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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메리칸 럭셔리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근육질 외관에 어울리는 압도적 파워 돋보여
■ 빙판길도 거뜬…세단 못지않은 승차감 눈길


▎에스컬레이드의 외부 디자인은 그야말로 ‘위압적’이다. 약 2m에 달하는 높은 전고에 벨트 라인을 높여 마치 근육질 이종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킨다. 사진 캐딜락코리아
캐딜락은 1998년 1세대 에스컬레이드를 선보였다. 이후 5세대 모델을 출시하기까지 ‘아메리칸 럭셔리’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진화시켜왔다. 에스컬레이드는 세그먼트를 압도하는 존재감 등을 바탕으로 ‘SUV 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캐딜락코리아는 2021년 7월 5세대 에스컬레이드를 한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에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을 거쳐 서울 광진구까지 129㎞ 구간을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모델로 달렸다. 에스컬레이드는 길이 5380㎜, 폭 2060㎜, 높이 1945㎜의 압도적 덩치를 지녔다. 공차 중량은 2795㎏에 달한다. 큰 차체 등이 좁은 골목길 등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 시승 전날 퇴근길과 당일 오전 총 약 70㎞를 운행하고 나서야 차량에 비로소 적응할 수 있었다.

연비 빼곤 나무랄 데 없는 프리미엄 SUV


▎에스컬레이드 인테리어는 천연 가죽과 우드·패브릭 소재의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마감이 인상적이다. 사진 캐딜락코리아
에스컬레이드는 운전석 왼쪽 하단에 배치된 버튼을 통해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 당일 오전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렸다. 눈길 안전을 감안해 사륜구동 방식을 택하고 본격적으로 시승에 돌입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전날 500㎞ 이상에서 403㎞로 줄어 있었다. 연비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차라리 편하다. 에스컬레이드의 복합 연비는 ℓ당 6.5㎞다. 도심에서 휘발유 1ℓ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5.8㎞에 불과하다. 단 고속 주행 중에는 연비를 7.8㎞/ℓ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에스컬레이드는 가속력과 승차감 모두 충분한 만족감을 줬다. 차량 무게와 어우러져 묵직하면서도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에스컬레이드는 6.2ℓ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m의 성능을 발휘한다. 10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변속 충격 등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오프로드·트레일 등 4개의 드라이빙 모드 중 ‘투어’를 선택하면 세단 못지않은 안락함을 선사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한층 날렵하게 반응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서스펜션 응답력을 인정받은 캐딜락의 시그니처 시스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초대형 차체가 더욱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디 롤과 상하 진동을 현저히 억제해준다”는 캐딜락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수긍할 수 있었다. 눈이 그친 뒤에도 종일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았음에도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 주행 성능을 보였다.

에스컬레이드는 안전·편의 사양도 돋보였다. 전방에 보행자 등이 접근하면 시트 진동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려줬다. 독특했다. 승·하차 시에는 차량 높이가 낮아지면서 사이드 스텝이 튀어 나왔다. 키 작은 운전자도 타고 내리는 데 큰 무리가 없겠다 싶었다. 리어뷰카메라 룸미러는 차량 후방에 설치된 렌즈를 통해 시야가 닿지 않는 부분의 상황도 선명하고 넓게 보여줬다. 뒤따라오는 차량은 물론 반대 차선 차량까지도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

다만 카메라 렌즈에 이물질이 끼면 속수무책이다. 눈길에서는 비 오는 날보다 차량이 더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 차량 후방에 흙탕물이 많이 튀었는지 룸미러가 뿌옇게 흐려졌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 높이 중간 정도에 위치한 지름 1㎝ 가량의 렌즈를 닦아줬다. 룸미러가 다시 선명해졌다.

