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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나를 돌보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몸과 마음을 치유한 베이킹 에세이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사회 생활에서 얻은 몸과 마음의 병 고치려 베이킹 시작
시행착오 끝에 건강과 맛 모두 잡은 독창적 레시피 가득


▎ [치유의 베이킹] 정민 지음 / 띠움 / 1만6500원
갓 구운 빵의 구수한 향기가 새어 나오는 빵집 앞을 그냥 지나치는 것만큼 참기 힘든 유혹도 없을 것이다. 푸짐하게 사 들고 온 빵과 쿠키를 입에 넣으며 머리로는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지만, 촉촉하거나 바삭한 촉감에 이미 지배당한 손과 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밀가루 속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이러저러한 건강상의 이유로 시판되는 빵과 쿠키를 즐길 수 없는 이들에게는 향긋한 빵냄새조차 더 고통스러운 일이다. 또 내 아이에게 더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픈 부모에게 좋은 빵을 고르는 것만큼 큰 스트레스도 없다.

헤아릴 수 없는 베이킹 레시피가 존재한다지만, 내게 맞는 레시피를 찾는 건 도깨비시장에서 쓸 만한 물건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큰맘 먹고 장만한 오븐은 제 역할을 해보지도 못한 채 주방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셀프 베이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럴 때 베이킹 공포를 덜어내줄 가이드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출간된 [치유의 베이킹]이라면 초보 베이커의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할 듯하다. 단순히 조리 정보를 모아놓은 레시피북이 아니다. 저자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다. 한때 신문사 기자로 뉴스 현장을 누볐던 저자는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갑상샘항진증을 앓게 되면서 밀가루를 끊어야 했다. 그래도 빵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직접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에 도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입과 몸에 맞는 베이킹을 찾는 과정은 지난했다. ‘도돌이표 베이킹’에 몰두하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레시피 수첩이 한 장씩 채워졌다. 그렇게 터득한 저자만의 레시피가 책 한 권으로 탄생했다.

[치유의 베이킹]은 제목이 말해주듯 단순한 레시피북이 아니다. 베이킹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써 내려간 에세이북이기도 하다. 저자의 베이킹은 미락을 채우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수단이다. 빵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오븐을 바라보며 상념을 떨치는 ‘오븐멍’의 매력은 고즈넉한 캠핑장에서 즐기는 불멍 못지않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 때문에’에서 ‘~덕분에’로 저자의 마음가짐이 바뀌어가는 과정은 기발한 레시피를 보는 것만큼 흥미롭다. [치유의 베이킹]을 통해 더 많은 이가 행복을 찾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은 갓 구운 케이크처럼 포근하다.


▎[치유의 베이킹]에는 저자 정민씨가 건강을 위해 베이킹을 시작해 마음까지 치유한 베이킹의 매력이 담겨 있다. 사진:정민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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