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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달리기에 특화된 고성능 전기차 기아 EV6 GT 

제로백 3.5초… 슈퍼카 못지않은 폭발적 가속력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최고 속도 시속 260㎞… 곡선 도로에서 주행도 탁월
에코·노멀 모드에서는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승차감


▎EV6 GT는 기아가 지난해 공개한 드래그 레이스 영상에서 월등한 초반 가속력을 앞세워 람보르기니 ‘우루스’, 포르쉐 ‘911 타르가 4’,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등 2억원대 슈퍼카를 제쳤다. / 사진:기아
기아가 지난 10월 4일 국산차 중 가장 빠른 EV6 GT를 공식 출시했다. EV6 GT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EV6의 고성능 버전이다.

EV6 GT는 상시 사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최고 출력 270㎾·최대 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최고 출력 160㎾·최대 토크 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430㎾(585마력)의 최고 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 토크를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이 3.5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에 달한다. 기아가 EV6 GT에 적용한 고성능 모터의 분당 회전수(rpm)는 최고 2만1000회로, 저속은 물론 최고 속도까지 모든 속도 영역에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아 관계자는 “기존 EV6 대비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를 조합해 역대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을 확보한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에서 강원 철원군까지 왕복 190㎞ 구간을 EV6 GT로 달렸다. 시승 전일 퇴근길과 당일 오전 약 20㎞를 운행했을 뿐인데, 90% 이상이던 배터리 잔량이 89%로 감소해 있었다. EV6 GT의 완충 시 복합 주행 거리는 342㎞다. 기존 EV6 스탠다드·롱 레인지·GT-라인 모델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점을 감안해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출발하기로 했다.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에는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없어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인근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완충까지 얼마가 드는지 몰라 신용카드로 1만원을 선결제했다. 한전 급속 충전기를 기준으로 89%에서 완충까지 46분이나 소요됐다. 충전 전력은 12.66kWh, 비용은 4106원이 들었다. 차액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는 405㎞로, 공인 주행 거리보다 60㎞ 이상을 더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기아에 따르면 EV6 모든 모델은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활용하면 18분 만에 배터리 전력을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 서울 시내 출퇴근용으로 주로 활용한다면 80%만 충전하고 다니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일 것 같았다.

‘GT 모드’ 작동하자 맹수로 돌변


▎EV6 GT의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는 신체 측면 지지성을 높여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더한다. / 사진:기아
EV6 GT의 드라이브 모드는 네 가지다. 핸들 왼쪽 아래에 위치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에코·노멀·스포츠 모드 순으로 바뀐다. 핸들 오른쪽 아래의 초록색 ‘GT 모드’ 버튼을 누르면 제로백 3.5초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을 할 수 있다.

GT 모드는 EV6 GT의 폭발적 가속 성능과 역동적 주행 성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모터·브레이크·스티어링·댐퍼·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 등을 최적화하는 기능이다. 이 모드를 작동하면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폭발적 힘으로 치고 나간다. 난생처음 느끼는 짜릿함이었다. 기아가 지난해 유튜브에 공개한 드래그 레이스 결과를 수긍할 수 있었다.

드래그 레이스는 400m 직선 주로에서 벌이는 스피드 경주다. EV6 GT는 월등한 초반 가속력을 앞세워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포르쉐 ‘911 타르가 4’, 페라리 ‘캘리포니아 T’를 제쳤다. 7000만원대 전기차가 2억원대 슈퍼카들을 압도한 셈이다. 레이스 막판 맥라렌 ‘570S’에 추월당했지만 간발의 차이였다.

EV6 GT는 곡선 구간에서도 감속 페달에 발을 올릴 필요가 없을 정도의 안정적 주행 성능을 보였다. e-LSD가 네 바퀴의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까닭이다. 운전자가 고속에서도 차량을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전륜 스트럿링’과 ‘후륜 러기지 플로어 보강바’ 등 차체를 강화해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갖춘 것도 EV6 GT의 장점이다.

EV6 GT는 제동 성능도 탁월했다. GT 모드로 주행 도중 앞차와의 간격이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싶을 때쯤 감속 페달을 급하게 밟더라도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기본 모델보다 크기와 성능을 향상시킨 전륜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가 제 기능을 하는 듯했다. 당초 염려와 달리 ‘다루기 편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GT 모드에서는 특히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한 ‘RBM(Regenerative Braking Maximization)’ 기능이 돋보인다. 주행 중 감속 시 회생 제동량을 극대화해 추가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일반 브레이크의 사용량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RBM 기능은 전·후륜의 회생 제동 제어를 최적화해 제동 성능도 높인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EV6 GT는 승차감도 우수했다. 에코·노멀 모드에서는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기아는 EV6 GT에 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과 가변 기어비 기술을 적용해 속도에 따른 조향 응답성을 최적화했다. 미쉐린의 GT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를 장착해 조정과 주행 안정성도 추가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EV6 GT의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은 주행 모드에 따라 댐퍼 감쇠력을 조절함으로써 차량 자세를 최적 제어해 균형 잡힌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구현한다. 과속 방지턱이 설치된 구간에서도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보였다.

다소 부족한 2열 헤드룸은 아쉬워


EV6 GT는 고성능 전기차의 감성적 측면을 만족시키는 사양도 대거 반영돼 있다.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는 신체 측면 지지성을 높여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더한다. 속도와 토크 변화에 따른 가상의 음색으로 청각적 주행 경험을 더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모터 스포츠의 역동적 감성을 느끼도록 만들어줬다.

EV6 GT는 강력한 동력 성능에 걸맞은 디자인도 갖췄다. 측면은 GT 전용 21인치 휠과 형광 캘리퍼가 눈길을 끈다. 전·후면부 범퍼는 수직적 조형을 더해 강인하고 역동적 인상을 준다. 후면부 범퍼 하단에는 차량 하부 공기의 흐름을 최적화해 가속을 돕는 디퓨저가 적용됐다. 실내는 D컷 스티어링 핸들을 비롯해 GT 모드 버튼, 시트 등 곳곳에 초록색 형광 컬러를 입혀 젊은 스피드 마니아의 ‘갬성’을 자극할 것 같았다.

다만 부족한 헤드룸은 아쉬운 대목이다. 1·2열 모두 레그룸은 넉넉한 편이지만 2열 헤드룸은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2억원대 슈퍼카 못지않은 달리기 성능을 자랑하는 차량인 만큼 전비(내연기관차의 연비)도 기대하지 않는 게 편하다. GT 모드로 주행 시 계기판의 배터리 잔량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EV6 GT의 전비는 kWh당 3.9㎞로 다른 EV6(4.6~5.6㎞/kWh) 모델 대비 낮은 편이다. 압도적 퍼포먼스를 감안하면 낮은 전비는 감내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90㎞ 거리를 달리고 확인한 전면 계기판의 평균 전비는 3.6㎞/kWh를 가리키고 있었다. 배터리 잔량은 49%,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91㎞였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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