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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평양리포트] 핵실험 카드 넣고 외교라인 교체한 북한의 대외 전략 

남한과는 기 싸움, 미국과는 비핵화 협상 노린 강온 포석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최선희 외무상 발탁해 대남·대미 채널 쇄신
尹 정부 압박, 국제 제재 키 쥔 대미 협상력 강화 노린 ‘화전 양면술’


▎6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에 리선권(왼쪽) 전 외무상을, 대미 외교를 맡는 외무상에 최선희(오른쪽) 제1부상을 승진 임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각료 인사는 남한과 천양지차다. 국회 검증 과정인 청문회는 없고 최고지도자가 결정해서 발표하면 끝이다. 관제 언론인 [노동신문]은 결정을 보도할 뿐이다. 10대 소년단 시절부터 인사 카드가 관리되는 북한의 국장급 이상 보직자는 2만여 명이다. 이들이 북한 고위층 인재풀이다. 전체 인구 2500여만 명 중에서 0.0008%다. 북한 체제의 성골 귀족층으로 핵심, 동요, 적대의 3대 계층 51개 성분 중에서 최상위에 있다.

핵심 계층은 부모의 출신 성분에서 비롯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셈이다. 대략 10%로 추정되는 250만 명이 노동당원이다. 이들이 북한 체제를 작동시키는 핵심 계층이다. 군부의 장성, 각급 기관의 도 단위 책임자, 내각의 국장급 등 2만여 명이 각료로 발탁될 수 있는 후보군이다.

북한 주민의 삶은 소년단 가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0대들이 가입하는 북한 소년단은 지난 1946년 창립됐다. 기성 권력층으로 진입하는 첫 단계다. 모든 북한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통상 11세쯤 소년단에 들어간 날이다. 청색 제복에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노란 견장을 한 소년단원들은 주변에서 선물을 받으며 사회주의 체제에 편입된 것에 흥분한다. 아이들은 주체적인 공산주의 인간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최종 목표는 노동당 가입이다. 열렬한 공산주의자로 자라기 위한 파종 단계다. 소년단 가입 전후의 차이는 조직생활의 시작이다. 개인이 사회주의 체제의 조직원으로 편입된다.

2015년 러시아 영화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평양에서 제작한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는 ‘진미’라는 소녀가 소년단에 입단해 태양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앞서 2004년 영국의 다니엘 고든 감독은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두 소녀를 8개월간 밀착 취재해서 [어떤 나라(A State of Mind)]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현선이와 성연이라는 소녀가 소년단에 가입하고 집단체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하나를 위해’라는 구호에 몰입하는 장면을 그렸다.

소년단원이 10대 후반 청소년이 되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 가입시켜 본격적으로 충성심과 자질을 검증한다. 당국은 이런 성장기를 거쳐 고위직에 포진한 2만여 간부들의 머릿속까지 관리한다. 남한에서 장·차관을 발탁할 때 사용하는 경찰 및 정보기관의 기본 인물 자료와는 수준이 다르다. 속과 겉이 완전히 같은 붉은색 토마토형 인간이 돼야지 겉과 속이 다른 사과나 수박형 인간은 장래가 불투명하다.

어릴 때부터 관리하는 최고위급 후보 ‘2만 명’


▎2015년 러시아 영화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평양에서 제작한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는 ‘진미’라는 소녀가 소년단에 입단해 태양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 사진:남성욱
1948년 정권 수립 이후 3대 세습을 거친 북한에는 여야 개념 자체가 없다. 노동당 우위의 사회로서 당과 내각의 구분이 없는 것도 남한과 다른 점이다. 철저한 충성 경쟁 속에서 자질을 뽐내 김정은 위원장의 눈에 들어야만 각료로 발탁된다. 전공과 학력은 중요치 않다. 선군정치체제라 군부 출신이 발탁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김정은이 직접 국가 장의(葬儀)위원장을 맡아 애도의 눈물을 흘린 군 출신 현철해의 경우 일찌감치 백두혈통의 적장자라며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옹립에 전력을 다한 인물이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난 5월 김정은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직접 맨 앞에서 관을 메고 이동한 후 신미리 애국열사릉에서 삽을 마다하고 손으로 흙을 유해에 얹었다. 최고지도자에게 충성을 다한 자의 마지막 길을 보여준 행위다. 현철해는 6·25 전쟁 당시 김일성 호위중대 호위병을 지냈고, 이후 김정일 집권 시대부터 군부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군부 지지를 유도하면서 김정은의 후계자 교육을 담당했다.

북한의 내각 인사의 주목적은 남한과 달리 내부 기강 잡기다. 수시로 물갈이 회전문 인사를 통해 긴장을 유지하고 성과 도출을 압박한다. 경직된 체제에서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각료들이 앞에선 충성하는 척하고 돌아서면 복종하지 않는 행태인 면종복배(面從腹背)를 막기 위해 정보기관이 철저히 감시한다. 복지부동과 충성 경쟁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생존을 담보하는 일은 특권이 부여된 고위직에게 양날의 칼이다. 고위직에 올랐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세를 과시하면 단두대가 기다린다.

