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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5)]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특임교수 

30여 년간 1만1000례의 위암 수술 집도한 ‘괴물 닥터’ 

정준희 기자
조기 위암 환자 90%는 증상無… 가족력 있다면 내시경검사 권장
짜고 기름진 음식이 위암 발생률 높여… 체중관리에도 유의해야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위암 환자를 수술해 외국 의사들에게 존경의 의미가 담긴 ‘닥터 몬스터’로 불리고 있다. 그는 칼 대신 전기소작기로 수술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위암 수술의 혁신가이기도 하다.
탈북민은 “썩고 병든 자본주의”라고 교육받았던 남조선에서 북조선보다 더 사회주의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다.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료원) 설립을 후원한 루이스 헨리 세버런스(1838~1913)는 스탠더드오일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세브란스 병원을 위해 지금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2000~3000억원 규모를 후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합니다.” ‘인민을 착취한다’고 알려진 자본가들은 교육·장학 사업에도 열심이다. “나라의 미래는 세계적인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설립자인 최종현(1929~1998) SK그룹 선대회장이 한 말이다. KFAS는 장학금 지원으로 수많은 아이비리그 박사를 배출했다. KFAS 장학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FAS는 수석, 괴물, 지극한 성실성을 좋아한다.” 한 30여 년 전에 들은 KFAS 해외유학 장학생의 귀띔이다. 괴물은 어감이 썩 좋지는 않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나쁘지 않다. 괴물은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괴상하다’는 “보통과 달리 괴이하고 이상하다”는 뜻이다. 우리말 괴물에 해당하는 영어 몬스터(monster)에는 ‘크게 성공적인 사람(one that is highly successful)’이라는 뜻도 있다.

‘닥터 몬스터(Dr. Monster)’. 외국 의학자들이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특임교수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노성훈 교수는 ‘위암 수술의 지존’이다. 넘볼 수 없는 수의 환자를 수술했다. 노 교수는 5무(無) 수술로 유명하다. 무집도, 무콧줄, 무심지, 무수혈, 배꼽 밑 상처 없는 수술을 표준으로 정착시켰다. 노 교수는 SCI급 논문 300여 편을 게재했다. 그는 대한위암학회 회장(2009~2011)·이사장(2010~2011), 대한외과학회 이사장(2014~2016)·회장(2018~2019), 세계위암학회회장(2011)으로 일했다. 2022년에는 일본외과학회(JSS)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JSS는 1899년 설립됐으며 전 세계에 4만 명 넘는 회원을 두고 있다. 2018년 2월 정년 퇴임한 노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암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몸에 밴 모교 사랑으로 ‘달콤한’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쳤다. 노 교수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났다.

‘닥터 몬스터’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시는지?

“30여 년간 위암 수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했다. 1만1000례(例) 이상, 일주일에 12명이나 13명의 위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을 직접 본 일본 의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활발한 진료 활동과 함께 유수한 국제학술지에 1년에 15편 이상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본 외국 의사들이 존경의 뜻을 담아 붙여준 별명이기에 고맙게 생각한다.”

대체의학에 의존했다가 치료시기 놓친 스티브 잡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VIP 응대실에서 30여 년간 위암 환자 1만 명의 위절제술을 한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가 연세대 의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로 임용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암 증상은 여러 가지다. 음식을 삼키는 데 불편함, 복통, 소화불량, 구토, 구역질, 식욕부진, 조금 먹고도 포만감, 체중 감량을 시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몸무게가 주는 현상, 피로감 등이다. 환자 입장에서 혼란스럽다. 어떤 간단한 규칙 같은 것은 없는지?

“위암을 의심케 하는 특이한 증상은 없다. 특히 조기 위암 환자의 약 90%는 증상이 없다. 위 상피에서 발생한 암세포가 증식하여 암 병변의 크기가 커지면 소화불량·복통·구역질·식욕부진·포만감·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이 위암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은 아니고 위궤양이나 위염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암이 더 많이 진행되면 위 폐쇄나 출혈 혹은 위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등의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위암을 조기 진단하도록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반복되면 반드시 위 검진을 받고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권장한다. 국가 암 검진 대상인 40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세계적인 부자 스티브 잡스도 천수를 누리지 못했다. 그는 잘못된 치료의 희생자였던 것 같다. 위암의 경우, 환자를 유혹하는 대표적인 ‘비과학적 치료법’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는 췌장에 신경내분비종양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췌장암과는 다른 희귀한 질환이다. 통상적인 췌장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약 15%인 예후가 매우 불량한 암이지만, 신경내분비종양의 5년 생존율은 70%(초기의 경우 90%)다. 2003년 진단받을 당시 초기 상태였다. 수술을 빨리 받았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본인이 수술을 거부하고 식이요법, 명상 등 대체의학으로 치료했다. 이후 가족들의 설득 끝에 진단 9개월 만에 수술을 받았는데 이때는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위암 역시 암의 종류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있지만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절제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위암을 진단받았을 때 일부 의학을 불신하는 환자들이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 환자 중 대부분은 대체의학 또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는데, 특히 식이요법(버섯, 채식)이나 기도 등을 통해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대체의학은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의학적 근거의 바탕이 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근거가 부족한 치료에 의존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실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항암치료 발전했지만 최선의 치료는 정기 검진


