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전에 고무된 바이든 대통령, 조기 레임덕 피해갈 듯트럼프는 공화당 부진에 분노… 차기 대권 도전도 위태로워져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존 페터만 민주당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후보를 지원했다. 민주당은 최대 접전지로 꼽혔던 펜실베이니아에서 친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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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정치 성향을 색깔로 구분한다. 빨강(red)은 공화당을, 파랑(blue)은 민주당을 각각 상징한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복을 입을 때 빨간색 넥타이를 주로 맨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는 흰 글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빨간색 모자를 쓰고 유세장을 누볐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로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할 때 파란색 넥타이를 맸고 영부인 질 바이든은 파란색 계열 코트와 원피스를 입었다.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장하는 색이 처음부터 빨강과 파랑으로 정해졌던 건 아니다. 1976년 처음으로 ‘선거 지도’를 만든 NBC 방송은 민주당을 빨강, 공화당을 파랑으로 표시했다. 이는 영국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빨간색, 보수당은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공화당=빨강, 민주당=파랑’으로 고정된 것은 조지 W. 부시(공화당)와 앨 고어(민주당)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때부터였다. [뉴욕타임스]와 [USA 투데이]는 이때 처음으로 양당의 색깔을 적용한 선거 지도를 만들었다. 당시 아치 체 [뉴욕타임스] 수석 그래픽 편집자는 “공화당을 빨강으로 표현한 이유는 레드(red)의 첫 글자는 ‘r’이고 공화당(Republican)도 ‘R’로 시작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빨강과 파랑이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을 표현하는 색이 됐다.미국은 공화·민주 양당 체제이기 때문에 선거철이면 방송 화면들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 찬다. 유세장도 양 정당을 지지하는 색깔로 구분된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red wave·빨강 물결)’ 또는 ‘블루 웨이브(blue wave·파랑 물결)’가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 이유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막강한 의회 권력으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11월 8일(현지시각)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 이번 중간선거는 하원의 경우 의원 435명 전원을, 상원의 경우 전체 100명 중 35명을 다시 뽑았다. 주지사의 경우 전체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에서 선거가 실시됐다. 주요 선거 분석 기관들은 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민주당에 최소 10~30석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공화당은 40년 만에 미국을 강타한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에 대한 불만 때문에 대승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과반(218석)을 겨우 넘기면서 신승했다.
예상보다 약했던 경제심판론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네바다주에서 민주당 캐서린 콜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이 공화당 애덤 랙설트 후보에 승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50석, 공화당은 49석을 각각 확보했다. 최종 승부가 가려지지 않은 조지아주의 경우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주법에 따라오는 12월 6일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50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조지아주의 결선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공화당 후보가 승리해 50 대 50이 된다고 해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민주당은 메인주, 뉴욕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 미네소타주, 콜로라도주, 뉴멕시코주, 캘리포니아주, 하와이주 등을 수성하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매사추세츠주와 메릴랜드주를 탈환했다.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의 실망스러운 선거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첫 임기를 맞은 대통령의 정당을 상대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빈약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인기 없는 대통령 등 모든 요건이 민주당에 불리했지만, 공화당은 잔잔한 물결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정권심판 성격이 짙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일단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민주당에도 힘을 실어줬다. 공화당이 하원선거에서 승리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을 들 수 있다. 에머슨리서치가 CNN, NBC, ABC 등 미국 방송사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는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이어 낙태문제(27%), 범죄(12%), 총기정책(12%), 이민문제(10%)가 뒤따랐다.유권자 46%는 2년 전보다 가계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AP통신 조사에서도 유권자 10명 중 8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예산 편성권, 입법권이 달린 하원 다수당 자리를 공화당에 내준 것 자체가 일종의 ‘경제심판론’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트럼프만은 절대 안 된다’는 심리 작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대선 교두보로 삼으려 했지만, 오히려 공화당에겐 패인이 됐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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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 유권자들은 낙태권, 민주주의 수호 등의 이슈에 관해선 민주당을 지지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낙태권,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을 강조해왔다”며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낙태 역시 강력한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폐기한 낙태권에 대해 불만 또는 분노를 표현한 유권자의 60% 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중간선거와 함께 5개 주에서 진행된 낙태권 보호에 관한 주민투표에서도 유권자들의 표심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미시간주, 버몬트주가 압도적 찬성으로 낙태권 보장을 주 헌법에 명기하기로 했다. 심지어 보수 성향이 강한 켄터키주에서는 낙태권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CNN은 상원 초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선 표심 결정 요인의 1위가 인플레이션이 아닌 낙태권이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선 낙태권 폐기를 비판해온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승리했다. 존 테일러 텍사스대 교수는 “만약 대법원이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됐던 낙태권의 헌법 보장을 뒤엎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은 인플레이션이란 악재 속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동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에겐 대법원 판결이 레드 웨이브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석했다. 니라 탠던 백악관 선임고문은 “낙태권 이슈를 비롯해 ‘극우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부터 미국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의 주장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지적했다.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 오히려 공화당에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들은 ‘트럼프만은 절대 안 된다’고 막판 결집에 나섰다. 공화당이 정권심판론이라는 유리한 환경에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것은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한 225명 이상의 상·하원, 주지사, 주 국무장관 등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검표 요구를 거부했던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현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꺾었지만, 같은 지역 상원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워커 공화당 후보는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워커 후보는 미국프로풋볼(NFL) 인기 선수 출신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뉴햄프셔주의 경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비판해온 크리스 스누누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으나, 친트럼프 인사인 돈 볼덕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패배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메멧 오즈 상원 후보가 개표 내내 한 번도 리드하지 못하고 3%p 차이로 패배했다.