계급이 강등되거나 하방(下放)해 육체적인 중노동에 내몰리기도 한다. 산골 양계장에서 닭똥을 치우거나 제철소에서 뜨거운 쇳물을 옮기다 다리에 화상을 입는 등 반성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김정은 서기실로 올라가면 본보기로 1년 만에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기도 한다. 롤러코스터 인사로 용인술을 극대화한다. 한때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도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강선제강소에서 다리에 화상을 입어가며 고난과 반성의 시간, 북한식 용어로 ‘혁명화 과정’을 거쳤다.

불만 잠재우려 최고위층 죽음 내몰기도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6월 12일 밤 김정일 체제에서 군부 핵심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 교육을 맡았던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생애를 조명하는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32)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새로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현철해가 사망한 뒤 그의 사진을 보며 서럽게 우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정철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이지만 철저한 감시 속에 숨죽이며 살아간다.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라는 철칙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접근하는 자가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거의 유폐 수준이다. 김정철은 지난 2011년 싱가포르, 2015년 런던에서 열린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 모습을 감췄다. 아마도 평양의 작은 공간에서 기타 치며 취미 생활에 몰입하는 것이 명(命)대로 사는 길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남한 정치에서 회자되는 이인자는 없으며 미래 권력도 더더욱 없다.

지난 4월 AFP통신은 ‘김정은이 사망하면 북한은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씨 가문의 권력 세습 배경을 바탕으로 김의 사망 직후부터 내란의 시나리오, 후계자 리스트 등을 정리했다. 김정은의 건강악화설이 주기적으로 보도되지만, 그가 사망해도 내부에서 민중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74년간 김씨 가문의 지배를 받아온 북한 주민들이 이를 뒤엎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고위 관료들의 기강이 해이해져 충격이 필요하면 희생양을 조작한다. 해임을 넘어 공개 처형도 불사한다.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서 양봉음위(陽奉陰違)하는 종파적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997년 서관희 농업상은 식량난에 따른 주민 불만을 전가하기 위해 평양시민들 앞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30년 동안 북한 농업문제를 해결하느라 밤낮으로 일한 그에게 돌아온 죄목은 남조선 안기부에 예속된 첩자, 미국의 고용간첩으로 당의 농업정책을 망쳤다는 날조극이었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의 전격 처형과 2015년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의 숙청 이유는 불경죄였다. 불경의 기준은 김정은이 결정한다.

북한은 인사를 통해 대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지난 6월 평양 권부의 대남 및 외교 책임자가 교체됐다. 리선권 외무상이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리선권은 전임 통전부장이었던 김영철과 함께 대남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정은 시대에 20여 차례 이상 대남 접촉에 얼굴을 내민 인사다. 그는 남측을 향한 거친 언사로도 유명하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회의장에 3분 늦게 도착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을 향해서는 “시계가 주인 닮아서 저렇게 된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에게는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 맡기면 안 돼”, 남한 정치인에게 명함을 받고는 “최순실 캐느라 참 수고 많았다” 등 막말로 일관했다. 대북 굴신(屈身) 외교의 부작용이었다.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재벌 회장들이 냉면 한 그릇을 먹으면서 들은 막말은 초유의 일일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서 여당 서열 3위인 김태년 의원조차 모욕적인 발언에 묵묵부답이었다. 남한에서는 유사한 발언이 나오기도 어렵지만 나왔더라도 당사자가 무사할 것인지 의문이다. 리선권의 폭언에 대해 문재인 정부 인사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했다고 판단했는지 시간이 지나 겨우 나온 해명이 ‘해당 발언이 와전됐다’는 사실 왜곡이었다. 리선권의 심기를 건드려 회담이 파행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을(乙)의 자세로 평양회담을 성사시켰기 때문에 갑(甲)의 무리한 처사를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리선권의 대화 상대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다. 권 장관은 리선권 임명 후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원래 통일부 장관의 북측 카운터 파트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지만, 북측은 지난해 대남 대화 기구인 조평통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현재 대남 관계에서 북한 통전부는 암중모색 중이다. 당 전원회의와 중앙군사위에서 남한의 동해안이 표기된 지도를 걸어놓고 회의를 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대남 군사 전략 과시가 우선이라 통전부는 일단 뒤로 빠져 있다. 조만간 군사행동이 개시되면 대남 압박 등 통전부가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거친 말 폭탄은 통전부의 몫이다. 북한의 코로나 확산을 대북전단 탓으로 선전한 것도 통전부 작품이다.