▎2013년 2월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는 위암과 관련된 수술기술 개발, 수술시간 단축, 생존율 향상 등의 측면에서 우리나라 의료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6회 범석상 시상식에서 ‘범석 의학상’을 수상했다. / 사진:연합뉴스
위암 환자에 나쁜 음식으로 짠 음식, 훈제 음식을 지목한다. 기름진 음식은 의외로 괜찮은지?

“짠 음식과 훈제 음식은 위 점막을 자극하고, 발암물질로서 위암을 유발할 수 있다.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위의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켜 위의 산성을 변화시키고 소장의 내용물 및 담즙을 역류시킬 수 있다. 탄 음식은 질소 산화물이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전환되어 위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은 위암 발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은 비만을 유발하는데,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사람에서 위암 발생 위험도가 1.22배로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또 체질량지수가 올라갈수록 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20g 이상의 지방을 섭취하면 위암 발생이 8% 증가하며, 특히 포화지방산 섭취가 위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의료 선진국 미국에서도 상당수 사람이 암 발병을 ‘사형선고’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상당수는 ‘위암에 걸려도 생존율이 높다’는 지식을 바탕으로 일종의 ‘헬스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위암 생존율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생존율 향상의 원인이 수술 및 항암 치료의 발전만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국가 암 검진을 비롯해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암 조기 발견이 많아졌다. 즉, 위암 자체의 특성이 변한 것이 아니라 조기 위암 발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완치 가능성 및 생존율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헬스 해저드’에 빠져 검진을 제때에 받지 않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혹은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다. ‘암 생존율’은 많은 암 환자의 치료 결과를 축적해 통계적으로 표시한 숫자이지 개개인의 생존이나 재발로 인한 사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개인으로 볼 때 ‘70% 생존’이라는 것은 없다.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생존 아니면 재발로 인한 사망’인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ne)’다. 요약하면, 정기 검진과 진단 당시의 병기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개개인의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망 선고나 다름없던 4기 위암도 치료 가능해져


▎노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특임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CJ프레시웨이가 공동으로 집필한 〈최고의 암 식사 가이드〉. 암 치료 중에 체력 유지를 위한 식사 원칙을 제시하고, 그 원칙에 따른 요리법을 소개한 책이다. / 사진:알라딘
옛날에 이런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었다. 어떤 위암 환자가 전혀 가망이 없었다. 의사는 그 말기 환자에게 집으로 가라고 했다. 집에서 돌아가시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환자는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몰랐다.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인절미를 파는 행상이 있어 인절미를 사 먹었다. 소화가 잘돼 줄곧 인절미를 먹으며 집으로 갔다. 환자는 사망하지 않았고, 고맙다고 의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다. 의사는 귀신을 본 듯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일까? 의사의 오진? 아니면 가끔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기적적인 일도 발생하는가?

“이러한 이야기는 진단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즉 내시경이나 영상의학검사가 지금처럼 정확하지 않았던 시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소화기내과나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세부전문화가 되지 않았고 일부 의사들은 진찰과 내시경, 혹은 상부위장관 조영술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이즈가 큰 양성 위궤양을 암이라고 오진하기도 했다.”

위암 치료 분야에서 현재 무엇이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가?

“과거에 위암은 항암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암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새로운 약제 개발과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항암 치료가 진행성 위암의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입증됐다. 현재는 진행성 암환자에서 수술 전 선행항암 치료, 수술 후 보조항암 치료를 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해 고식적인 항암 치료를 하는 등 다양한 항암 치료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또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나 면역 치료제를 동반 투여하는 맞춤형 항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관심 분야 중 하나는 ‘전환 수술(conversion surgery)’이다. 예전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위암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등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여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의 크기 및 범위를 줄인 뒤 수술을 시행하는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또 다른 관심 분야는 특정 유전자를 분석하여 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의 개발이다. 현재는 2기 이상 위암 환자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항암제가 실제로는 약 50% 환자에 효과가 있다. 즉, 50% 환자에서는 항암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암제의 감수성을 미리 알 수 있다면 항암제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사용해 불필요한 항암제 사용을 피함으로써 항암제의 독성을 줄이고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항암제의 감수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국가 혁신 과제로 선정되어 15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임상 데이터가 좀 더 축적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환자에게 사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십 년 동안 환자를 접하다 보니 병마를 가장 잘 이겨내는 환자 유형이 보이는가?

