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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포커스] 검수완박법 허점 파고든 법무부의 반격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시행령 개정해 2대 범죄로 제한한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추진
■ 부패·경제 범죄 개념 넓혀 공직자·선거·방위사업 수사할 명분 마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법무부 과천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에서 ‘검수완박 법’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로 명시한 ‘부패·경제 범죄’의 정의를 확장해 다른 범죄도 수사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위를 복원하는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 앞서 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반격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는 12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오는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직자 범죄로 분류된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죄 등을 비롯해 ‘매수 및 이해 유도’ 등 일부 선거 범죄를 부패 범죄로 재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마약 유통이나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경제적 이익을 노린 조직범죄도 ‘경제 범죄’로 규정해 수사 범위에 넣기로 했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대통령령 개정은 상위 법률이 행정부에 위임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며 “검수완박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대응 역량의 공백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법무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0일에 시행되는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대상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제한된다. 기존에 수사할 수 있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만 남겨두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개정법이 규정한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란 조문에 나온 부패·경제 범죄의 개념을 확장했다. 공직자 범죄로 분류된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를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방위산업 범죄 중 기술유출, 마약 유통과 조폭, 보이스피싱 등은 경제 범죄로 분류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길을 열었다.

또 공무원 직급이나 범죄 액수에 따라 검찰 수사개시 범위를 구분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법무부령)도 폐지하기로 했다. 현행 시행 규칙상 4급 이상 공무원,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는 5000만원 이상 사건에 한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었다. 현재의 직급·금액 제한 규정이 조직적 비리를 규명하는 반부패 수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란 게 법무부의 명분이다.

민주당, “시행령 쿠데타” 대응 입법 예고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검수완박을 추진한 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무부 개정안에 대해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며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법무부의 목적이 “수사권을 무기로 정치권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검찰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령을 우회로로 활용하려 한다면 국회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검수완박법을 재개정해 시행령을 무력화하는 대응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무부가 활용한 ‘~ 등’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수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해 꼼수를 막겠다는 거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청법 4조에서 ‘등’은 수사범위를 축소한다는 제한적 의미”라며 “한 장관의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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