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신세돈의 돈이 보이는 경제(6)] 원자재 가격과 대중국 수출 부진이 만든 무역적자의 위험 

관세 낮추고 수출 루트 다변화하라 

수입 늘고 수출 둔화되며 4개월 연속 무역적자… 당장은 반등 모멘텀 안 보여
외환위기 위험 낮지만 저성장·고금리 고통 지속될 것, 소비 진작으로 돌파해야


▎한국의 7월 무역수지가 46억7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로 비상등이 켜졌다. / 사진:연합뉴스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무너졌다.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1~7월 무역적자 누계는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IMF 외환위기 위기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133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발생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다.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입 폭증이다.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수입증가율은 26%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의 34.0%와 2010년의 31.6%, 2021년 31.0%에 이어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품목은 45.5% 증가한 원자재와 29.3% 상승한 곡물류다. 원자재 중에서도 원유수입액은 71.4%나 늘어났고 화공품, 철강재 비철금속 수입액도 모두 26% 이상 증가했다. 원자재와 곡물류 수입이 폭증한 것은 당연히 2020년 4월 코로나19 사태 직후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 폭증이 무역적자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또 다른 이유는 수출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출증가율은 2021년 5월, 45.5%를 기록한 뒤 2022년 6월에는 5.2%까지 추락했다. 수출이 둔화하는 품목을 보면 경공업 제품 5.4%, 기계류 및 정밀기기 3.5%, 수송 장비 -4.9% 등 경공업 제품과 중화학제품 모두 수출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수출국가로 보면 중국, 유럽연합 및 일본 수출이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은 증가율이 6.9%, 대유럽 수출은 7.9%, 대일본 수출은 11.9%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동구권 수출은 각각 -21.5%와 10.2%로 추락했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오롯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은 2022년 4월을 전후해 떨어지는 추세가 확연하다. 구리(3월), 콩(4월), 원유(5월) 등의 가격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추세가 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직전에 비하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수입금액 부담은 클 것이고, 따라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은 크다.

또 한 가지 걱정은 대중국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국교를 개통한 이래 30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올해 들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또 작년 무역흑자 293억 달러 중에서 83%인 243억 달러가 대중국 무역흑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대중국 무역적자는 심각한 상태를 말해준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인 이유는 대중국 수출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016년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떨어져도 적자 쌓이는 이유


물론 이번 무역적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 돌발 사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수입증가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대중국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진다면, 설혹 원자재 가격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무역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적자가 지속하는 경우, 초래할 경제적 위험요소를 어떻게 예방 혹은 해결해 나가느냐가 정책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첫 번째 위험은 외환부족으로 인한 대외부도의 위험성이다.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적자 금액만큼을 외환보유액이나 차입이나 혹은 유입된 해외자금으로 결제해야 하는데 만약 외환보유액이 적거나 차입을 할 수 없거나 혹은 해외유입자금이 부족하게 되면 대외적으로 부도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스리랑카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외환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물론 국제고금리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인데 같은 상황임에도 칠레나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는 외환 유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들 나라의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몇 개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무역적자 규모가 설혹 연간 4~500억 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의 10%에 불과한 적은 금액인데다가 내국민의 대외 채권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다. IMF 때나 혹은 2008년과 같은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저성장에 대비해야


▎스리랑카처럼 경제 체력이 약한 나라는 이미 원자재 수급이 망가진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내포하고 있는 두 번째 위험은 중국경제의 침체다. 중국은 2022년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표방하면서 강력한 경제봉쇄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대외무역이 급격히 위축됐다. 30% 가깝던 2021년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금년 상반기 중 14%로 추락했고, 수입증가율도 작년 30.0%에서 올해 상반기 6.4%까지 떨어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8%대 성장세에서 2022년 4%대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대중국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경제전망에 매우 부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및 한·미·일 협력강화에 따라 대중국 관계가 직·간접 마찰로 확대되는 경우, 그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역적자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세 번째 위험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대책이다. 이번 무역적자는 무엇보다도 수입원자재 가격의 폭등 때문인데 이로 인해 모든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 부진과 투자 위축에 국제적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인플레가 초래한 고금리 때문에 세계 경기와 무역이 최소한 1~2년 지속할 것은 분명해 보이고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울 것이 확실하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이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치면서 우리나라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는 상당기간 지속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여파로 성장도 지체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에서 촉발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대중국 수출 부진이 빚은 무역적자를 타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케인스 교과서적 방법은 소비를 줄여서 수입을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세금을 올리고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추천한다. 세금을 올리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따라서 수입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축소된다.

또 금리를 올려도 투자가 줄고, 또 차입에 의한 수입을 억제해 수입을 줄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약 40년 동안 미국은 내수 조절을 통한 무역적자 축소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내수 위축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는 경기 침체를 수반하고 동시에 일자리를 심각하게 줄이는 폐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정책이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이런 방식 대신 공급 요인을 촉진해 수출 경쟁력을 살리고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소위 ‘공급주의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이다.

공급주의 경제 정책의 첫 번째 올바른 단추는 과감한 관세 인하 및 부가가치세 인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살리는 방법이다.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낮추면 수출 경쟁력도 생기면서 동시에 물가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부가가치세를 2%p 인하하면 거의 1% 정도 물가가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물가도 안정되면서 낮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 진작도 일어날 것이므로 수출증가, 물가안정 및 고용 경기 활성화의 삼중적인 긍정 효과가 발생한다.

중소기업 친화적 수출 환경 만들자

공급주의 경제 정책의 두 번째 대안은 과감한 규제 철폐다.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비용도 낮추면서 고용도 증대시킬 수 있다. 특히 수출과 관련된 규제라면 더 과감하게 철폐시킴으로써 물가안정, 경기 활성화 및 수출 증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쓰러져가던 1970년대 미국 경제를 바로 세운 정책이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대대적으로 도입한 규제개혁과 감세 조치였다.

이런 공급주의 경제 정책에 더해 세 번째 제기해야 할 정책 대안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일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중국 쏠림현상은 반드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설정해야 하겠지만, 한국 경제의 교역체계를 보다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소원했던 일본, 인도,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남미 등 새로운 교역 파트너를 발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제개발 계획시대인 1990년대 초까지 대미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의 첫 단계를 이루고 2022년까지 중국과의 교역을 바탕으로 성장의 제2단계를 이룩했다면,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를 벗어나 세계를 상대로 한 3단계 교역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체 수출 6400억 달러의 20%에도 못 미치는 1160억 달러의 중소기업 수출 기회를 획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늘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촉진 정책에서 보다 중소기업 친화적인 수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자본 및 인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확장 정책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 신세돈 - 미국 UCLA에서 경제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조사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89년부터 숙명여대에서 33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세종대왕의 통치 업적을 분석한 [외천본민]을 저술했으며, 중국 고대 역사서[자치통감]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202209호 (2022.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