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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 경영인] 윤홍근 BBQ 회장의 승부사 기질 빛난 3장면 

칭기즈칸의 속도전으로 K치킨의 실크로드를 열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IMF사태, 자연재해, AI 등 위기 때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극복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가맹점 5만 개 목표 향해 순항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9월 1일 경기 이천시의 ‘치킨대학’에서 열린 창사 27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치킨을 앞세운 제너시스BBQ 그룹이 거침없는 속도로 글로벌 외식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2022년 해외시장에서 BBQ는 미국, 캐나다, 대만, 일본, 필리핀 등 57개국 5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외식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뉴스]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2위로 선정할 만큼 ‘속도감’을 인정했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 그룹 회장이 16년 전 “경량화와 속도의 힘을 발판으로 세계를 향해 실크로드를 낸 칭기즈칸 병사들처럼,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맛과 근성을 담아 세계로 가는 치킨로드를 닦겠다”고 호언장담한 그대로다. 제너시스BBQ의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5만여 가맹점 달성이다. 다소 무모할 수 있지만 BBQ는 글로벌 최대 외식 기업인 맥도널드보다 동일 기간 두 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를 자랑한 역사가 있다. 1995년 국내 1호점을 연 이후 4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던 경험이다.

윤홍근 회장은 탁월한 승부사다. ‘위기는 곧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이다. 위험은 버리고 기회를 선택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역발상의 철학이 그의 생활신조다. 이는 그룹의 명운을 건 위기 속에서 매번 혈로를 뚫는 무기가 돼왔다. 현장 체질인 그는 새벽 2~3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것은 물론, 매년 전국을 돌며 60일간 가맹점주들과 마라톤 상담을 벌이는 강행군을 자처해 업계의 화제가 되곤 했다. 그의 리더십이 빛난 세 가지 장면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의 귀재

IMF 외환위기 무렵이다. 당시 BBQ는 창업 2년 만에 가맹점 300개를 돌파하면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업 초기 가맹점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최고의 믿을 만한 품질(Best Believable Quality·BBQ)이라는 사명(社名)처럼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흑자 구조를 이뤄내면서 윤홍근 회장은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개점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1997년 10월이 되자 달러가 폭등했고 원화는 폭락했다. 수입 사료에 의존하는 양계업계는 사룟값이 치솟자 닭고깃값을 올렸다. 물가가 오르자 프라잉 오일(굽거나 튀겨서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름)을 포함한 각종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대량해고라는 태풍 속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가맹점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윤홍근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 환율 인상에 따른 원가 인상분을 3자가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BBQ본사가 10%, 가맹점이 10%, 닭고기 공급업체인 마니커가 10%씩 분담해 이익을 양보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매출이 부진한 10개 점포에는 100만원씩 지원해줬다. 전사적인 협력 속에서 윤홍근 회장은 회심의 TV 광고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임원진이 반대했지만 1996년 중단했던 TV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경쟁 브랜드들이 TV 광고 집행을 철회하고 광고비를 삭감할 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광고 시장이 얼어붙어 광고 단가가 저렴했고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전년도보다 몇십 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윤홍근 회장의 회고다. 결과적으로 당시 BBQ 매출은 치킨업계에서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태풍 ‘애니’가 북상했다. 협력 업체의 도계장이 있는 경기 북부에 폭우가 집중됐고, 도계장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윤홍근 회장은 전국의 가맹점주들에게 본사가 신속한 피해복구를 한 후 정상화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도계장부터 찾았다. 피해 복구는 5일 동안 계속됐다. 윤홍근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폐사한 닭고기 냄새로 매일 구토를 해대는 어려움 속에서도 폐허가 된 공장을 재가동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태풍으로 BBQ는 50억원을 손실 봤지만 이 과정에서 협력사와 패밀리, 본사 간에는 깊은 신뢰가 구축됐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동반자적 관계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위기는 그 뒤에도 찾아왔다. 2003년과 2005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각종 매체에서는 연일 닭 수만 마리가 폐사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소위 ‘조류독감’으로 인한 재앙설 등 선정적인 보도로 소비자의 불안감이 만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악화해 치킨업계의 매출이 90% 떨어졌고 BBQ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스트레스로 2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잔 윤홍근 회장은 BBQ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로 국립수의과학연구원에 ‘닭고기를 먹으면 조류독감에 걸리느냐?’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닭고기를 먹고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확률은 제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홍근 회장은 이를 근거로 매일같이 농림부와 국립질병관리본부, 언론사 등을 찾아 조류인플루엔자란 용어를 AI로 바꾸는 데 힘썼다. 또 닭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닭고기 소비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래도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자 윤홍근 회장은 궁리 끝에 “BBQ 치킨을 먹고 문제가 생기면 2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게 소비자에게 제대로 먹혔다. 이를 계기로 닭고기 시장은 정상 궤도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 BBQ 하면 떠올리는 ‘황금올리브치킨’도 윤홍근 회장의 결단으로 탄생했다. 2005년 윤홍근 회장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로 튀긴 올리브 럭셔리 치킨을 구상한다. 일반 식용유로 닭을 튀길 경우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산이 올리브유를 사용하면 전혀 생성되지 않는 장점에 주목했다. 트랜스지방산은 비만과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물질이기 때문에 치킨이 ‘정크 푸드’로 인식되고 있었다. 문제는 올리브유 값이 일반 식용유보다 6배나 비싸다는 점이었다. 올리브유를 쓰려면 불경기에도 치킨값을 2000원씩 올릴 수밖에 없었다. 중소 치킨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BBQ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다. “장사가 잘되는데 뭐하러 비싼 올리브유를 쓰느냐”는 가맹점주들의 반대도 거셌다. 그러나 윤홍근 회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때마침 ‘웰빙’ 열풍이 불면서 올리브 치킨은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고객의 5%가 이탈한 대신 신규 고객이 15% 늘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 금메달과 ‘치킨 연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과 최민정이 4월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너시스BBQ 치킨연금 행복전달식에서 선수단장을 역임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에게 ‘치킨 연금’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홍근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했다. 윤홍근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 경영자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선수촌 내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차례를 지냈고, 세뱃돈과 격려금을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 선수에게 전달하는 등 선수들을 응원했다. 매일 이뤄지는 코로나19 PCR 검사를 가장 먼저 받는 것은 물론 모든 선수가 검사를 끝낼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회 초반 개최국의 편파 판정으로 우리 선수가 실격하며 결선 진출에 실패하자 윤홍근 회장이 나서서 총대를 메기도 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공식 항의 서한문을 발송, 불공정에 강력한 대응과 결단력을 보였다. 윤 회장은 이를 두고 “선수들 기를 살려주는 게 나의 유일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이후 판세가 바뀌면서 황대헌·최민정 선수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거뒀다.

