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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열전] 이재용 영남이공대 총장이 말하는 지역 대학 ‘위기 돌파론’ 

‘학생 만족’ 높이니 대학 경쟁력 따라오더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NCSI ‘전문대학’ 부문 10년 연속 전국 1위 금자탑
주요 보직 두루 거친 실무형 총장, 리더십 인정받아


▎이재용 영남이공대 총장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직업교육이 필요한 수요를 찾아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학 운영이 지역 대학의 살길이다”라고 말했다. / 사진:영남이공대
대구·경북 지역 전문대학을 대표하는 영남이공대학교가 국가고객만족도(NCSI) ‘전문대학 교육서비스’ 부문에서 10년 연속 전국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높은 취업률과 학생 만족도는 영남이공대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창학 50여 년 동안 구축한 교육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직업교육을 수행하며 분야별 산업현장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재용 제12대 영남이공대 총장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영남이공대 교학부총장, 기획처장, 입학처장, 창업지원단장, 산학협력단장, WCC사업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경험을 살려 탁월한 실무형 총장으로서의 능력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이재용식(式) 혁신 키워드는 ‘학생 만족’이다. 항상 학생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혁신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이 시름하고 있는 지금, 이 총장의 방식은 지역 대학에 제시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학 혁신을 통해 학생이 만족하고 취업에 성공하는 대학을 만들어가겠다는 이 총장을 만났다.

“대학도 변화·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어”


▎이재용 영남이공대 총장이 지역상권을 위한 안지랑 곱창골목 상생 축제에서 학생들과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영남이공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다 돼간다.

“입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해마다 심해져 무거운 마음으로 총장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결국 변화와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우리 대학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대학의 중심인 학생이 만족하고 취업에 성공하도록 학과를 개편·신설하는 데 대학 구성원들과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영남이공대는 대구지역 수시1차 원서접수 결과 2년 연속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2022학년도에 시작한 대대적인 학과 구조조정이고, 둘째는 학생 관리다. 둘 다 ‘학생 만족’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학과 구조조정을 했나?

“대부분의 대학이 대학의 입시구조에 맞춰 신입생을 충원하는데, 이래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에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분야, 교육 수요가 필요한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렸으며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는 모집정원을 줄였다. 변화하는 입시환경을 인정하고 정면돌파한 것이다. 앞으로도 규모가 작은 학과나 전공단위 입시구조로 가는 것이 신입생 충원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학의 입시경쟁력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학생 관리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 궁금하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학과별 ‘직업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최신식 실습실과 복지 시설을 체험하게 했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SNS를 통해 학과 비전을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또 입학 후에도 학생들과 직접 만나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취합하는 ‘총장 미팅 위크 프로그램’을 열었다.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관련 부서에 전달하고, 진행 상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학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남이공대는 2022년에만 9개 이상 국고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거점형 특화프로그램 운영대학을 시작으로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3.0),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운영대학,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 2022년 파란사다리 대구·경북권역 주관 대학, 공학기술교육혁신센터 지원사업, 자동차산업고용위기극복 미래형자동차 현장인력양성 사업, 산학연 Collabo R&D사업, 고교생 대상 산업현장 탐방 및 직무 멘토링 운영사업이 그것이다.

여러 기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NCSI 전문대학 부문 10년 연속 1위에 올랐고, 2022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등록률 비수도권 전문대학교 1위(비수도권 입학정원 1500명 이상 전문대)를 차지했다. 또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I유형) 연차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우리 대학이 국내 전문대학 가운데 교육역량이 가장 뛰어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많은 학생이 다른 대학에 복수 합격하고도 우리 대학을 선택하는 이유도 진로 및 진학, 교육 경쟁력이 높기 때문 아니겠는가.”

학생 니즈와 최신 트렌드에 맞춰 혁신해야


▎9월 20일 영남이공대가 일학습병행 우수협력기관으로 선정돼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왼쪽부터 이재용 영남이공대 총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임상현 스태츠칩팩코리아 전무. / 사진:영남이공대
NCSI는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학이 공동 개발한 고객 만족 측정모델이며, 제품 또는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직접 평가한다. 이 지표로 고객의 기대 수준, 인지 품질, 인지 가치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대표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성과 가운데 NCSI 전문대학 부문 10년 연속 1위가 특히 눈에 띈다.

