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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다룬 오페라 [순이삼촌] 세종문화회관 무대 오른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9월 3~4일 전석 무료 진행…오페라 진입장벽 낮추려 다큐·연극 요소 더해
■ 제작진 “4·3사건 전국적으로 알려지길 기대”…美·日 해외공연 청사진까지


▎제주 4·3사건을 다룬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이 9월 3일~4일 2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사진 스튜디오더존
제주4·3사건을 다룬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4·3사건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시가 공동 기획·제작한 [순이삼촌]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월 3일~4일 2일간 전석 무료 초대 공연으로 진행된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와 4·3사건 희생자 배·보상 등을 이끌어낸 국민적 관심과 격려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순이삼촌]은 4막으로 구성된 국내 창작오페라로 4·3사건의 아픔과 토벌대의 학살로 아이를 잃은 어미의 슬픔을 담고 있다.

제작진은 본 공연에 앞서 8월 10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원작자 현기영 작가, 강혜명 예술총감독 외 작곡가·지휘자·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현기영 작가는 발표회에서 “이 오페라를 통해 4·3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애써왔다. 대한민국 심장인 광화문에서 4·3사건의 절규와 외침, 절실함을 전 국민에게 알릴 것이다”라고 했다. 현 작가는 “한 민족공동체 안에서 이런 떼죽음은 없었다. 이런 떼죽음을 모르고 지나간다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희 제주4·3평화재단 기념사업팀장은 “서울 대형 무대에 오른 건 처음”이라며 “제주 4·3 특별법 제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국적으로 4·3사건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기영 작가 “4·3사건 관여한 미국 가서도 공연해야”


▎원작자 현기영(앞줄 오른쪽)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오페라를 통해 4.3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애써왔다”고 말했다. 사진 이승훈 기자
[순이삼촌]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제작진은 낯선 오페라 장르를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오페라가 대사에도 운율을 넣어 노래하듯 소화하는 게 특징이라면, 이번 공연에는 연극·뮤지컬·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차용했다. 강 감독은 “대사를 일상체로 바꾸면서 역할 자체를 성악가에서 연극배우로 바꾸고 극장적인 부분을 가미했다”고 말했다. 이어 “삽화와 낭송 등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와 함께 뮤지컬적인 요소를 추가했다”고도 말했다. 강 감독은 “오페라에 관심 없던 분들도 거부감 없이 이 공연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제작진은 [순이삼촌]의 전국화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그리고 있었다. 현 작가는 “4·3사건에 미국이 관여돼있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도 공연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긴 장정의 일환으로서, 여기서 끝나지 않고 [순이삼촌]을 세계화해 세상에 알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당장 미국 공연은 어렵지만 내후년에 우리와 문화·예술적으로 관계가 깊은 일본에서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제주 4·3 특별법의 미완적인 부분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취재진이 ‘가해 대상에 대한 명시와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이 극에 추가됐냐’고 묻자 강 감독은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면서 “예술적인 측면을 갖고 봐 달라”고 답했다. 이어 “제작진이 4·3사건으로 오페라를 만들 때 이 사건을 문화·예술적으로 조명하고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건 ‘이 4·3사건을 어떻게 예술로 위로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할 수 있을까’였다”라고 답했다.

한편, [순이삼촌]은 지난 2020년 제주에서 초연됐다. 2021년에는 제주에서 2회, 수도권 경기아트센터에서 1회 공연을 마친 바 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는 도립제주예술단을 비롯해 약 230명의 제작진이 참여 및 출연한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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