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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탐방]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비전 

“광주는 오랜 ‘노잼도시’… 활력 넘치는 ‘꿀잼도시’로 만들어보겠다”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영산강 중심 ‘Y벨트’ 구상 중… 복합쇼핑몰·관광시설·생태공원 등 익사이팅 사업 유치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하고 창업 활성화해 일자리 많은 ‘기회도시 광주’ 만들 것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의 시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시계는 그가 민선 8기 광주시장 임기를 시작한 7월 1일 0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주를 위해 단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집무실에 설치했다.
강기정(58) 광주광역시장 집무실에 들어서면 특별히 제작된 ‘광주의 시계’가 눈에 띈다. 이 시계는 그가 민선 8기 광주시장 임기를 시작한 지난 7월 1일 0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 시장의 임기인 4년(3만5040시간)이 지나면 시계의 수명도 다한다. ‘광주를 위해’ 단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시장실을 방문한 지난 9월 26일, 광주의 시계는 어느덧 2127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광주 북구에서 국회의원 세 차례,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지만 행정가로서는 첫 공직이다. 어깨가 무거울 듯했다. 강 시장은 “광주 5개 권역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미래산업특화단지를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과 조국 위했던 광주… 이제는 나를 위해”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강기정 광주시장이 9월 26일 오후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시정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취임 100일이 가까워온다. 어떤 시정 현안에 중점을 두고 있나?

“우리 광주광역시의 슬로건이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다. 여기서 말하는 ‘내일’은 ‘나의 일’이기도 하고 단어 그대로 ‘내일(來日)’을 뜻하기도 한다. 광주시민의 의식을 들여다보면 광주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민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등 만날 ‘누군가를 위해’가 우선이다. 정작 ‘나를 위해’라는 개념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늘 나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참고 살다 보니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다는 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는 지경이 됐다. 광주는 그야말로 재미없는 ‘노잼도시’가 돼버렸다. 취임 이후 광주를 내일이 있고 재미가 넘치는 ‘꿀잼도시’로 변화시키려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창업을 활성화해 광주를 내가 일할 기회와 내가 누릴 기회 등 ‘나를 위한 기회가 가득한 도시’로 만들 생각이다.”

구상 중인 ‘꿀잼도시’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광주시 지도를 살펴보면 알파벳 Y자 형태로 왼쪽에 황룡강, 오른쪽에 영산강이 흐르는 이른바 ‘Y벨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 Y벨트를 중심으로 광주를 기존 노잼도시에서 익사이팅한 꿀잼도시로 바꾸는게 목표다. 이른바 ‘영산강·황룡강 Y벨트 익사이팅 사업’을 통해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Y벨트 인근에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스포츠시설, 관광시설,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4대 테마존’ 대상지를 선정하는 등 타당성 용역을 8억여원을 들여 시작한 상태다.”

꿀잼도시가 되려면 사람들이 몰려들 만한 콘텐트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광주 대표 축제인 충장축제에 올해 특별한 킬러 콘텐트가 있다는데?

“세계적 유튜브 스타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버스커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글로벌 오디션 ‘버스커즈 월드컵 in 광주’를 연다. 전 세계에서 참가 신청한 25개국 120팀이 10월 8일부터 16일까지 현장 라이브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결선 무대에는 ‘버스커즈 뮤지션’ 16팀이 오르는데, 우승자에게는 상금 1억원을 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참가 신청이 쇄도해 광주에서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가 늘어간다. 시민이 일할 기회는 어떤 식으로 늘릴 생각인가?

“고민이다. 우선 창업 등을 활성화해 광주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광주시의 GRDP는 2020년 기준 약 42조원으로 열악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의 5개 권역을 중심으로 신경제지도를 그려둔 상태다. 우선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입주한 빛그린산단 주변은 미래형 자동차산업 복합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첨단산단 인근은 인공지능(AI)·반도체산업 특화단지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등이 있는 동구 인근은 의료산업 복합단지로 키울 구상이다.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본사와 인접한 광주 남구는 에너지산업특화단지로, 마지막으로 광주시 지도의 한가운데 위치한 광주공항 인근은 마이스(MICE, 기업 회의·포상 관광·국제 회의·전시)산업 복합단지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지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전남도와 협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맞다.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은 광주와 전남의 민선 8기 상생 1호 협력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9월 27일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공동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광주·전남이 원팀이 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의 판을 키운다. 저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지낸 김종갑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성택 전남대 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추진위는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기업 유치와 정책 수립, 반도체 인재 양성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광주·전남은 지역 주력 산업인 AI와 전력, 자동차 등과 연계한 특화단지를 시도 접경 지역에 조성할 계획이다. 특화단지가 조성되면 광주·전남은 첨단 전략 산업의 중심지가 되고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창출된다. 광주와 전남은 9월 30일 새 정부 첫 예산 편성에서 반도체 관련 예산 143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정부 예산과 별도로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5억원씩 투입해 특화단지 대상지 등을 선정하기 위한 타당성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위해 전남도와 광폭 협력”


▎김영록(왼쪽부터) 전남도지사, 정성택 전남대 총장, 김종갑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강기정 광주시장이 9월 27일 광주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공동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광주광역시
반도체 특화단지를 시도 접경 지역에 만들려면 전남도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그렇다. 광주시청 기획조정실에 광역협력을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로 둔 이유다. 광주시가 구상하는 5개 권역 중심의 신경제지도에 광주는 물론 전남이 구역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신활력추진본부를 신설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남도와의 협력, 상생과 관련해 최근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 문제를 놓고 19년간 화순군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됐다. 광주시가 조금 양보하면 될 일을 오랜 기간 끌어왔다. 10월 말 화순군에 동복댐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을 이양하는 협약서에 최종 서명하는 단계만 남아 있다. 동복댐 상수원보호구역은 행정구역은 화순군에 속하는데 관리는 광주시가 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곳이다. 동복댐은 광주시민의 약 60%가 사용하는 식수원인지라 피해 보상 등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을 넘기기로 협의했다.”

