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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특집] 개원 20주년 이태규신경과의원이 걸어온 길 

뇌신경계 질환 완전정복 외길 새로운 20년 향해 큰 걸음 내딛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최고·최신 장비 구비, “진료받으라고 추천하고파”
전문의로 구성된 분야별 최고 의료진 구축해 주목받아


▎이태규신경과는 수도권 신경과 병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3.0 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6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태규신경과의원(이하 이태규신경과)에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이번이 세 번째 내원이라는 40대 문동욱(가명)씨는 “평소 편두통 때문에 어디서 진료를 받을지 알아보다가 주변에서 이곳을 많이 추천해 오게 됐다”며 “약에만 의존했을 때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지금은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고 만족해했다.

막 상담을 끝낸 30대 최나혜(가명)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원장님께서 바쁜 와중에도 상태가 어떤지 얘기를 잘 들어주시고 검사 후 차분하게 설명해줘서 감사했다”며 “주변에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서 진료받으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2002년에 개원한 이태규신경과는 올해로 20주 년을 맞이했다. 개인 병원으로는 보기 드문 장수(長壽)다. “감개무량하다”는 이태규 대표원장은 “과거 20년 전 이 근방에서 개원한 개인 신경과 병의원 가운데 살아남아 있는 건 우리뿐”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영속하고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태규신경과는 뇌신경계 질환 치료·예방 전문기관으로는 국내 최초로 두통 클리닉과 뇌졸중 검진센터를 운영해 의료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시설·규모 면에서는 전국 개인 신경과 병의원 가운데 최고를 자랑한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두통 환자가 내원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방문 환자만 연간 3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환자의 연령대도 치매·뇌졸중·중풍·파킨슨병을 앓는 노인부터 두통·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젊은이까지 다양하다. 뇌신경계 질환과 관련해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가 1회 방문만으로 진단 결과까지 대부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원스톱 진료 시스템 도입해 환자 편의성 높여


▎6월 29일 이태규 대표원장이 환자에게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이태규신경과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 최고·최신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개인 신경과 병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3.0 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3.0 테슬라는 현재 의료 현장에 배치된 MRI 가운데 최고 사양이며 숫자가 높을수록 화질이 뛰어나다. 높은 화질은 의료진이 더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또 3.0 테슬라는 이전 버전보다 촬영 시간이 40% 정도 짧으며 검사 홀의 크기가 10㎝ 이상 넓다. 이는 MRI에 들어간 환자가 답답함과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 때문에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거나 비만인 환자라도 이전 버전의 MRI에 비해 훨씬 편안한 환경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MRI 판독은 영상학과 교수 출신 의료진이 담당하고 있어 진단 신뢰도가 높다.

‘경동맥 초음파’ 역시 최신 장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경동맥 초음파는 목을 지나 머리로 향하는 경동맥의 좁아진 정도 등을 검진해 혈류가 잘 흐르는지 확인하는 검사인데, 뇌졸중 위험도나 심혈관 질환 위험도 등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이 검사는 이 원장이 주로 맡고 있다. 이태규신경과가 이토록 최신 장비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졸중은 1㎜ 차이를 잡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로 환자의 생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싸더라도 최고 성능의 장비를 사용하는 이유다.” 경동맥 두께가 1㎜ 이상 증가하면 뇌졸중 위험이 남성은 3.6배, 여성은 5.5배 늘어난다고 한다.

현대인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수면 질환 검사도 가능하다. 수면다원 검사가 그것이다. 여러 수면장애(무호흡증 등)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병원에서 하룻밤 자며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직원이 환자 곁을 밤새도록 지키며 상태를 살핀다. 사실상 24시간 운영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이태규신경과는 뇌혈관의 혈류를 측정하는 뇌혈류 초음파, 신경을 전기로 자극해 근육의 반응을 살피는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 검사, 전기 생리적 기능의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유발전위검사, 혈압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혈관탄력성검사 등 뇌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아무리 최고·최신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걸 쓰는 사람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태규신경과는 분야별 최고 의료진 또한 자랑한다. 이 원장은 두통 및 뇌졸중 예방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거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과 클리블랜드 클리닉 임상전임의를 역임했다. 세계적 의학 권위지 [란셋(Lancet)]에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내 신경과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정진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대한두통학회의 전신인 대한두통연구회를 창립했다. 대한두통학회는 국내 두통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 원장의 공로를 기려 ‘이태규 학술상’을 제정, 매년 두통 연구에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수여하고 있다. 현존하는 의사의 이름을 딴 학술상 제정은 국내 의료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이 원장은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을 맡아 2년간 신경과 환자 진료권 보호와 의사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는 등 후배 의사들을 위해 투신(投身)하기도 했다.