윤홍근 회장은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기상천외의 ‘치킨 연금’을 꺼내 들기도 했다. 황대헌 선수가 “1일 1닭을 하는데 BBQ 치킨을 평생 먹을 수 있게 해주시면 금메달을 따 오겠다”고 말하자 윤홍근 회장은 “황대헌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모두 힘을 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황대헌 선수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 선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먹고 싶은 게 많은데 치킨도 좋아한다. BBQ 황금올리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후 제너시스BBQ그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19명에게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치킨 연금을 수여했다.

윤홍근 회장의 승부사 기질, 정면돌파 경영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볼 수 있다. 2006년 미국 시장 진출 초창기에는 현지 규제로 매장 지역 선정, 메뉴 전략 등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을 따지기 보다 피자만 배달하는 미국 배달 시장에서 BBQ는 차별화된 식감과 서비스를 강점으로 부각했다. 또 ‘K치킨’ 배달 홍보 전략을 활용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직영 1호점을 오픈하면서 내세운 ‘그랩 앤드 고(Grab & Go)’ 전략도 호평을 받았다. 메뉴 주문부터 치킨 수령까지 단 3분 만에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바쁜 뉴요커들의 마음을 훔쳤다.

고품질과 배달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 인기


▎미국 뉴욕 맨해튼 직영 1호점에서 미국인들이 치킨을 먹고 있다. BBQ는 단 3분 만에 메뉴 주문부터 치킨 수령까지 이뤄지는 ‘그랩 앤드 고(Grab & Go)’ 전략으로 바쁜 뉴요커들의 마음을 훔쳤다. / 사진:제너시스BBQ그룹
BBQ의 미국 시장 진출 초기에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조지아, 버지니아, 매사추세츠주 등을 중심으로 매장이 활성화됐다. 최근에는 미국 중부 내륙이 위치한 콜로라도, 텍사스, 네바다, 오클라호마주 등으로 확대됐다. 전체 글로벌 매장 수는 500여 개이며 미국 22개 주에 150개, 캐나다에 10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앨라배마, 애리조나,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 등 5개 주에 추가 진출 계획을 세우며 각각 1호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정대로라면 미국 51개 주 가운데 27개 주에 BBQ가 진출하게 된다. 내년까지 북미지역에 모두 350여 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BBQ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차별화된 맛과 풍미가 꼽힌다. 미국식 치킨과 달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낸 치킨에 자체 개발한 다양한 시즈닝, 소스와 레시피를 적용한 한국식 치킨을 현지에서 똑같이 선보인다. BBQ 관계자는 “미국에서 황금올리브치킨으로 명명되는 골든 오리지날 및 허니갈릭치킨, 한국식 양념치킨인 시크릿 스파이시 치킨과 매운양념치킨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 밖에 순살, 윙, 봉 등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는 콤보 메뉴도 많이 팔린다고 한다. 치킨의 품질 외에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 또한 BBQ의 강점이다.

이러한 성과로 BBQ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21년 기준 7300만 달러(약 1067억원)이며, 2020년 3300만 달러(약 430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윤홍근 회장은 8월 엘렌 박(Ellen Park) 미국 뉴저지주 하원의원으로부터 뉴저지주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기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뉴저지주 의회가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BBQ는 최근에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1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의 부촌 지역인 보니파시오 글로벌시티(GBC)에 1호점인 BBQ 하이스트리트점을 오픈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은 일본 24개, 대만 21개 점포가 출점한 상태. BBQ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업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철저하게 현지화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윤홍근 회장은 “한국 시장과 북미에서의 성과를 넘어 필리핀에서 또 다른 성공 역사를 써 나가고자 한다”며 “K치킨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한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리미엄 외식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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