 인하만 내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유류세 추가 인하보다 정유사의 일시적 초과이익에 과세하는 ‘횡재세(windfall tax)’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금인하에 따른 혜택이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된다는 게 용 의원의 지적이다. 또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안전운임제 확대 등 유가보조금 합리화에 유류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IMF(국제통화기금)도 6월에 펴낸 보고서(Fiscal Policy for Mitigating the Social Impact of High Energy and Food Prices)를 통해 “유류세 인하를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유류세 인하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심화라는 외부 효과 부담을 면제시키고, 시장 왜곡을 야기해 효율적 자원 이용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차라리 유류세 세수를 통해 국민에게 지원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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