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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NEW리더] 尹 정부 노동 정책 중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노란봉투법, 위헌 소지 많아… 자본주의 근간 흔들릴 수 있어”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불법파업 조장법이 정확한 네이밍… 법안 통과되면 국민 반발 불러올 것”
한국노총 출신으로 27살 때부터 노동운동… 재선 국회의원으로 맹활약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15일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2년 막바지, 21대 국회에서 가장 논쟁적 법안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노란봉투법’일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을 일컫는 이 법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히 둘로 나뉜다. 정부 여당과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권과 노동계는 “진정한 노동존중사회를 구현하려면 필요한 법”이라고 맞선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인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전선(戰線)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될 전망이다. 야권은 11월 17일 공청회 이후 노란봉투법을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과연 국민의힘은 거대 야권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11월 15일 환노위 여당 간사이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노조 인사이더의 이익만을 위한 개정”


▎임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가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백경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이미 법으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 제3조에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야권은 지난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이후 노조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도록 노조법 제2·3조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법 개정은 노동 3권이나 기본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또 노조에 가입된 인사이더의 이익만을 위한 개정이다.”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해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졌다면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도록 하며, 제3조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에도 사용자(기업 등)가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노조법 제2조가 개정돼 하청 노동자들이 교섭 상대방으로 원청을 지명한다면 원청은 1년 내내 교섭만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수많은 대리점을 가진 CJ택배가 모두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또 노조법 제3조가 개정되면 기업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다. 이는 헌법 제23조의 재산권과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750조에 어긋난다. 자칫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

헌법 소원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의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 노조법 제3조 개정안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헌법상 비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 이렇듯 위헌적 요소가 큰 법안을 만약 국회가 통과시킨다면 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시작은 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법 파업을 벌인 쌍용차 근로자들이 46억8000만원을 회사에 배상하게 되자 2015년 4월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 들어 잠잠하던 노란봉투법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을 계기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양대 노총 방문해 추진 의지 밝혀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산하 20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이자(오른쪽) 국민의힘 간사와 국회정책연구원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불법을 보호하는 법이 되지 않도록 보완 입법하거나 시정·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1월 17일 공청회가 열린다. 찬반 논쟁이 굉장히 뜨겁게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규범인 헌법을 거스를 순 없는 것 아니겠나. 나는 국민께서도 위헌적인 이 법안을 반대할 거라고 본다. 논의 과정에서 이 개정안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지적하고, 야당 의원들과 충분히 대화해 합리적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란봉투법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에서 “정의당은 이번 정기 국회를 노란봉투법을 입법하는 ‘옐로 윈터’로 만들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야권이 의석수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는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때처럼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최근 집단지성이 무너진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기 때문에 그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도 여권보다 야권 소속 의원의 수가 더 많다. 만약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 쪽에 남는 건 대통령 거부권뿐이다.”

건강하고 상생하는 노사관계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법과 원칙이 정착된 산업 현장이다. 한국 사회의 노동운동은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고 산업 현장의 불공정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특정 사업장 내 노사 갈등이 전체 노사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지금도 노사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동운동가’와 ‘소녀 가장’ 그리고 ‘자수성가’는 임 의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경북 상주 화북면 산골 화전민의 딸로 태어난 그는 화령고를 졸업한 후 곧바로 안산 소재 공장에 취업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이후 27살 때 노동운동을 시작해 한국노총에서 경기본부 상임부의장, 경기본부 여성위원회 위원장, 여성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까지 올랐다. 이러한 노동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지금은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경북 상주·문경) 의원으로 성장했다.

국회의원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와 시점은?

“처음 꿈꾸게 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시골에서 학교에 다녔는데, 상주 지역 국회의원이던 김윤하 전 의원 사진이 붙어 있는 달력을 받은 적이 있다. 그걸 보고 막연히 ‘나도 국회의원을 한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10만 명이 모여서 머리띠를 매고 목청껏 권리를 주장하는 것보다 국회의원 1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닫고 오랜 기간 준비해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어느덧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후를 비교했을 때 본인에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를 뽑아준 우리 상주·문경 주민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절을 자주 올린다. 우리 지역에는 어르신의 수가 많다. 그분들이 ‘국회의원이 큰절하는 걸 거의 보지 못했는데 신기하다’며 많이 좋아해주신다. 노동운동하던 때와 비교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

지역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에 팔 걷어붙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15일 인터뷰에서 “정도정심(正道正心)의 마음으로 항상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 있다면?

“‘바른 마음을 갖고 바른길을 간다’는 정도정심(正道正心)이다. 나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격 요건 세 가지를 꼽으라면 첫째 열정, 둘째 책임감, 셋째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균형 감각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노총 소속이라면 한쪽 편에 서는 게 맞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이러한 점 때문에 정도정심의 마음으로 항상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공동본부장을 맡아 정권교체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비정상적이었던 나라를 정상적으로 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대선에 임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워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안타까운 순간을 꼽는다면?

“얼마 전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다. 공직자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께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정 인터넷 매체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실명을 공개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가족이 원치 않는 실명 공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실명을 공개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유가족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실명 공개는 2차 가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왜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건지 정말 원망스럽다. 이름과 사진 공개 여부는 오롯이 유가족의 몫이지 특정 매체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연구하거나 관심을 두는 분야가 있다면?

“경북 지역의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우리 상주·문경은 소멸 위험군에 들어가 있을 정도다. 출산율을 높이려 해도 뾰족한 수가 없고 인구 유입도 쉽지 않다. 젊은 사람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안 되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당장 이민청을 만들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지역 대학이 외국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면 그 학생의 부모에게 광역별 취업 비자를 주는 정책이다. 외국인 부모는 지역 일손이 되고, 외국인 학생은 졸업 후 우리나라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유익하리라고 본다. 현재 우리 지역에 시범적으로 도입해보기 위해 연구 중이고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농촌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과도 합심해 추진할 계획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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