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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탐방] 사람과 반려동물 공생 힘쓰는 반려견주택연구소를 찾다 

반려동물 소음·냄새 해결… 동물 복지 높인 펫주택 눈길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주택 입구에 세족·배변 처리실 등 동물 배려한 설계 돋보여
반려인 1500만 명 시대, 비반려인과의 갈등 해결에도 힘써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는 11월 29일 서울 양평동 ‘펫앤스테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생하는 문화 정착과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는 1500만 명에 이른다. 국내 4가구 가운데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들 중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반려동물에 진심이라고 한다. 반려인 1500만 명은 역으로 비(非)반려인 3500만 명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심심찮은 갈등은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2021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 56.9%가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이웃과 분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소음(30.8%), 노상 방뇨 및 배설물(10.7), 냄새(6.9%), 목줄·입마개 미착용(4.3%) 등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펫티켓(펫+에티켓)을 두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인식 차이도 심하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21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펫티켓 준수 여부를 놓고 반려인 79.5%는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비반려인의 긍정 답변은 불과 28%에 머물렀다. 비반려인 가운데 상당수가 반려인이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려인들은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과 살 집을 구하기조차 어렵다. 반려인으로 살다 집 문제로 비반려인이 됐다는 한 30대 부부의 경험담이다. 2022년 6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부부는 서울 신림역 인근 빌라촌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반려견이 입주할 수 있는 집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매물이 있더라도 월세가 대부분이다. 전세도 있지만 가격이 높다”며 “반려견 입주만 포기하면 훨씬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가 실제 반려견 입주가 가능한 주택을 찾아가보니 지어진 지 10년이 넘어 허름한 방 두 개짜리 주택인데도 전세금만 3억원 중후반대로 가격이 높았다. 공인중개사는 “구축이더라도 대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집주인이 반려견 들이는 걸 꺼린다”며 반려인 부부를 설득했다. 결국 30대 부부는 반려견과의 동반 입주를 포기하고 2억원 중반대 준신축 빌라를 선택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반려인을 위한 주택을 짓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생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논현동에 소재한 반려견주택연구소(대표 박준영)가 대표적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는 반려동물 공생환경 솔루션 기업이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주택·상업시설 등의 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과의 공생 환경을 위한 컨설팅·시행·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 양평동 ‘펫앤스테이’와 망우동 펫빌라, 서초동 펫오피스텔,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펫오피스텔, 부산 서면 에르고펫, 강원 홍천 소노펫, 충남 태안 천리포 펫리조트 등 전국에서 펫주택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 ‘개통령’으로 불리는 스타 훈련사 강형욱씨가 진행하는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에 소개돼 주목받은 서대문구 펫 청년주택 ‘견우일가’도 이들이 기획한 작품이다. 현재 ‘견우일가’처럼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컨설팅한 건물이 전국 21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개통령’ 진행 '고독한 훈련사'에 소개돼


▎선유도 펫오피스텔 1층에 있는 반려견 배변 처리기. 산책에서 돌아와 반려견 배변을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생적이다. / 사진:반려견주택연구소
그렇다면 펫주택은 일반 주택과 어떻게 다를까? 어떤 구조로 돼 있기에 반려동물 특유의 소음과 냄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1월 29일 서울 양평동 ‘펫앤스테이’를 찾았다. 반려동물 공존 오피스텔인 펫앤스테이는 작은 호텔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우선 입구부터 여타 오피스텔과 달랐다. 잔디가 깔린 앞마당 놀이터에는 반려견이 오르내릴 수 있는 도그워크·저니브리지와 굴을 통과하는 형태의 휴틀라인 등 간단한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세족실과 배변 처리실도 금방 눈에 띄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크게 반길 만한 시설들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 내 놀이터는 반려인끼리의 관계성과 반려견의 사회화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세족실과 배변 처리실의 경우, 앞마당 놀이터나 근처 선유도 공원을 산책한 후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려견의 발을 씻길 수 있고, 배변 처리실을 통해 배변 봉투를 집 밖에서 해결할 수 있어 위생적이다. 모두 반려인의 편의를 우선시한 설계다.

