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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압승, 고개 숙인 ‘97세대 교체론’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인지도 부족, 단일화 불발로 대세론 못 넘어
■ 박용진 “세대교체 위한 노력 계속해나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박용진 의원, 최고위원들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서영교, 박찬대, 고민정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용진 의원, 정청래 최고위원, 송갑석, 고영인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목받았던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교체론’은 결국 미풍에 그쳤다. 8월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이 77.77%의 득표율을 기록,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였던 박용진 의원(22.23% 득표율)을 누르고 선출됐다.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새로운 얼굴이 당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세대교체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앞세워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처럼 민주당 역시 젊고 신선한 얼굴을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당내 목소리와 맞물려 97세대 정치인들의 출마 열풍이 이어졌다.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민주화 세대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보여줬던 정책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세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97세대 정치인들은 ‘낮은 인지도’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지사를 역임하고 대선 후보까지 역임한 이재명 대표와 대결하기에는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박용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97세대 후보는 이번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 전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86세대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점 역시 세대교체론이 바람을 키워가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97세대가 86세대의 ‘민주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진보적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86세대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크롱 사례 공부하고 벤치마킹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 후 박용진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도 세대교체론 바람이 미풍에 그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컷오프를 통과한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세부 사항에 이견을 보이면서 흐지부지됐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권역 합동 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단일화보다는 민주당의 새로운 세력·세대 등장,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하려 했으나 그게 되지 못해 아쉽다”며 “세대교체를 위한 노력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그 과정과 과제를 제대로 이뤄내기 위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실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9일 “국민은 젊은 정치인이 등장해 낡은 정치를 바꾸는 걸 바라고, 이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면서도 “민주당의 97세대 후보들이 젊다는 것 외에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화법과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기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향후 97세대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같은 성공 사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벤치마킹해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로 세대교체론의 성패가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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