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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20)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신년사, 리더 스스로 준비하자

▎리더의 신년사에는 본인의 생각과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신년사의 힘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유려한 문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다. 사진은 2023년을 맞아 영상으로 신년사 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제공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연말 송년 모임, 지인 모임이 활기를 되찾자 기업들도 송년회와 신년회를 대면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이 시기가 되면 리더가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신년사 준비다.

신년사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앞으로의 비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특히 기업의 리더들은 신년사를 통해 한 해의 경영전략을 넘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년사는 비단 임직원들에게만 전달하는 메시지가 돼서는 안 된다. 신년사는 임직원을 넘어서 투자자, 파트너, 그리고 고객이나 국민 전체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조직의 미래 사진을 보여주는 좋은 수단이다.

이토록 중요한 신년사이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신년사를 홍보나 기획팀에 일임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신년사가 천편일률적이다. 위기, 불확실성, 혁신, 기회, 도전과 같은 말은 매년 기업의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언급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단어들이 신년사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생각과 비전이 신년사에 제대로 담겨 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리더가 직접 신년사의 초안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간혹 ‘연말연시라 시간이 없어서’, ‘본인은 글을 쓰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리더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신년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리더들이 대는 핑계일 뿐이다. 리더들의 신년사 스피치를코칭할 때, 본인이 쓴 글은 손짓과 몸짓도 자연스럽게 녹아 나온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특정 부서의 담당자가 써온 추상적인 신년사를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남이 쓴 신년사를 그대로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독하는 행위이다. 게다가 추상적인 표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나아갈 방향과 미래,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리더뿐이다. 리더가 제시하는 신년사에 따라 조직원들도 본인의 앞으로의 방향을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다. 신년사의 힘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유려한 문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다.

아직 신년이 오기까지 2주라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내년을 생각하며 한 해의 신년사를 작성해보자. 당신이 당장 리더가 아니더라도 좋다.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리더의 입장에서 어떤 신년사를 작성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자. 다음 리더는 지금 신년사를 준비하고 있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신년사는 임직원을 넘어서 투자자, 파트너, 그리고 고객이나 국민 전체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조직의 미래 사진을 보여주는 좋은 수단이다. 사진은 2022년 1월, 중앙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전하는 홍정도 중앙미디어그룹 부회장. 중앙포토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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