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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여름 휴양지 각광, 용평리조트 발왕산 ‘천년 주목 숲길’ 

세상에 모습 드러낸 천년 주목의 기상 

최영재 기자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에 3.2㎞ 무장애 데크길 조성
곳곳에 다양한 모양과 사연 깃든 나무 이야기 흥미 백배


▎아버지왕주목나무에는 두 팔로 끌어안아도 닿지 않는 천년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구름과 마주 서는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 이곳에 1800년의 세월을 견딘 주목(朱木)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위를 덮은 자욱한 안개가 불어온 바람에 걷히자 하늘 높이 뻗은 주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만 약 4.5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이다. 나무는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물에 젖어 특유의 매끄러움에 한층 짙은 붉은빛을 뿜어냈다.

나뭇가지마다 미처 걷히지 않은 안개가 사뿐히 앉아 그 모습은 더욱 신비로웠다. 나무 꼭대기에는 왕수리부엉이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 천년 세월 동안 산을 지켜왔을 두 영물(靈物)이 공생하는 장엄한 현장 앞에 서자 훼방꾼의 등장을 알아챌까봐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발왕산 주목 군락지에는 이 외에도 왕발 주목, 고해 주목, 참선 주목 등으로 이름 붙여진 주목이 자라고 있다.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 위치한 주목 군락지는 주목, 분비나무 등 고산의 희귀식물이 분포하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다. 그중에서도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도록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주목 군락은 발왕산 제1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산지대의 세찬 눈바람을 맞으며 저마다 자리를 지키는 주목의 모습은 ‘왕의 기운’이 서렸다는 발왕산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한다.

몇 년 전까지도 발왕산은 용평스키장의 레인보우 코스 정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지난 6월 말 용평리조트가 3.2㎞에 이르는 ‘천년 주목 숲길’을 완공하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전 구간이 무장애 데크길이어서 유모차를 탄 아기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고산의 비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발왕산의 자연경관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공해 일반 등산로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숲길 곳곳에 깃든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 시간가량 산책이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땅에서 솟아나 땅으로 고개를 숙인 갈매나무, 두 그루가 하나의 몸통을 이뤄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마유목, 커다란 바위가 으스러질 정도로 굳센 뿌리로 움켜쥔 왕발 주목, 텅 빈 몸통 안에 자식을 품듯 마가목을 품고 있는 1800년 수령의 어머니 왕주목 등 곳곳에 신비가 서려 있다.


▎발왕산이 이끄는 데로 자연스럽게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숨은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과 함께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3.2㎞ 데크를 놓았다.



▎나무 가운데 마가목을 품은 어머니왕주목나무는 누구에게나 편안한 그늘이 되어준다.



▎1458m 발왕산에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발아래 또 다른 풍경이 된다.



▎가장 높은 곳의 스카이 워크는 쉬어가는 구름을 만나기 좋다.



▎깊은 산 속에서부터 시작된 물은 발왕수 가든에서 넘치게 흐른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성화를 형상화하여 발왕산 평화봉을 만들었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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