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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떡볶이를 먹는 그날까지 ‘떡지순례’는 계속된다 

 

최소라 월간중앙 인턴기자
'떡볶이 국가대표' 홍금표씨, 맛집 순례하며 출판·큐레이팅·기부까지

▎홍금표씨가 저서 ‘떡지순례’를 소개하고 있다. / 최소라 인턴기자
비빔밥, 불고기와 함께 K-푸드의 위상을 세계로 알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떡볶이’다. 한국 드라마, K-pop을 통해 해외에 소개된 떡볶이는 베트남, 일본 등 현지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특히 해외 떡볶이 마니아들은 가게를 찾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수출된 다양한 밀키트를 활용해 직접 떡볶이를 요리해 먹을 정도로 열광한다. 이러한 떡볶이 세계화의 바탕에는 맛, 모양, 재료 등이 다양하고 조리법이 자유롭다는 떡볶이의 변화무쌍함이 자리한다.

홍금표(33)씨는 떡볶이 마니아를 넘어 '떡볶이 국가대표'로 불린다. ‘떡지순례’라는 닉네임으로 3년째 전국 곳곳으로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는 모임을 운영 중이다. 그는 대한민국 전역을 돌며 각양각색의 떡볶이를 맛볼 뿐 아니라 떡볶이 가게 마케팅을 돕거나 제작 굿즈를 판매한 비용을 모아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떡볶이 먹기 좋은 쌀쌀한 날씨의 11월 22일, 을지로입구역에 위치한 떡볶이집 ‘현선이네’에서 홍씨를 만났다. 가게 앞은 번호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결혼할 여친도 떡볶이 순례하다 만나”


▎홍금표씨가 떡지순례를 다니며 직접 촬영한 떡볶이 이미지 (왼쪽부터 선매, 꾸울떡, 다리 떡볶이집) / 홍금표씨 제공
떡볶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떡볶이의 매력은 높은 접근성과 친숙함이다. 많은 사람이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음식에 추억이 담긴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종류가 다양해 질리지 않는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그 점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던 요인이 아닌가 싶다.”

떡볶이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떡지순례’ 모임의 시작이 궁금하다.

“원래 동네 근처 떡볶이집 위주로 먹다가 점차 동네를 넘어 전국에 있는 떡볶이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맛집 투어를 다니기는 어렵다 생각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 같이 먹으면 훨씬 맛있고 재밌다.”

떡지순례 모임에는 어떤 분들이 모여 있는가?

“25세부터 36세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여있다. 지금 당장은 떡볶이집을 운영하고 계신 회원님이 한 분 떠오르는데, 그분은 원래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떡볶이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우리 모임에 들어와 함께 떡지순례를 다닌 후로 비로소 떡볶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제 여자친구(예비신부)도 모임을 통해 만났다. 떡볶이라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많다.”

얼마 전 기부를 했다. 어떻게 떡볶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선한 영향력으로까지 확장시킬 생각을 하게 됐나?

“원래 타인을 돕는 활동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아지고 ‘배달의 민족 떡볶이 어워즈’에서 우승하면서 떡볶이 공동구매나 마케팅 활동 참여 등 예상치 못한 수입이 발생했다. 자체적으로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게 다 ‘떡지순례’가 유명해지며 브랜드 가치가 생긴 덕이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부하고 있다. 회원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거나 제작한 굿즈를 구매해 주시는 등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

기부는 어디에 하고 있나?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에 하고 있다.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후원한다. 그 어린이들은 수술만 받아도 80%의 확률로 매우 상태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 외의 분야는 그때그때 산불과 같이 사회에 큰일이 생기면 융통성 있게 선정하는 편이다.”

떡볶이계의 ‘블루리본’도 만들 계획

떡볶이 관련 책도 냈는데....

“이 세상에 맛있고 훌륭한 떡볶이집이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나만 알기는 너무 아쉽다. 작지만 정성스럽게 역사를 남기는 기분으로 집필했다. (웃음)”

국내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떡볶이를 맛봤다. ‘떡지순례’의 인생 떡볶이집 TOP3를 추천해보자면?

“너무 어렵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먼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선매 떡볶이집’을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그냥 완벽하다. 떡볶이 소스와 쫄깃한 떡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꾸울떡’을 꼽아보고 싶다. 꾸울떡은 떡볶이도 맛있는데 사장님이 대단하시다. 영업이 끝나면 매일 주방 청소를 말끔히 하신다. 그게 굉장히 힘든 건데 음식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가 그 꾸준함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는 서울 중계동에 위치한 ‘다리 떡볶이’를 소개하고 싶다. 그냥 맛있다. 가보면 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맛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수요일과 주말은 기본적으로 영업하지 않고 눈이나 비가 오면 또 문을 안 연다. 그래서 저도 휴가를 쓰고 평일 오전에 다녀왔다. 포장만 가능한 곳인데 시간 맞춰 찾아갈 만큼의 가치가 있더라."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블루리본’이라고 들어 보셨나? 전문가나 일반 손님들이 맛집을 방문한 뒤 맛을 평가해 스티커를 부여하는 가이드 방식이다. 저희가 2023년부터 떡볶이 분야의 ‘블루리본’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내년에도 전국 곳곳의 떡볶이집을 다니며 우리만의 표식을 열심히 붙이고 다니고 싶다. 또 플리마켓 확대나 굿즈 제작을 통해 기부 활동도 더 활발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 최소라 월간중앙 인턴기자 ssly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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