피해 보상 등에는 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일부 시민의 불만도 있을 것 같다.

“광주시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남도민은 결혼 등 경사가 있을 때 대부분 광주에서 치른다. 주말이면 여가를 보내려고 광주를 찾는 이도 많다. 경사는 손님이 많이 사는 지역의 대도시에서 치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광주에서 많은 돈을 지출하는 셈이다. 거기에다 광주는 전남의 베드타운 역할도 한다. 경기도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가 많은 수도권과 반대로 우리 지역에서는 광주 집에서 전남지역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이가 상당히 많다. 이리저리 따져보면 광주가 전남에 베풀어야 할 게 많다. 광주시민은 전남을 조금만 더 키워주면 우리에게도 이득이라는 식의 마음씀씀이를 가져야 한다.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전남 나주시로 이전하면서 인접한 광주 남구의 집값이 오른 게 사실이다. 광주 남구가 한전 직원 등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민이 조금만 양보하면 광주·전남이 상생할 수 있다.”

“복합쇼핑몰 유치, 조만간 좋은 소식 있을 것”


▎강기정(가운데) 광주광역시장이 7월 4일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찾아 박광태(왼쪽) GGM 대표 등과 캐스퍼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강 시장은 GGM이 입주한 빛그린산단 주변을 미래형 자동차산업 복합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 사진:광주광역시
광주 군 공항을 이전하는 방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 부분에서도 전남도와 협치가 가능한가?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특정 지역으로 옮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 군 공항 통폐합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에 군 공항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광주 군 공항을 기존 군시설과 통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 안보를 위한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엄밀히 얘기하면 국방부 소관이다.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지자체 예산만 들이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현 사업 추진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이 국가 주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 근거 등을 담은 ‘광주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된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해서는 진척이 있나?

“현대백화점그룹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광주에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최근 시청 관련 부서와 자치구가 참여하는 ‘복합쇼핑몰 신활력행정협의체’를 공식 출범했다. 광주에 투자하려는 유통사업자 지원은 물론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한 전 과정을 시민과 시의회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전 검토와 시민 공개 과정 후 사업 추진 단계에서 도시계획·환경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상권영향평가·건축위원회심의 등의 행정 절차를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원스톱 행정 처리를 유통사업자에 지원할 예정이다. 각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제안서를 접수하는 단계이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골목상권 붕괴를 우려한 지역 소상공인 단체 등의 반대 여론이 많았다.

“과거와 달리 지역 젊은 세대는 물론 시민 대다수가 광주에도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대형쇼핑몰이 생기면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는 과하다는 생각이다. 특정 지역에 생긴 쇼핑몰 방문을 위해 해당 지역을 찾는 외지인이 증가하면 인근 상권도 덩달아 활성화한다는 조사결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더 이상 쇼핑 위주의 공간이 아니다. 식당과 극장은 물론 워터파크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공존하는 테마파크가 최근 복합쇼핑몰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의 일부 반대 여론은 의견 수렴과 설득 등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지역 현안 가운데 백운광장 지하차도 설치와 지산IC 존폐 여부도 시민의 주요 관심 사안이다.

“시장 취임 뒤 가장 안타까웠던 게 광주시가 안전불감증에 빠진 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모 건설사의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두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탓이다. 이 때문에 안전 문제만큼은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정 철학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게 백운광장 지하 차도 설치 문제와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IC) 개통 결정 여부다. 우선 기존 백운고가도로 철거로 상습 정체 구간이 된 백운광장에 지하차도를 설치하는 공사는 일부 안전성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관련 전문가집단 등과 면밀히 검증한 결과 안전 대책 보완을 전제로 계속 추진해도 이상이 없겠다는 판단하에 공사를 계속하도록 조처했다. 주변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한 일부 주민의 반대와 관련해서는 설득 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대신 완공 뒤에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산IC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운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1차로 진출 방식으로 시공한 탓에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많다. 77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모 대학 연구팀에 지산IC 진출로 교통사고 예측·위험도 평가 용역을 맡긴 상태다. 내년 1월께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 등 실험 결과가 확보되면 검토 등을 거쳐 지산IC의 전면 시설 폐쇄 또는 후속 교통안전 대책 조치 후 개통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尹 정부, 지방 균형 발전 정책 적극 추진해야”

광주 동구 등 구도심 활성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구 등 다른 지역과 달리 광주는 그동안 구도심을 완전히 방치하면서 신도심 택지 지역을 조성하는 데만 신경을 써왔다. 그 결과 신도심에 비해 주거 환경이 열악한 동구와 북구 일부, 남구 일부 등은 아파트 공실률이 높고 집값도 좀처럼 오르지 않아 주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낙후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사안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사안부터 차근차근 진행해나갈 생각이다. ‘광주역 창업벨트’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광주역이 자리한 북구의 전남대에는 AI 스타트업 등이 꽤 많이 입주해 있다. 또 인근 동구 구도심에도 AI 기업이 많다. 광주역을 중심으로 AI나 웹툰·애니메이션 등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조성하면 낙후된 구도심이 자연스럽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중앙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균형 발전을 모색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예비타당성 면제나 재정 분권 방식으로 상생을 도모했다. 윤석열 정부도 산업과 교육 등의 측면에서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대신 지방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대학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등을 개설해 우수 인재가 수도권에만 몰리지 않도록 조처해주길 바란다.”

- 진행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na.kwonil@joongang.co.kr / 정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장정필 객원기자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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