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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슈] 미국 넘어 유럽… 사업 영토 확장 나선 CJ제일제당 

미국에서의 ‘비비고 만두’ 성공 노하우로 유럽 가공식품 시장 공략 본격화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한식 레디밀 등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K푸드 시장 확대
‘No.1 아시안 푸드 기업’ 도약 목표… 현지 M&A도 검토


▎프랑스 소비자들이 현지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한다. 이재현 CJ 회장의 한국 식문화 세계화 철학을 바탕으로 유럽에서도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No.1 아시안 푸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인 영국 법인을 설립했다.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올해 초 준공한 ‘글로벌 생산-글로벌 수출(Global to Global)’ 첫 모델인 베트남 키즈나 공장 등의 생산 거점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유통망과 인프라를 갖춘 유럽 현지 식품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열고 2027년까지 유럽 식품 사업 연매출을 5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유럽을 빼고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을 완성하지 못한다”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제품을 카트에 담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비비고 만두 등으로 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까지 4년간 현지 연매출은 평균 38%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5년 만에 4.5배 증가한 약 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 년 대비 9.3% 증가한 17조2104억원, 영업이익은 15.8% 증가한 1조36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 된다”며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해외 가공식품 매출이 고성장하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은 국가별 식문화와 유통 환경이 다르고 가공식품 기술력이 뛰어나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소득 수준과 타 문화권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영국을 중심으로 데우기만 하면 되는 레디밀 시장이 발달해 기회가 열려 있다.

CJ제일제당은 우선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한식 만두 시장의 대형화를 꾀할 계획이다. 유럽인에게 친숙한 닭고기를 활용한 만두와 미국에서 검증된 제품 등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건강을 추구하는 채식 인구 등을 겨냥한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 신제품을 3분기에 출시한다. 가공밥·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활용한 레디밀 시장 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또 만두 중심의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를 김치·한식·치킨 등 다른 K푸드 제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유럽 K푸드 시장 공략과 함께 아시안 푸드 사업도 확대한다. 유럽인들에게 동남아식 ‘롤’인 스프링롤·에그롤 등은 한국식 만두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CJ제일제당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만두 노하우와 미국 슈완스, 베트남 까우제 인수로 축적한 동남아식 롤 역량을 활용해 유럽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밥과 면류의 제품 라인업도 확충해 유럽에서 K푸드를 포괄하는 ‘아시안 푸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미국 등 글로벌 식품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관련해 올해 초 본사를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식품사업 부문으로 분리했다. 글로벌 HQ는 마케팅, 연구·개발(R&D), 생산 등의 주요 기능을 편제해 국내를 비롯한 해외 전 지역의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또한 글로벌 HQ 산하에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해 글로벌 전략제품군을 대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식품 사업 전반 경쟁력 강화 드라이브

비비고 만두는 2016년 미국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25년간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따돌렸다.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비비고 만두를 ‘건강식’으로 차별화한 덕분이다. CJ제일제당은 또한 닭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치킨 만두’ 등을 선보이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비비고 만두의 미국 연매출 규모는 4000억원대로 증가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들어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1개 현지 생산 공장에서 기존 만두와 면 중심의 비비고 간편식(HMR) 품목을 피자·파이·애피타이저 등 대중적 카테고리로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 매출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비비고 브랜드 제품은 현재 월마트·크로거·코스트코 등 3만여 점포에 입점해 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은 지난 2년 동안 미국 현지 오프라인 점포 입점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왔다”며 “올해부터는 입점 점포 내 매출 증대와 만두 이외의 K푸드 품목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중국에서는 만두와 치킨, 상온 HMR 제품을 중심으로 MZ세대가 활발하게 구매하고 있는 온라인 채널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비비고는 물론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발효초 ‘미초’ 브랜드 대형화를 목표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김치와 가공밥, K소스에 집중하면서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동남아·호주 등으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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