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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와 남북 경협의 미래 

경협이 이끄는 ‘남북의 봄’은 허상이었나 

2008년 관광 중단 이후 남측 정부·기업 투자금 손실 2조원 넘어
폐쇄적 사회주의 체제와 비정치적 협력의 위험성 교훈 삼아야


▎2019년 10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지시로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을 몰수하거나 동결한 뒤 직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의 마지막 쇼트 홀은 주말 골퍼들에게 꿈의 홀이었다. 그린에 공을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홀로 굴러 내려가는 깔때기 구조였다. 하지만 남측 주말 골퍼들이 깔때기 홀에 공을 올려 마지막 버디를 기대하는 장면은 물 건너갔다. 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18홀)과 리조트(96실) 단지를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달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건설 당시 골퍼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아난티 골프장과 리조트는 국내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850억원을 투자해 건설했다. 대한민국 민간에서 자본을 투자해 북한에 만든 유일무이한 골프장이다. 2004년 11월 착공해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관광특구 160만㎡ 부지에 완공됐다. 투자는 에머슨퍼시픽(주)에 의해 진행됐다. 에머슨퍼시픽(주)은 현대아산으로부터 금강산 골프장 및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을 받아 리조트 사업을 진행했다.

골프장은 전장 7547야드, 18홀 규모로 조성됐으며 세계 최장 홀(1014야드)인 3번 홀과 14번 깔때기 홀이 유명했다. 리조트 부대시설인 노천 온천을 겸비한 자쿠지 빌라는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금강산과 관동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삼일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대회가 열렸으며,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정회원들이 시범 라운딩을 하면서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일부 골퍼는 금강산 일만이천 봉을 바라보며 공을 날리는 기분이 최고였다고 회고했다.

2조원 넘는 금강산 관광 투자금 허공으로


▎골프·레저 기업 아난티가 2004년 85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금강산 골프장은 2008년 7월 개장을 앞두고 터진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문에 정식 개장조차 못하다가 지난달(8월) 북한 당국에 의해 시설이 철거됐다.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은 2008년 여름 오픈을 앞두고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돼 정식으로 개장하지 못했다. 2010년 4월에는 북한이 자산을 동결하면서 남측 관계자들을 추방하고 문을 잠가버렸다. 북한은 금강산 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중국인에게만 개방하는 리조트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먼 데까지 골프를 치러 오는 중국인이 있을 리 만무하다. 중국에는 해남도, 마카오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골프 도박 리조트가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놀거리도 부족한 금강산까지 와서 골프를 칠 이유가 없었다. 몇 차례 대만 관광객이 단체관광을 오기는 했으나 골프보다는 폐쇄적인 북한에 대한 호기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철조망 관광, 통제 관광이라는 별칭이 붙은 금강산에서 구태여 골프까지 즐길 여유는 없었다. 마침내 금강산 골프장은 내장객이 없어 결국 철거되는 비운의 골프장이 됐다. 요즘 남측의 골프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장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금값인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2000년에 개장한 해금강호텔 등 7800억원이 투입된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도 좌초됐다. 한국관광공사에서 1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문화회관, 온천장은 물론 대한적십자사가 남북협력기금 54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12층 규모의 이산가족면회소 등 21개 시설물도 철거 및 개조됐다. 이곳에 투자한 마트, 주유소 등 49개 중소업체도 1933억원을 손실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 소방서 건립, 도로 개설, 사업권 대가 등 부대비용은 계산하기도 어렵다.

1998년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에 ‘합의서’가 체결돼 11월 해로관광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3년 9월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2007년에는 내금강 지역으로 관광 지역이 확대됐다. 남한 사람 175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하지만 관광 중단 후 2조원 상당의 적지 않은 투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공산주의 이념을 간과하고 민족만을 앞세운 무모한 비즈니스에 대한 값비싼 수업료였다.

금강산 투자 기업인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14년째 중단 상태인 금강산 관광은 더는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다며, 차라리 ‘남북경협청산특별법’을 제정해 자산과 부채를 청산해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를 비롯한 기업인들은 관광 중단 14년째인 지난 7월 12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 전액 지원과 대출금 및 이자 전액 탕감’을 요청했다.

이제는 청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인 대다수의 의견이다. 역대 정부가 주장하는 통치행위로 투자기업의 잘못 없이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투자금과 대출금, 이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의 투자자산 몰수 조치에 대해서는 남북한 당국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인들 자체 추계로 북한이 몰수한 남측 자산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관광 중단 14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지원한 운영자금 명목의 대출금과 이자를 100% 탕감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금강산 관광 당시 경협보험제도가 없어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데도 개성공단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협보험 미가입 기업에 대한 투자자산 확인 피해액의 45% 지급 기준을 적용한 것은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08년 7월 12일 관광 중단 ▷2010년 5·24 조치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모든 남북 경협이 중단됐고, 북측은 2016년 3월 금강산을 포함한 대북 투자기업들의 투자자산을 몰수했다”며 “지난 20년 넘게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남북 민간 경협의 뿌리가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고 허탈감을 표시했다.