공화당 차기 주자로 떠오르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로 당선된 론 디샌티스. 트럼프보다 거부감이 적은 이미지를 앞세워 차기 공화당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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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들이 일반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훨씬 고전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이 오히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인 척 고플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면 공화당이 손쉬운 승리를 챙겼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고문을 역임한 선거 전략가 칼 로브는 “바이든 대통령의 형편없는 국정수행 실적에 대한 중간평가가 돼야 할 선거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결로 만들었다”며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자 모처럼 활짝 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거대한 레드 웨이브를 예상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그 누구의 예상보다, 그리고 존 F. 케네디 이후 그 어떤 대통령 임기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모두가 마가(MAGA) 공화당이 다시 정부를 장악하지 않게 돼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재선 가능성 대두
▎낙태 이슈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샤이 민주당 표’가 집결하는 동력이 됐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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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 도전 여부를 내년 초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패가 예견됐던 하원에서 격차를 최소화하고, 상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재선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대선 ‘룰 메이킹’ 역할을 하는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존 대비 2석을 탈환하며 선전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주지사들이 각 주에서 낙태권과 성소수자 권리, 총기 제한, 이민 정책 등 민감한 이슈를 주도한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격노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두자 모두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고문은 “공화당이 압승하지 못한 문제는 후보들”이라며 “그들은 나쁜 후보들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주요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오즈 후보가 패하자 오즈 후보를 처음 추천했던 참모들은 물론 자신의 부인 멜라니아에게도 화를 내고 있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번 선거는 어떤 면에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것은 매우 큰 승리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보인 것은 자신의 차기 대선 출마를 합리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권 도전은 공화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후보 공천에 대한 ‘책임론’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개인 사업체 탈세 및 금융사기 혐의,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둘러싼 내란 선동 혐의 및 100개가 넘는 정부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취득·보관했다는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주목할 점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찰리 크리스트 민주당 후보를 무려 20%p 차로 제쳤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2.0’이라 불리며 합리적인 트럼프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공화당 대선후보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할 만큼 지지를 받고 있다. ABC뉴스와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가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10월 23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공화당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은 이들은 64%에 그쳤다.1978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군에 장교로 입대해 해군 소령으로 전역했다. 2012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고, 2014년과 2016년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2018년 플로리다주 주지사 선거 때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 후보를 0.4%p 차로 누르고 미국 최연소 주지사에 당선됐다. 보수 성향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언론매체들은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미국 하원의장도 디샌티스 주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조기 레임덕 우려까지 제기됐던 바이든 대통령은 한숨 돌린 모양새이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한 만큼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가족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각종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강경파가 법사위원장 등 하원 요직을 맡으면 ‘1·6 폭동(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정지되고,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중국·우크라이나 관련 비즈니스 거래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IRA와 대북정책, 큰 변화 없을 듯[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이 헌터 바이든의 탈세 혐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이민 정책 등에 대한 각종 조사위원회를 꾸리면서 ‘청문회 정국’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전쟁의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하원 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주지 않겠다”고 밝혀 바이든 정부의 대대적 군사 지원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한 대규모 지출 법안이 더는 의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개정 또는 폐기 여부가 주목된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IRA 법안에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다수당이 되는 첫날 IRA 관련 예산을 폐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IRA 폐기 또는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화당이 IRA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밀어붙인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동료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IRA와 낙태권, 사회보장, 법인세 부과 등 4대 정책에 대해선 타협 불가 입장을 밝혔다.IRA를 둘러싼 바이든 정부와 공화당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면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에 대한 해법 마련이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 대북정책과 관련,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북한 핵 문제에 강경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비판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핵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중간선거와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리라는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