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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3)] 민심과 더 멀어지는 국민의힘 내홍, 국민이 힘들다 

누구도 중재 못하는 이준석과 ‘윤핵관’ 전쟁 

일차적 진원지는 尹 대통령… 김건희 견제 능력까지 상실한 여당 ‘절체절명’
TK 등 보수 지지층도 외면… 정진석 비대위로 재출범했지만 불안 해소 못해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를 재차 출범시켰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연이은 가처분 신청으로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추석 연휴가 지나서까지 당이 삐그덕거리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으며, 국민의힘은 당이 비상사태라는 명목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무력화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을 통해 또다시 비대위를 발족시켰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참패하면서 발족한 정치 결사체인만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면서 대선 승리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김종인호(號)에 몸을 실었던 인물 중 이 전 대표를 비롯해 2030세대 청년이 많았다. 이 외에 민주당 뿌리를 가지고 있었던 인사들도 일부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당의 외연이 확대된 계기였다. 2020년 하반기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 실패와 당내 의원들의 개인 비리와 의혹으로 침몰하는 사이, 국민의힘은 그 반사이익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어떤 이유였든 2021년은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돋보이는 한 해였다. 2021년 3월에 발생한 LH 부동산 사태 여파로 국민의힘은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반대로 민주당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끝내 정권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6월에는 더 큰 파란이 일어났다. 30대 중반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대 당대표는 처음이었다. 이 전 대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당의 영토를 확대해나갔고 결국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 승리라는 혁혁한 성적표를 받아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의 내부 당권 투쟁으로 미증유의 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 내분의 일차적인 진원지는 윤 대통령이다. 당의 내홍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이 전 대표와 윤핵관 간의 당권·감정 다툼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대선 본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했다. 게다가 본선 후보가 되고 난 이후에도 양당 후보가 경합하는 민감한 상황 속에서 두 번이나 후보와 등을 지고 잠행하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누가 보더라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사이에 ‘꿀케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었다.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갈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 국정 운영 지표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에서 40%대로 주저앉는 시점이 6월 28~30일 조사에 나타나는데 이때가 이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로 논란이 점화되기 시작한 때다. 당 윤리위가 7월 7일로 연기됐고 결국 이 회의 직후 이 전 대표는 중징계를 받았는데 7월 5~7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취임 후 두 달여 되는 시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직후 지지율이 크게 폭락한 경우가 있었지만 내부 요인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사태’로 외부적 요인이 주원인이었다.

尹 역대 최저 지지율, 당내 사태와 연동


7월 말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폭망’해버린다. 이 당시 지지율 하락에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취학 연령’ 학제 개편안 영향이 결정적이었지만 국민의힘 당내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엄지 척’ 이모티콘을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한 시점이 바로 이 7월 말이었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던 윤 대통령의 의중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갈등은 재차 점화했다. 8월 13일 이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을 ‘이 XX, 저 XX’라고 칭했다고 밝히며 맞불을 놨다. 이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대표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낯뜨거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여과 없이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하락의 변곡점이 되는 지점에 당의 내홍이 자리 잡고 있다.

출구 없는 논쟁 국민에 생중계되며 지지율 추락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정면충돌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쓰러지거나 양쪽을 중재하는 협상이 나와야 하는데 어떤 해법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새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당헌 개정을 통해 가처분 인용의 허점을 보완했다지만 이 또한 미봉책일 뿐, 추가 가처분마저 인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출구 없는 무한논쟁이 전파를 통해 국민에 생중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이 지지율에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물어봤다. 대선 이후 그리고 대통령 취임 직후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10%p 이상 앞서는 결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난 직후인 6월 7~1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진다. 압승이라는 결과를 감안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결과다. 바로 이때가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었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자 정진석 당시 국회부의장이 이 전 대표를 정면으로 저격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 시점은 정 부의장이 이 전 대표 측근으로 성남 분당지역구 위원장을 거머쥔 정미경 당시 최고위원을 향해 ‘당협쇼핑’을 하는 것이냐며 맹비난을 가한 때였다. 이때부터 데드크로스의 여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 전 대표가 징계를 받는 시점인 7월 4~8일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 41.8%, 국민의힘 지지율 40.9%로 역전당하는 결과마저 나오게 된다. 격차는 재차 벌어져 비대위가 최초로 추진됐던 8월 초,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10%p 이상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8월 29일~9월 2일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10%p가량 앞서는 결과로 나오며 지지율 침체 상황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이후 세 차례 연거푸 선거에서 이긴 집권여당의 부끄러운 지지율 현주소다. 아무리 다음 전국 단위 선거인 국회의원 선거가 2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당헌 개정 통한 비대위 부적절‘ 여론 55%


국민의힘 내홍의 가장 두려운 점은 언제 끝날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어느 누구도 중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무제한적이다.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여러 인물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성배가 아닌 독배를 마시겠다’는 정 부의장이 새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나섰고, 당의 각종 현안에 대해 정면돌파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새 비대위 출범을 선포했다. 하지만 앞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만약 정 비대위원장까지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 된다면 파장은 더욱 확산돼 더는 비대위로 당의 내홍을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여기에 더 중요한 기준은 국민 여론이다. 국민 여론은 시종일관 국민의힘 당내 내홍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 전 대표가 문제가 있더라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따질 일이지 정치적으로 몰아내는 모양새를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는 반응이다. 오히려 분노하는 모양새다.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5~7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다. 전체 응답 결과로 ‘당내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란 답변은 27%,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따르지 않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응답자들은 ‘비대위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더 높았지만 압도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수 정당의 텃밭이자 아성인 대구·경북의 여론은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7%로 나와 ‘적절하다’는 응답 26%보다 더 높았다. 국민의힘 비대위 운영에 대해 지지층마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입장이다.

김건희 관련 파장 최소화해야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강사 임용 허위사실 기재 등 기존 의혹에 더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고가의 보석을 착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당내 갈등의 진원지가 되는 이슈가 또 있다. 바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다. 김 여사는 대선 때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과 재산 증식 그리고 대학 강사 채용 지원서 허위 기재 의혹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중 상당 부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고 새로운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국민대 박사 학위 논문과 함께 숙명여대 석사 학위 논문 논란이 전면에 부상돼 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등 대외 행사에서의 고가 보석 착용 논란과 관저 리모델링 사적 발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9월 1~9일까지 ‘김건희’로 검색 추이를 분석해보면, 최근의 논란이 빅데이터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감성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표절’이 가장 큰 비중으로 연결되는 감성어였고, 그 외에 ‘의혹’, ‘매수하다’, ‘범죄’, ‘허위사실’, ‘혐의’, ‘학력위조’, ‘위조’, ‘고가’, ‘분노’ 등의 감성 연관어가 등장했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주는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조차 견제 기능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여사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인사까지 영향을 준다는 항간의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렇게 되면 작금의 국민의힘 내홍 사태는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대결뿐만 아니라 김 여사에 대한 견제와 감찰 능력조차 상실한 여당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앞날은 오롯이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문제, 그리고 김 여사와 관련된 파장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당내 갈등의 진원지이자 이슈가 되고 있다. / 사진:썸트렌드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210호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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