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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지자체 ‘서울 북상(北上)’의 주역 김외철 경북도 서울본부장 

“공무원 사회에 ‘메기 효과’와 같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 경상북도 모자와 깃발 들고 서울 둘레길 8개 코스 완주해 눈길
■ “개방형 직위 공무원은 성과와 함께 솔루션 제공하는 게 기본”


▎김외철 경상북도 서울본부장은 정당과 국회 동향에 정통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직 경험을 쌓은 여의도 ‘마당발’로 통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성원의 최대치가 150명 정도라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살다 보면 대충 그 언저리에 진정한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된다는 느낌을 누구나 가질 법하다.

하지만 이런 통상적인 인식의 틀을 벗어나는 이도 있다. 김외철 경상북도 서울본부장이 그런 사례다. 올해 들어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의 수는 1만 명을 넘는다. 이명박 정부 실세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잘 나갈 때 3000명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 2대에 입력한 것과 견줘 봐도 김 본부장의 인적 네트워크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게 가능했던 배경을 김 본부장의 30여 년 사회 여정이 말해준다. 대구에서 성장한 그는 1991년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1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국회 정책연구위원, 한나라당 기획조정국장, 새누리당 전략기획국장,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국무총리실 정무운영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그 사이 스쳐 간 인연들을 일일이 휴대전화에 기록하다 보니 1만 명을 채웠다. 정당과 국회 동향에 정통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직 경험을 쌓은 그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마당발’로 부른다.

그는 15개 광역시·도 서울본부장 중 최장수 본부장이기도 하다. 서울에 진출한 각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수평적 연결을 통해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균형발전 어젠다를 확산하는 데 주력해 왔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광역지자체 서울본부 직원 수십 명이 참여하는 월례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각 시·도에서 서울에 더 많은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자체 공무원의 북상(北上) 현상은 두드러졌다. 이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가 김외철 서울본부장이다.

그는 임기 4년을 채우는 오는 9월 경북도 서울본부장직을 내려놓는다.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이 아닌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경상북도를 포함해 전국 10개 광역지자체가 서울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개방형 직위’로 운용한다. 2018년 경상북도 1호 개방형 서울본부장에 부임한 그는 4년간 실로 영리 회사의 CEO에 버금가는 억척과 열정으로 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새바람 행복 경북!’이라는 문구가 박힌 붉은색 모자를 쓰고 붉은 깃발을 손에 쥔 채 서울 수락산에서 북한산까지 서울 둘레길 8개 코스 157㎞를 완주했다. 이렇게 튀는 차림으로 완주하며 경북 구미 전국체전을 등산객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개방직 공무원은 성과로 말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공직사회의 ‘핑크 펭귄(검은 무리에서 눈에 확 띄는 분홍색 펭귄)’이 되고자 했던 그의 지난 4년의 공직 여정을 들어봤다.


▎김외철 경상북도 서울본부장은 “지금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임하고 나서 경상북도 서울본부가 많이 바뀌었다지요?

“먼저 서울 용산에 있던 서울본부 사무실을 더 많은 분이 찾아오도록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전했습니다. 게다가 입주한 건물 외벽에 경상북도 서울본부 간판을 단 것도 저로서는 뿌듯한 장면으로 기억될 겁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가슴에 명찰을 단 것인데요. 누구나 쉽게 알고 또 찾아오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지나가다가 서울본부가 뭔지 궁금해서 들어와 보는 출향민도 더러 있습니다. 경상북도를 선제적으로 자연스럽게 알리는 친절 서비스라고 할까요. 어떤 도움이든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서울본부는 전초기지와 같아서 중앙 정부와 의회의 주요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겠군요.

“제가 부임해서 제일 먼저 한 게 국회, 중앙부처, 타 시·도 등 수도권과 각 지자체의 주요 일정을 매일 수집해서 경북도청에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놓치지 않고 경북 도정(道政)에 참고할 사안은 알뜰하게 챙겼지요. 이렇게 하면 경북도청과 서울본부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크로스 체킹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세종시에 있는 우리 사무실과의 업무 협조, 서울에 있는 경북 시·군 사무소, 타 시·도 서울본부와의 교류, 정보 교환 등 시스템화한 사업이 제법 됩니다.”

직접 몸으로 뛰는 홍보에도 억척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민선 7기 경북도의 핵심 슬로건인 ‘새바람 행복 경북’이 적힌 패치를 부착한 모자를 쓰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서울 도심의 산을 누볐습니다. 지역에서는 참 열심히 준비하고 애를 쓰는 이벤트를 서울 분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라도 알리고자 싶어서 경북도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지금은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9월30일~10월23일) 알리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건 영주의 일이기도 하지만 인삼의 세계화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 급한 건 서울 청량리에서 영주를 거쳐 안동으로 가는 중앙선 KTX-이음 열차의 시발역을 행사 기간만이라도 서울역으로 연장하는 것입니다. 도심 접근성을 높일수록 보다 많은 분이 수월하게 영주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행사 명예 홍보대사도 맡아 최근에는 코레일과 관련 부처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개방형 직위 서울본부장은 기존 공무원 사회에 자극과 긴장을 불어넣기도 하지요. 본청 공무원들이 낯설어하거나 불편해하진 않았나요?

“기존의 공무원 사회는 직업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의 장점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개방형 직위를 두는 이유는 현대 사회가 복잡다단하게 변화하면서 기존의 공무원 조직으로 다 포용할 수 없는 영역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야에서는 외부의 전문가 경험과 관점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기존 조직과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색다른 해법을 찾는다고나 할까요. 이런 개방형 직위는 공무원 사회에 ‘메기 효과’와 함께 선한 영향력을 주리라 기대합니다.”

결국 개방형 직위 공무원의 역량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전문가는 주어진 임기가 있기에 그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본디 책무가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내부 구성원과 능력이나 성과 면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면 굳이 공모해서 채용하는 효과가 반감되겠지요. 기존 조직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에 외부 전문가를 들이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과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기본입니다.”

경북도 서울본부에서의 지난 4년은 개인의 생애에 어떻게 아로새겨질까요?

“지난 30여 년 동안 주요 활동 무대가 서울 여의도와 국회, 총리실 등 수도권이다 보니 아무래도 중앙의 시각으로 사물과 현상을 보게 됩니다. 경북도 서울본부에서는 우리가 직면하는 여러 현안을 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접근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지금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지난 4년은 지방의 이익과 중앙의 요구를 조화롭게 반영하는 균형감각을 키우는 기간이었습니다.”


▎경상북도 서울본부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건물 외벽에 내걸린 경상북도 서울본부 간판. 이를 보고 방문하는 출향인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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