“의료진을 신뢰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환자들이 회복을 잘하고 경과도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는 의사들의 역할이 크다.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의 방법 및 범위를 결정하고 최선의 진료를 하려고 노력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환자와 보호자가 질병상태·치료계획· 경과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이로써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예후와 장기적인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신앙·종교가 위암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

“위암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적인 의지와 의학적인 치료를 견뎌내는 수용력이 중요하다. 의료진이 제공할 수 없는 부분인 환자의 영역에서 신앙 및 종교는 환자의 치료에 대한 효과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위암을 치료하는 것은 의료진이지만, 이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는 환자들 본인의 몫이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개선할 점이 보인다.”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구축이 회복 속도 높여


▎노성훈(왼쪽)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교수는 지난 2022년 3월, 96세(1925년 출생) 초고령 잔위암 환자 박상길씨에 대한 고난도 수술에 성공했다. /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전지전능한 신(神)이 존재한다면 그는 왜 암이라는 것을 만들었을까’에 대해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1) 신은 없기에 ‘신이 암을 만들었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2)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 하지만 그가 왜 암이 있게 했는지 우리 인간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전지전능하신 신은 계시고 인간에게 암을 비롯한 질병이 생기게 하신 것도 그분의 섭리가 아닐까 한다.”

살아오신 인생에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보람 있는 인생’, ‘정신없이 바빴던 인생’, ‘다른 길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길 밖에 갈 수 없었던 인생’ 등등.

“열심히 살았고 보람이 컸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 인생이다. 학문적 관심과 환자 진료 등에 몰두했다. 젊은 시절 가족과 대화와 교류가 부족했다. 친척, 친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 배려가 부족했다.”

노성훈 교수는 수술에 칼을 대신하는 전기소작기를 도입해 수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수많은 혁신을 도입하고 세계 표준을 제시했다. 그런 창의성의 비결이 뭔가? 한국 교육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한국 교육이 의외로 경쟁력 있는 것인지?

“전기소작기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호기심과 도전정신 덕분이다. 1980년대 당시 위암 수술을 할 때 칼이나 가위를 주된 도구로 사용했다. 출혈로 인한 수술 시야 방해와 수술 시간 지연 등의 단점이 있었다. 저는 시간 날 때마다 다른 과의 수술을 들어가보곤 했는데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미세한 출혈 부위를 전기소작기로 지혈하는 것을 보고, 이를 위암 수술에 적용해보고자 했다. 다른 과의 수술을 어렵지 않게 참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세브란스병원의 ‘병원 문화’ 덕분이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먼저 했느냐가 중요하다. 환자 입장에서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고 줄이려고 하면 개선할 것이 보인다. 전기소작기를 이용한 위암 수술법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우리나라 교육방식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 ‘암기 중심 교육이 창의력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에 일부 동의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 때문이라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을 하나하나보면 사고의 인식과 창의적 능력이 같지 않다. 후학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의료 행위가 진리는 아니므로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스스로 질문하고 해결을 위해 도전하라는 것이다.”

일본외과학회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일본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요즘은 자동차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에 자주 강의하러 다니시며 느낀 일본이 정체되는 이유가 있는지?

“일본의 전통과 문화적 배경이 일본의 정체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는 3대, 4대에 걸쳐 100년 이상 지속되는 상점, 식당이 많다.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즉, 수술 기구, 방법 등의 혁신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70세 교수의 옛날 수술법을 20대 제자가 똑같이 하고 있다. 일본의 공항에 도착하면 관료주의적 아날로그식 입국심사를 접하게 된다.”

창의적 사고가 새로운 위암치료의 지평 열어

연세의료원의 발전을 위해 거액 연봉 스카우트 제안을 거부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23 세계대학순위’ 의학 부문에서 연세의대 32위, 서울의대 41위다. 연세대의 약진은 노성훈 교수님과 같은 그런 ‘희생’과 관련 있는지?

“세브란스라는 큰 울타리 덕분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세브란스 정신, 기독교 정신, 개척 정신을 20대 초반부터 교육받아 몸에 뱄다. 동문들이 기부를 많이 한다. 세브란스만의 동문 문화도 장점이다.”

월간중앙에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좋은 잡지에서 좋은 기사를 많이 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 여론의 중심이 돼주시기를 바란다.”

※ 김환영 - 중앙 글로벌머니 지식칼럼니스트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강대·한경대·단국대 등에서 강단에 섰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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