북한은 왜 멀쩡한 금강산 관광 시설을 전격 철거했을까? 2019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은 갑자기 눈 덮인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나타났다. 리설주와 군 간부를 대동한 요란한 백두산 등정 쇼는 항일 빨치산을 연상케 해 우상화 극대화를 노렸다. 김정은의 백마 탄 사진이 [로동신문]에 게재되자 대북 전문가들은 긴장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들이 제시되고 ‘세상을 놀래우는 사변’들이 일어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선대의 결단에 “너절한 시설” 이례적 비판


▎금강산 골프장 숙박단지를 촬영한 4월 9일(왼쪽)과 17일 위성사진. 9일까지 온전했던 숙박단지의 중심 건물과 건물 6개 동이 17일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플래닛랩스 캡처
일주일 만에 드러난 폭탄선언은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였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이라고 선전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혹평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는 “금강산에 대한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선대의 정책을 대남 의존적이라고 정면 비판한 것은 북한에서 이례적이다. 김정일이 합의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지시 이후 20개월 만에 금강산은 원위치됐다. 금강산 관광 당시 멀리서 바라본 온정리 북한 마을은 가난이 덕지덕지 붙은 모습 그대로였다. 온정리 협동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농민들의 허름한 차림은 조선 제일의 명산이라는 금강산의 경치와 맞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금강산 관광에 나선 남조선 관광객들이 매우 낯선 존재였을 것이다. 당시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버스 기사는 연변에서 온 조선족들이었다. 북한 기사들이 남측 관광객과 밀접 접촉하는 것이 불순(?) 정보 확산의 창구가 될까 우려한 북한 당국의 조처였다. 당시 안내원들은 통일전선부 소속으로서 남측 관광객을 대상으로 1998년과 2003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탐문하는 등 북한으로서는 남한 여론 파악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연을 뒤로한 채 민간인 관광객이 군인의 총격으로 피살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북한의 사과도 없이 금강산 관광은 종료됐다.

문을 닫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이제 다시는 금강산에 거액을 투자할 기업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의의는 수익 창출에 있다. 실패한 사업에 상황이 급변하지 않으면 무모하게 다시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돈에 정확한 꼬리표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1978년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개혁 개방을 선언하고 상하이 등 14개 항구를 개방하며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가 선언한 개혁 개방의 진정성을 의심하던 외국 자본이 실제로 움직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외국 자본 10억 달러를 유치하는 데 거의 10년이 소요됐다.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자본은 움직이지 않는다. 돈을 버는 데 확신이 서면 자본가들은 전쟁터라도 투자를 감행한다. 하지만 통제와 규제 등 교조적인 이념으로 무장한 불확실하고 경직된 체제에서는 이윤에 민감한 자본이 움직일 수 없다. 20여 년 만에 막을 내린 금강산 시설 철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남북 신뢰 구축은 물론 경제협력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주었다. 아난티 측은 “금강산 사업이 종료돼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보유 중인 전체 자산이 1조3000억원이 넘고,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나 된다”며 “507억원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지속해서 손상되는 것보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난티는 계속해서 금강산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진 이후 사업 지속에 고심했다.

정치 상황 무시한 비정치적 협력의 한계 보여줘


▎2003년 9월 금강산 육로 관광이 개시될 당시 철책선을 건너는 남측 관광버스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래 남측 공공·민간의 투자비 손실은 2조원이 넘는다.
아난티 남해, 아난티코브, 아난티 코드 등의 이름으로 리조트를 운영하는 아난티는 당초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금강산 골프장 및 리조트 방문에 대한 홍보 마케팅으로 회원권 모집을 대규모로 진행해왔다. 이중명 아난티 회장 겸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2021년 6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2025년 골프 세계선수권 남북 공동유치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강산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이 좌초하면서 먼저 회원권을 구매했던 회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마침내 아난티는 대북사업이 국내 및 해외 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전격 정리했다. 장부상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자산이 역설적으로 미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청산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향후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어떤 정부라도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북한에 투자하도록 무리하게 기업의 등을 떠미는데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장밋빛 전망으로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둘째, 남북한 당국 간의 합의서도 평양의 변심으로 한순간에 휴짓조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3년 발효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조정 및 청산결제 등 4대 경협 합의서는 국제규범을 모방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경제협력이 정치적 화해를 가져온다는 유럽통합 방식의 기능주의(functionalism) 접근은 한계에 도달했다. 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가득한 한반도에서 정치와 비정치 분야를 엄격하게 분리한다는 사고는 비현실적이다. 역시 비정치 분야의 통합이 오히려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6·25전쟁의 심각한 피해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미트라니(David Mitrany)가 주장하는 기능주의 이론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역시 남북한 경제 통합에 있어서는 정치 분야의 협력을 중시하는 신기능주의(new functionalism) 접근이 더 현실적이다.