“교직원과 학생이 함께 만들어낸 역사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학교 구성원이 모두 합심해 항상 학생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고 학생들의 니즈와 최신 트렌드에 맞는 학과 개편, 최신식·최첨단실습실 구축, 구실습실 리모델링 등 교육 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 대학은 전국 최고 학과 경쟁력 및 취업 시스템구축, 일학습병행 및 지자체 상생 발전 등을 위한 여러 사업에 선정돼 약 420억원을 확보했다. 또 높은 취업률과 풍부한 장학금, 우수한 시설과 대구 중심의 편리한 교통 등 지역의 다른 대학과 차별되는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국 1등’ 직업교육 대학을 완성하고자 한다.”

최근 지역 사회와 대학의 상생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영남이공대는 어떻게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있나?

“우리 대학은 대구광역시 남구의 유일한 대학으로서 남구청과 긴밀히 업무협조를 해나가고 있다. 지역특화 분야를 사회복지로 선정했으며 ▷지역 상생을 위한 일학습병행 교육모델 개발 ▷지역 내 반려동물 친화적 생태계 조성 지원 ▷지역 인구 고령화 현안 해결 지원 ▷지역사회 문화체육 환경 공유모델 등에 힘쓰고 있다. 시니어 모델 양성과정 운영, 세대 공감 패션 페스타 개최, 치매 극복 건강 한마당 개최, 남구문화대학 운영, 안지랑 곱창골목 상생 축제와 같이 대학의 주요 인프라를 활용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다.”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을 개발한 배경은?

“전문대학 입학자원의 상당수가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학생이다. 이들 학생이 평생직장으로 삼을 기업을 직접 찾기 힘들고, 기업도 전국의 고등학교를 찾아가 경쟁력 있는 고졸 취업자를 모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령 취업하더라도 현장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주변 친구들의 대학 생활에 동경을 느껴 쉽게 퇴사한다. 결국 우리 대학은 대학과 기업, 고교의 공통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에 소재한 반도체 제조 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와의 첫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대학은 기업에 필요한 고졸 채용과정을 지원하고, 기업은 이 학생들이 취업과 동시에 전문학사 학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은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고졸 채용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유망한 기업의 예측 가능한 취업 인원 확보가 가능하다. 취업 학생도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대학은 입학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경북 마이스터 및 특성화 고교생을 대상으로 개인별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스태츠칩팩코리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에이치티솔루션, 에이블, 엘앤에프 등에 올해에만 총 389명을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으로 2022년 389명 취업


▎영남이공대는 이재용 총장이 입학한 학생들과 직접 만나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취합하는 ‘총장 미팅 위크 프로그램’을 열었다. / 사진:영남이공대
그런데도 대내외 상황은 지역 대학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어떻게 이 난관을 돌파해나갈 계획인가?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에도 대학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고, 이를 통해 대학이 더욱 발전할 기회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대학 운영의 고정관념을 깨고,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새로운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대학에서 학과를 준비해 학령기 학생을 받아 교육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이 필요한 수요를 찾아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학 운영이 지역 대학의 살길이다.”

평생교육도 지역 대학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나?

“그렇다. 학령기 인구는 절대적으로 감소하지만, 반대로 50~60대 은퇴인구는 1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충분히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이 진행하는 일학습병행 전문학사학위 과정이나 성인학습자 과정 운영은 기존의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이한 점이 많다.”

2023년 각오를 들려달라.

“흔히 지역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지역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이 사라지면 그 지역 경제가 무너지니 정부에게도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역 대학 존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입시를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과 새로운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이 변화에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기대한다.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쩌면 너무도 큰 변화에 두려움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이 합심해 변화를 이어간다면 우리 대학이 지역을 넘어 전국의 ‘톱클래스’ 대학이 되리라 믿는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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