강경파 리선권·최선희 대외정책 전면 배치


▎지난 7월 4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4 남북공동성명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남북 간에 풀어야 한다”며 대남 협상과 북핵 협상을 분리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편 김정은은 최선희 제1부상(차관)을 외무상으로 승진 임명했다. 정권 최초의 여성 외무상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58세인 최선희 발탁은 김정은의 절대적 신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과 푸틴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전용차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가 동승했다. 김정은 전용차인 검은색 벤츠 리무진에서 리용호가 앞자리에서, 최선희가 김정은 옆자리에서 내렸다. 최고 실세만이 가능한 차량 의전이라 언젠가는 외무상 승진을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북한 내각 총리를 역임한 최영림의 수양딸로 몰타, 오스트리아 등에서 조기 유학한 최선희는 영어가 유창한 금수저다. 스위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정은과 코드가 맞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입장에서 외국 사정에 어두운 군, 관료 출신들과 최선희는 클래스가 다른 인물이다. 최선희가 최측근인 이유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성 김 미국 대사와 최선희는 판문점에서 7번에 걸쳐 예비회담을 가졌다. 최선희는 평양의 훈령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 성 김 대사가 애를 먹었다. 차관급 회담에서 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싱가포르 본회담은 비핵화 회담이라는 거창한 예고편과 달리 상견례(the get-to-know-you) 수준에 그쳤다. 그녀는 싱가포르 회담 직전에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주장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이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심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날강도 같은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다.

리선권과 최선희의 등장이 대남·대외 정책에 주는 메시지는 협상보다 강경론이다. 북한 외교에서 특정 인사의 등장이 정책 변화와 반드시 연계되지는 않지만, 강대강 대결 구도를 암시하는 인사다. 김정은은 인사를 확정한 전체회의에서 “노동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강조하고 국권 수호를 위한 핵 무력 강화 의지를 시사했다. 인사와 무관할 수 없는 발언이다. 대남·대미 외교 경험이 축적된 두 인물이 전면에 나서 대북 제재 해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등장이 한반도 정세에 청신호일지 적신호일지는 전적으로 김정은의 핵실험 결단에 달려 있다.

비핵화 논하자는 남측, 북한 호응 가능성 작아

지난 7월 4일은 7·4 남북공동성명 50주년 기념일이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은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 평화공존에 전격 합의했다. 권영세 장관은 기념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의 모든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는 탄탄한 기본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새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달랐다. 같은 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한반도 긴장 원인을 남측에 돌리며 그간 서울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특히 매체는 “남조선 역대 집권 세력은 민족 자주가 아니라 한·미 동맹 강화만을 염불처럼 외워댔으며 동족을 주적으로 선정하고 ‘흡수 통일’의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반목과 대결을 선동하는 불순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기념사는 남북의 관점이 명백히 다른 현실을 반영한다. 핵심 이견은 기존 합의의 이행 여부다. 북한의 과오는 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선전해놓고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한 것이다. 남한은 진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상회담을 개최해 무리한 합의를 하고 정부가 교체된 이후 이행하지 않는 정치의 비연속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일이 반복돼온 것이다.

또 권 장관은 “비핵화 문제를 남북 간에 풀어야 하며 새로운 회담 구조를 구축하겠다”며 남북이 비핵화 문제를 직접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장관은 대남 협상과 북핵 협상을 분리하는 낡은 태도를 바꾸라고 북측에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지 의문이다. 제재 해제나 평화협정, 안전 보장 등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할 만한 건 주로 미국이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등 과거 사례를 보면 핵 문제는 미국과 풀어야 한다는 북한의 인식이 확고하다. 지난 2004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제14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은 최초로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회담이 결렬되는 것을 두려워한 남측은 용두사미 형태로 의제를 포기했다. 유일한 사례로서 이후로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 논의는 사라졌다. 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양 연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F-35A 뜨자 7차 핵실험 머뭇거리는 북한


▎지난 6월 7일 서해에서 한·미 공군 전투기들이 편대군을 이뤄 비행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군산 공군기지에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 6대를 배치하는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로 핵실험 카드를 쥔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 사진:합참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남북의 갈등은 심화한다. 보수정부와 평양 권부가 서로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기선을 제압하려는 샅바 싸움이 거칠게 진행된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한 2007년 10·4 정상회담의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충돌한 결과였다. 정권이 5년마다 바뀌는 대한민국과 종신 3대 세습의 북한이 합의를 이행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50년간 남북관계를 분석해보면 화해 협력보다 갈등과 충돌이 비일비재했다.

북한은 장마철 날씨 때문인지, 혹은 지난 7월 5일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에 10일간 배치된 6대의 F-35A 전투기 때문인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NATO의 강력 대응 등 요동치는 국제정세로 핵실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지 카운트다운 준비를 마친 7차 핵실험을 머뭇거리고 있다. F-35A가 한국 지상기지에 내려 훈련에 참여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한·미 공군의 F-35A전투기가 함께 훈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받은 듯하다. 앞으로 북한의 도발위협 양상에 따라 다양한 전략자산이 전개될 것이란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없이 협상을 시도한다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6월 워싱턴 회담 기자회견에서 23차례에 걸쳐 대화·외교를 언급했다. 핵 실험 직전까지 간 북한을 돌려세우려는 노력인 동시에 만일 도발할 경우 최대 압박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명분 쌓기’다. 김정은이 핵실험 단추를 누른다면 북한 이슈는 제재와 압박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NATO식 핵 공유 및 핵 개발 담론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강대 강 구도가 형성될 경우 북한에게 있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최선희 외무상과 박진 장관이 어디서든 만나서 우리말로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개시하기를 기대한다.

※ 남성욱 -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정보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한 뒤 2002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 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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