북한의 관광지 자체 개발 주장은 비현실적


아무리 윈윈(win-win)하는 경제협력도 교조적이고 경직된 사회주의 이념 앞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 경계선을 넘어왔다고 군인들이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하고, 선군정치하에서 군인들의 행위에 대해 절대 사과할 수 없다는 북한의 교조적인 자세로는 관광을 지속할 수 없다. 평양에 관광 갔다가 식물인간으로 돌아와 열흘도 안 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불행과 박왕자씨 피격 같은 비극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북한이다. 관광은 평화산업이다. 생사가 위태로워지는 지역에서 관광은 지속할 수 없다.

셋째, 향후 금강산에는 남측을 대신할 투자기업은 물론 관광객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금강산 현지지도 뒤인 2019년 11월 “온 세상 사람들이 와보고 싶어 하는 세계 제일의 명산은 명백히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며, 북남 화해 협력의 상징적 장소도 아니다”며 “금강산을 우리식으로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고, 거기에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개적으로는 ‘우리식 개발’을 주장하지만, 북한 경제에는 금강산을 개발할 자본이 없다. 70억 달러를 투자해 금강산과 원산 일대를 최고급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구상은 몽상일 뿐이다. 금강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국제기업은 더더욱 없다. 찾아올 관광객도 없다. 세계 제일의 명산은 한국인에게만 해당한다. 스위스 알프스 등 세계적인 관광지의 가장 큰 특징은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관광 인프라와 자유로운 레저 활동이다. 무장 군인들이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지역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없다.

북한과 남한의 관광 개념은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 관광은 ‘외국인을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외화벌이 수단이다. 국내 주민은 ‘견학’이라는 단어를 쓰고, 교통이 열악해 주말에 자기가 거주하는 곳의 관광지를 가거나, 지역이나 단체에서 사상교양 위주로 하는 백두산(김정일 고향집), 묘향산(국제친선전람관), 금강산(삼일포-김일성·김정숙 권총사격 장소) 등의 전적지를 조직적으로 견학하는 게 고작이다.

북한 관광산업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굉장히 폐쇄적이었다. 당시 북한 정책의 목적은 ‘국가후생사업의 집중’이었고, 방향은 ‘대외 체제선전’이었다. 1985년에는 투자유치를 위한 5대 합작 분야 중 하나로 관광을 설정하기도 했다. 1985~1990년대 중반에는 조심스럽게 투자유치 정책을 펴면서 외화획득, 대외투자유치 및 체제선전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985년 5월 관광업도 국가재정 사업의 하나이기 때문에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관광총국이 정무원 직속으로 설립됐다. 1987년 7월에는 세계관광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체제의 폐쇄성을 고수한 채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행태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 철조망 관광은 이른바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홍색(紅色) 관광 개념이다. 과거 중국과 소련 등지에서 반짝 유행했었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은 착각이고 오판이다. 금강산은 한국인이 애호하는 명산일 뿐이다. 금강산에 무관심한 중국인들이 교통도 복잡한 지역까지 대규모 관광을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은 연초가 되면 우리의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르며 10대 명산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은 금강산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의 고객은 남측 관광객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히며 북한 비핵화에 당근을 제시했다. 식량부터 금융까지 경제의 전 분야에 걸친 종합선물 세트에 가까운 경제협력이다. 금강산 시설 철거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누가 담보하며 보장할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민간기업과 합의한 관광사업조차 일방적인 철거로 계약을 파기하는 평양과 비핵화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과제다.

북한 입장 두둔 말고 따끔히 지적해야

북측에 마지막 남은 우리 자산은 안동대마방직 등이 평양에 투자한 시설과 개성공단에 123개 기업이 건설한 공장들이다. 최근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자재 훼손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 시설의 운명도 금강산 관광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투자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2020년 300억원이 투자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하루아침에 폭파되는 현실이니 걱정이 태산이다. 협상에서 입만 열면 큰소리치던 민족 공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김여정이 나서서 남측 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만 할 게 아니라 평양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 북한과 경협을 주장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도 북한의 비정상적인 상거래 행태를 지적해야 한다. 북한의 상황 논리를 대변한다는 내재적 접근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평양의 일방적인 철거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북한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 남성욱 -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정보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한 뒤 2002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 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2210호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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