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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긴급 시 교육’ 확충을 위한 제언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차별 없는 교육의 빛 비추자” 

오는 9월 유엔 교육혁신정상회의서 차별 없는 교육의 권리 보장 모색
세계시민 육성 위한 ‘어린이의 행복과 교육 위한 행동계획’ 채택 제안


▎마키구치 초대 회장의 위대한 저서 [창가교육학체계]. 지금까지 영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힌디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돼 국경을 넘어 ‘인간교육의 빛’을 넓혔다. / 사진:SGI
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불구하고 대처가 늦어지기 쉬운 것이 바로 어린이들을 둘러싼 상황입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발생으로 국제사회가 공중위생과 경제위기에 주의를 집중하는 가운데 또 다른 심각한 위기가 각국에서 확산되었습니다. 학교 폐쇄와 수업 중단으로 교육 기회가 현저하게 상실된 위기입니다. 그 영향을 입은 어린이는 약 16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장기 휴교나 대면 수업의 중단이 세계적 규모로 일제히 일어난 적은 학교 교육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합니다. 학교 폐쇄에 따른 영향은 배울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일상적인 교류가 갑자기 끊겨 성장의 보람이나 미래의 희망을 느낄 기회도 함께 잃음으로써 고독감에 빠지거나 의욕 상실 등 많은 어린이가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학교 폐쇄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나라가 온라인 형식으로 원격 학습을 도입했으나 디지털 환경의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격차가 생겨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이러한 학교 교육을 둘러싼 위기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나라도 점차 늘고 있지만, 이 2년간 어린이들이 받은 영향에 대한 충분한 보살핌을 추진하는 활동을 넓혀 ‘희망과 미래를 잃은 세대’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계 공통의 긴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 분쟁이나 재해를 비롯해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난민과 피난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이들에 대한 ‘긴급 시 교육’의 확충도 여전히 심각한 과제입니다. 각지에서 이어지는 분쟁에다가 올해 2월부터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져 전 세계 난민과 피난민 수가 1억명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어린이들의 교육 기회 확보를 위한 국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언제 어떠한 환경에 놓여도 거기에 ‘교육의 빛’을 계속 보내는 것을, 나라와 민족의 차이를 초월해 인류 공통의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유엔에서 일하기 전에 빈곤지역에서 어린이에게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리스본 빈민가에서 교육은 빈곤을 없애는 원동력이자 평화를 위한 힘이 된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제가 창립한 창가교육의 학교와 대학에서 영원히 잊으면 안 될 원류도 지금부터 약 100년 전, 마키구치(牧口) 초대 회장과 도다(戶田) 제2대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교육 실천에 있습니다. 당시 도쿄에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해 개설한 특수 초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한 마키구치 회장은 교내 숙소에 살면서 영양이 부족한 아동에게 급식을 제공하고자 열심히 움직이거나, 병든 아동의 집에 직접 찾아가 돌보기도 했습니다. 도다 제2대 회장도 같은 초등학교에서 일하며 마키구치 회장을 도와 당시 도쿄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빛’을 보내기 위해 젊은 정열을 불태웠습니다.

소카대, UNHCR과 손잡고 난민 학생 받아들여


▎2021년 6월, 도쿄 하치오지에 있는 소카대학교에서 열린 ‘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추천입학제도’ 협정서 조인식. UNHCR과 협정을 맺어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의 대학에 다니기 어려운 난민이 장학생으로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 사진:SGI
소카대학교는 일본인 학생이나 유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 외에 2016년에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고등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난민 학생들을 받아들였습니다. 대학원도 2017년부터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자이카)의 ‘시리아 평화를 위한 가교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UNHCR과 대학원 추천입학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학부와 대학원 두 과정에서 난민 학생을 받아들인 일본 최초의 대학이 되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난민이 된 어린이들이나 청년이 대학 등 고등교육에 진학할 수 있는 비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난민 청년에게도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배움을 심화하고 싶은 분야가 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창가학회도 UNHCR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는 한편 지난해 1월부터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하고 싶은 빛이 있다’는 마음으로 난민과 그들을 수용한 국가의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요르단에서 음악으로 희망을 선사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키우는 교육의 일환으로, 비정부기구(NGO)인 ‘국경 없는 음악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를 맡은 음악가 타렉준디 씨는 “우리 활동은 씨를 뿌리는 일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확실히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심전(心田)’에 가능성이라는 꽃들이 피어날 것을 믿고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씨를 뿌리는 일에 교육의 주안점이 있지 않을까요.

25년 만의 유엔 보고서 “교육 불평등 심화 우려”


▎창가학회와 NGO ‘국경 없는 음악가’가 요르단에서 추진하는 음악 교육 프로젝트. 2021년 8월에 개최한 하계음악강좌에는 장애 아동도 참여했다. / 사진:SGI
올 9월에는 유엔이 ‘교육혁신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교육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열립니다. 유네스코는 사회적 변혁에 대응해 교육의 역할을 재검토하고자 1972년과 1996년에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번 보고서는 25년 만입니다.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전 세계 100만 명의 의견을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교육의 불평등에 관해 이렇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의 극단적인 시나리오 중에는 양질의 교육은 엘리트집단의 특권이 되고 대다수의 집단은 생활필수품이나 기본 서비스 없이 비참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있다. 현재의 교육 불평등이 점점 더 악화되고, 결국 교육과정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이런 변화가 우리의 기본적인 인간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난민 등 심각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교육지원과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2050년 이후를 내다보고 교육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며 함께 만들어내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혁신정상회의에서 논의해 ‘긴급시 교육’이나 ‘통합교육’에 관한 과제와 더불어 앞서 논한 지구 규모로 열린 ‘연대의식’을 키우는 ‘세계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춰 ‘어린이의 행복과 교육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하기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21세기 말에는 전 세계 인구가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9월에 개최하는 교육혁신정상회의가 ‘어린이의 행복과 교육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해 지금 반석 같은 기반을 구축한다면 현재 어린이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어린이의 꿈과 희망도 틀림없이 지킬 수 있다고 저는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1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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