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안개 

헤어지자는 말은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요? 

김륭

▎안개에 갇힌 울릉도 성인봉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걷다보면 내가 없습니다.
자주 울고 싶습니다. 하늘과 땅이 만날 때마다 몰래 주워온
안개를 털어내듯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 살아있어, 라는 중얼거림을
이름 없이 날려 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나를 안개에 젖은 짐승처럼 가만히 쓰다듬어줍니다.

그렇습니다. 뭔가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누구나 미친 능력 하나쯤을 섬의 안개처럼 쥐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구름을 모으는 사람, 내가 나를 바짝 말릴까봐
속옷을 울리는 사람, 어쩌면 당신 또한
그럴 거라고

쓸쓸하게, 안개에 갇힌 섬에 앉아 지워진 발자국을 퍼 올리듯
밑도 끝도 없이 지금 여기가 내가 묻혀있는 곳이라고

울컥, 목에 걸렸던 사람들이 울릉도 성인봉 가득
자욱하게 몸 부려놓았습니다.

※ 김륭 -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조선대학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3년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2014년 제9회 지리산문학상, 2020년 제5회 동주문학상 받음.

202208호 (2022.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