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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연료비 부담 덜어낸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 

가득 주유하면 900㎞ 이상 주행, 서울~부산 왕복도 가능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세련된 디자인과 널찍한 실내, 리터당 16.2㎞ 연비 눈길
우수한 가속력에 차음유리 확대 적용해 정숙성도 탁월


▎복합 연비 16.2㎞/ℓ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하반기에 7세대 그랜저를 출시한다. 7세대 그랜저는 현대차가 2016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변경 모델이다.

6세대 그랜저는 한국 시장에서 2017년부터 4년 연속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링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대란에도 8만9084대가 팔려나가며 한국 시장에서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2만6977대로 전체의 30.3%를 차지했다. 6세대 그랜저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5만8077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 기간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1만5662대다.

현대차는 지난 5월 6세대 그랜저의 마지막 연식 변경 모델인 ‘2022 그랜저’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충북 단양군까지 왕복 약 380㎞ 구간을 2022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운행했다. 시승 차량은 파노라마 선루프와 내장형 블랙박스(빌트인 캠) 등을 적용한 5000만원대 풀 옵션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장 큰 매력은 연비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름 값이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서민들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17인치 타이어에 빌트인 캠을 적용하지 않은 모델을 기준으로 ℓ당 16.2㎞다. 보조 배터리 등을 활용하는 빌트인 캠을 적용할 경우 전력 소모량이 증가해 공인 연비가 ℓ당 15.9㎞로 다소 감소한다.

빌트인 캠을 장착하고 18인치 휠을 적용한 시승 차량의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14.5㎞였다. 여럿이 운행하는 시승 차량인 탓에 해당 모델의 공인연비(14.9㎞/ℓ)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괜찮은 수치다. 가득 찬 연료 게이지 아래에 숫자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967㎞나 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연비 정보를 비롯해 에너지 흐름도, 에코 드라이빙 등의 하이브리드 전용 콘텐트를 보여주는 운전석 전면의 계기판이 센터페시아 상단의 12.3인치 LCD 클러스터와 일체형으로 어우러져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도 인상적이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내 온도는 물론 공기 청정 기능 등의 동작 상황을 그래픽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실내 공간도 널찍하다.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도 신장 180㎝ 이상의 성인 남성이 앉기에 충분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정돈된’이다. 고속 주행에서의 탁월한 가속력은 물론 뛰어난 정숙성이 단연 돋보였다. 연비 효율을 향상시키면서도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실현했다는 현대차 측의 설명을 체감할 수 있었다. 뒷좌석에 차음유리를 확대 적용하고 차량 하부에는 흡읍재 등을 보강했다는 설명답게 기대 이상의 조용함이 만족감을 줬다.

선호도 높은 안전·편의 사양 기본 적용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운전석 전면의 계기판이 센터페시아 상단의 12.3인치 LCD 클러스터와 일체형으로 어우러져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 사진: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여러 편의 사양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운전하자 센터페시아 상단의 LCD 클러스터에 ‘허리 보호 기능이 작동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허리 위주로 안마의자 기능이 작동하며 운전의 피로감을 한층 덜어줬다.

운행 중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공기 정화 기능을 작동한다’는 메시지가 센터페시아의 공조 컨트롤러에 표시되기도 했다. 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차량 내부의 공기질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자동 공기 정화 모드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평택제천고속도로(제천 방향) 충주시 인근에서는 구간 단속 등을 감안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했다. 버튼을 누른 시점의 속도인 시속 100㎞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가고서기를 반복했다. 제천JC까지 약 35㎞ 거리를 핸들만 잡고 운행했다. 시승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곧 현실이 될 것 같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열악한 주행 환경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단양군 석회석 광산 인근의 구불구불한 급경사 오르막길을 부족함 없이 치고 올라갔다. 내리막 구간에서의 쏠림 현상도 거의 없었다. 왕복 1차선 도로에서는 차로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이 중앙선 침범 등을 막아줬다. 과속 방지턱 구간에서는 굳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다소 물컹한 느낌의 브레이크 페달은 아쉬웠다. 급정차 시 평소 운전할 때보다 다리에 힘을 더 줘야 했다.

서울로 돌아와 확인한 계기판의 평균 연비는 14.6㎞/ℓ로, 첫 출발 때보다 연비가 0.1㎞ 향상돼 있었다. 운행 내내 에어컨을 작동하고 연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운전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성적표였다. 400㎞ 가까이 운행했음에도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551㎞나 됐다. 엔진과 모터를 적절히 활용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을 바탕으로 연비 절감을 고려해 운전한다면 ‘한 번 기름 넣고 서울~부산 왕복’도 가능할 것 같았다.

보행자 배려한 ‘가이드 램프’ 기능


2022 그랜저는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를 배려하는 편의·안전 사양을 두루 갖췄다. 후진 가이드 램프와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대형차급에 주로 적용한 후진 가이드 램프는 차량 후진 시 LED 가이드 조명을 후방 노면에 비춰 보행자와 주변 차량에 차량의 후진 의도를 전달한다.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는 후진 주차 시 후방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브레이크를 제어해 주는 기술이다.

2022 그랜저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 차량 출발 알림, 하이빔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의 지능형 안전 기술을 기본 적용했다. 급제동 경보 기능,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후석 승객 알림 등의 안전 기술도 기본 사양이다. 내비게이션 기반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 트렁크,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하이패스 시스템 등의 편의 사양도 무조건 들어가 있다. 기존 그랜저 계약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도 높은 안전·편의사양을 확대 적용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2022 그랜저의 외부 디자인은 ‘날렵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차량 전면부는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 주간 주행 등이 일체형으로 어우러져 세련된 이미지를 갖췄다. 주간 주행등으로 적용한 ‘히든 라이팅 램프’는 시동을 끄면 그릴의 일부였다가 시동을 켜 점등하면 차량 전면부 양쪽에 별이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구현한다. 2022 그랜저의 측면부는 적당한 볼륨감과 함께 매끄러운 느낌의 캐릭터 라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후면부는 얇고 긴 리어램프를 통해 와이드하면서도 낮고 안정적인 인상을 구현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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