반려동물 건강과 복지시설 도입한 설계 눈길


▎서초동 펫오피스텔 실내에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뛰어놀 수 있게 ‘도그런’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사진:반려견주택연구소
실내를 둘러봤다. 반려인을 위한 ‘소소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원룸인데도 중문을 설치해 소음이 복도로 새나가는 걸 막았다. 소음은 반려인·비반려인 모두가 원치 않는 문제인데, 반려인과 이웃 간의 갈등도 소음이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이 내는 소음이 층간소음과 맞먹는다고 해서 ‘층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문뿐만 아니라 환기시설에도 남다른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반려견 짖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사시사철 창문을 닫을 수 있게 장치를 했다. 소음 차단은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필수다. 청각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반려동물은 작은 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수 있다. 소음 스트레스가 심해져 반려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박준영 대표는 “반려견주택연구소가 공동 거주 공간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이 바로 소음 차단”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정서를 위해서도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신체적 건강을 위한 설계에 힘쓴 흔적도 눈에 띄었다. 반려동물이 미끄러짐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방바닥을 ‘논슬립 코팅’(미끄럼 방지)으로 마감했다. 미끄러운 바닥은 반려동물의 슬개골·고관절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려인이 피하고 싶어 한다. 또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을 위해 벽면을 ‘캣타워’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캣타워는 산책을 즐기지 않는 고양이에게 수직 이동을 통해 부족한 운동량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반려인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는데, 반려인들이 굳이 캣타워를 사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 단계에서 배려한 것이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배려한 인테리어도 있었다. 반려동물의 눈 건강을 위해 깜빡임이 적은 ‘플리커 프리’ 조명기구를 설치한 것. 동체 시력이 인간보다 4배 좋은 반려동물이 조명 깜빡임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대목이다.

반려인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퇴거 시 원상복구를 위한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벽면에 몰딩을 설치해 상하를 구분한 것이다. 반려인이라면 반려동물들의 본능적 행동으로 꼽히는 마킹(영역표시)은 피할 수 없다. 마킹 때문에 비록 벽지의 적은 부분만 오염됐다고 해도 몰딩이 없으면 벽면 전체를 새로 도배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점을 개선했다. 또 반려동물의 털빠짐으로 인한 배수관 막힘이 덜하도록 75㎜ 배수관을 설치했다. 이는 50평 대 아파트가 쓰는 50㎜ 배수관보다도 크다고 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에 따르면 구축건물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 주택·상업시설에는 다양한 동물 복지시설까지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인 세이브코리언독스(대표 김나미)의 신축 보호소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건물에는 아픈 동물의 이상 행동을 감지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격리실이 따로 설치돼 있다. 목동 애견카페에는 반려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한 펫도어가, 서초동 펫오피스텔에는 반려견이 운동할 수 있는 도그런 공간이 설치돼 있다.

“펫주택, 일시적 트렌드 아닌 문화 될 것”


▎용인 펫빌라에는 고양이의 수직 활동에 필수적인 캣타워가 설치돼 있다. / 사진: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대표는 “펫주택 사업은 단순한 반려동물 사업이 아니다”라며 “반려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반려인과의 공존을 위해 문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슬로건도 ‘펫주택은 트렌드가 아니다. 문화다!’로 정했다고 했다. 자주 바뀌는 일시적인 트렌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로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박 대표 이력도 특이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로 일하다 교회 건축을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10여 년 전, 일본 출장길에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펫주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단다. 박 대표는 “미국·일본에서는 보통의 임대주택과 비교했을 때 펫주택 거주 기간이 3배 가까이 길다”며 “일본 펫주택 임대가가 보통의 임대주택보다 10~20%, 미국은 20~30% 더 높은데도 그렇다. 펫주택에 대한 반려인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일본의 펫주택 문화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일본의 펫주택 전문 업체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이 닿은 사람이 노나카 히데키 ‘애니독맨션네트워크’ 대표다. 그는 일본에서 4000개 넘는 펫주택을 운영·관리하는 펫주택 전문가였다. 노나카 히데키 대표가 박 대표의 열정에 호응해 펫주택 노하우를 전수해줬고, 그것이 지금의 반려견주택연구소를 차리는 토대가 됐다. 반려견주택연구소와 애니독맨션네트워크는 현재 업무 제휴와 함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2022년이 반려견주택연구소 도약의 원년이 되는 해였다고 말했다. 사업의 중심을 주택 등 부동산에 치우치지 않고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박 대표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민간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환경 개선도 해주고, 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어르신을 위해 기념사진을 촬영해 드렸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이런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 대표는 최근 서울 노원구청으로부터 노원구 동물복지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반려견주택연구소의 2023년 목표는 ‘펫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오픈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은 반려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인테리어 정보가 메인 콘텐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도그방’(Dog+방) 임대주택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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