강남구청역 뒤쪽 허름한 건물 3층에서 시작


▎이태규신경과는 최신 의료 장비와 분야별 최고 의료진을 자랑한다.
이 원장이 신경학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국내외 유수의 학술단체에서 받은 수상 이력으로 이미 입증됐다. 미국 신경과학회(AAN)에서 ‘외국인 학술상’과 미국 신경과학회 교육 문화재단에서 ‘젊은 두통연구자상’을 받은 그는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에 3회(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in Science & Engineering, in America) 등재되기도 했다.

이 원장 외에도 병원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인하대병원에서 신경과 교수로 근무한 하충건 원장은 파킨슨병·이상운동 질환,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파킨슨병 운동장애 강사를 지낸 최선아 원장은 기억력장애·치매·파킨슨병·수전증·보행장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신경과 전문의 김경준 원장은 어지럼증·파킨슨병·수전증·얼굴떨림·수면장애, 삼성서울병원 전임의를 지낸 조형인 원장은 두통·뇌졸중, 서울아산병원에서 말초신경·근육·척수 질환 전임의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전증 전임의를 지낸 변소영 원장은 뇌전증·수면장애·척수·근신경계 분야를 맡고 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병원 안팎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꼼꼼한 진료로 정평이 난 조형인 원장에 대해서는 “치료결과가 만족스럽다”는 환자의 평이 줄을 잇고 있으며, 대한신경과학회 및 신경과의사회에서 학술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선아 원장은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임상경험을 꾸준히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보고해 학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태규신경과가 지금의 위상을 차지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시작은 미미했다. 2002년 강남구청역 뒤쪽 허름한 건물 3층이 첫 출발지였다. 이 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건물이라 환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저수가(低酬價) 문제는 병원 경영을 어렵게 했다. 이 원장은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이던 2016년 신경과의 저수가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했으나 정부의 무관심으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도 이 원장은 당시를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는다.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직원 복지 챙겨

그런데도 이태규신경과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환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개원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출근 때마다 2002년 세웠던 ‘4H’ 경영이념을 마음에 되새긴다고 한다. 친절(Hospitality), 정성 어린 진료(Hearty care), 휴머니즘(Humanism), 최고의 자부심(Honour)이 그것이다.

변하지 않는 뚝심은 이 원장의 업무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가 머무는 원장실에는 환자들 상태를 기록한 종이차트가 빼곡했다. 전자차트가 보급됐는데도 이 원장은 왜 아직도 종이차트를 고집하는 걸까. 이는 환자들과의 라포르(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종이차트가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종이차트를 작성하며 환자의 눈빛과 표정을 보고 상태를 한 번 더 되뇌면 문진의 폭이 더 넓어지고 환자로부터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용이해진다고 했다.

오랜 세월만큼 이태규신경과에는 다양한 환자들이 다녀갔다.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를 묻는 말에 이 원장은 구토 증상이 심했던 중3 남학생을 떠올렸다. 내원 즉시 MRI를 촬영했더니 그 학생의 머리에서 큰 뇌종양이 발견됐다. 이 원장은 그 학생을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냈고, 뇌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그 학생은 “살려줘서 고맙다”며 이 원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원장은 뇌신경계 질환에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뇌졸중을 예로 들었다. 뇌졸중은 한번 겪으면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거동이 불편해진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의 삶 역시 힘들어진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졸중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학병원이나 개인 병원이 그리 많지 않다. 반면 이태규신경과는 뇌졸중 예방 진료에서도 3차 의료기관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을 꾸준히 찾는 환자 중에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20살 성년이 된 이태규신경과는 제법 몸집이 커졌다. 직원 수만 30여 명에 이른다. 이 원장은 직원 수가 많아진 만큼 복지에도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 임직원 1명당 자녀 1명에게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다. 이태규신경과의 다음 스텝을 묻자 이 원장은 “조그마한 건물을 사서 이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병원의 수익적인 면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한 목표 설정이다. 병원이 자기 건물을 가지면 환자의 심적 안정감을 높이고, 병원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확실한 목표를 정한 이태규신경과는 앞으로의 20년을 향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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