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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11)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경청(傾聽)으로 완성된다

▎조직은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관계를 해가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듣고 말하는 ‘대화’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리더의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은 ‘경청’에서 완성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리더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인 이야기로만 대화를 채워나가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말을 잘한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는 대부분 스피치 스킬도 좋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상대방과의 공감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본인의 말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경청 연습이다. 흔히들 ‘경청’이라고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을 생각한다. 경청은 기울일 경(傾), 들을 청(聽)이라는 두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마음을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에서 경청은 그냥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히어링(hearing)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집중해서 듣는 리스닝(listening)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리스닝은 의식을 집중해 상대의 말을 귀로 수집한 뒤 이를 뇌로 보내 분석하는 능동적인 듣기의 과정이다. 리스닝을 제대로 해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고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 토크쇼의 제왕 래리 킹(Larry King)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내가 말하는 것 중 나를 가르쳐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배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Nothing I say this day will teach me anything. So if I'm going to learn, I must do it by listening)”

25년간 본인의 이름을 내세운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로널드 레이건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 현직 대통령들 인터뷰를 했던 그가, 평생 6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인터뷰했던 ‘말하기의 최고 달인’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경청의 힘을 통해 최정상의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사실 리더는 대부분 조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지식을 조직원들에게 전파하거나 무언가를 설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직은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와 같은 곳이 아니다. 조직은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관계를 해가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듣고 말하는 ‘대화’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호암(湖巖) 이병철 선대 회장이 아들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다시 대를 이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물려준 경영철학이 바로 ‘경청’이었다. 사진 호암재단
당신이 지금까지 조직 내에서 회의를 주도하며 대화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한 리더였다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런 리더는 조직이 아니라 학교에 있는 것이 맞다. 회의의 주도권을 조직원에게 넘기고 그들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장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방식이 그랬고 지금까지 조직 운영방식이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자진해서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말하기를 기다려주고 또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면, 그 조직은 전보다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며 빠르게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본인이 너무 똑똑한 리더라 조직원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창업한 호암(湖巖) 이병철 선대 회장이 아들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다시 대를 이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물려준 경영철학이 바로 ‘경청’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리더의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은 ‘경청’에서 완성된다.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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