‘차량 상태 점검’ 등 자가진단 기능 적용


▎약 1m 길이의 후면 테일 램프는 에스컬레이드 외부 디자인 전반에 안정감을 준다. 사진 캐딜락코리아
빙판길 좌·우회전 상황에서 차량 제어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도 ‘옥에 티’였다. 정지 상태에서 유턴이나 회전하기 위해 핸들을 돌리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어김없이 네 바퀴가 따로 돌면서 멈칫거리다 움직였다. 치고 나가는 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시승 내내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각 휠의 구동력을 자동 제어해주는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이 미끄러운 길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에폭시 또는 우레탄 페인트로 마감한 실내 주차장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했다. 비 오는 날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타이어 문제일 수도 있다. 시승 차량 타이어 브랜드는 브리지스톤이었다. 휠은 22인치다.

에스컬레이드는 그러나 장점이 더 돋보이는 차였다. 편의 사양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차량 상태 점검’ 기능이었다. 에스컬레이드는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서스펜션 등 차량 세부 설정을 비롯해 주요 부품의 점검도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적힌 ‘차량 정보’ 글씨를 누르면 된다. 타이어 공기압은 물론 배터리 전압, 엔진오일 압력, 변속기오일 온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평소 신경 쓰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에스컬레이드는 특히 엔진오일과 네 바퀴 브레이크 패드 남은 수명까지 퍼센트로 알려준다. 엔진오일 교체 주기 ‘최소 1만㎞’는 알지만 브레이크 패드 교체 시기까지 살피지 못하는 ‘차알못(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신박(새롭고 놀라운)’한 기능이다. ‘카센터’에서 바가지 쓰는 일은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에스컬레이드의 또 다른 특장점은 넓은 실내 공간이다. 4세대 모델 대비 200㎜ 긴 길이와 130㎜ 증가한 휠베이스, 약 40% 증가한 886㎜의 3열 레그룸을 바탕으로 한 동급 최고 수준의 넉넉함이 돋보였다. 3열은 성인이 앉기에도 충분한 헤드룸을 확보했다. 에스컬레이드는 또한 기존 모델 대비 약 68% 증가한 722ℓ 트렁크 적재 공간을 기본 제공한다. 3열 폴딩 시 2065ℓ,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3427ℓ의 광활한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넓은 실내 공간에 음향 퀄리티도 ‘특별’


▎에스컬레이드는 722ℓ 트렁크 적재 공간을 기본 제공한다. 3열 폴딩 시 2065ℓ,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3427ℓ의 광활한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사진 캐딜락코리아
에스컬레이드는 널찍한 공간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갖췄다. 천연 가죽과 우드·패브릭 소재의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마감이 인상적이다.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스피커 그릴과 도어트림 시트 컨트롤러로 포인트를 줬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한 에스컬레이드는 음향 퀄리티도 특별하다. 실내 곳곳에 36개의 스피커를 배치해 360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게 캐딜락코리아의 설명이다.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2열 승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한층 진화시켰다. 1열 헤드레스트 뒤쪽에 배치한 두 개의 12.6인치 터치스크린은 HDMI 또는 C타입 USB 포트를 통해 휴대폰과 연동할 수 있다. 터치를 통해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미러 캐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2열 탑승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하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에스컬레이드의 외부 디자인은 그야말로 ‘위압적’이다. 약 2m에 달하는 높은 전고에 벨트 라인을 높여 마치 근육질 이종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킨다. 캐딜락 고유의 수직형 시그니처 라이팅 엘리먼트를 적용한 전면 주간 주행등과 약 1m 길이의 후면 테일 램프는 외부 디자인 전반에 안정감을 준다.

캐딜락은 회사의 차세대 모델들에 대한 방향성을 담은 ‘에스칼라(Escala)’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에스컬레이드의 스케일(규모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시승 차량인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에는 역동성이 느껴지는 스포츠 메쉬 글로스 블랙 그릴을 비롯해 측면 트림·몰딩·루프랙 등을 유광 블랙으로 처리해 존재감을 한껏 높인 게 특징이다.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트림에는 가로형 바 패턴을 적용한 갈바노 그릴을 중심으로 크롬을 대거 적용해 고급스럽고 정제된 느낌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두 모델의 가격은 1억5557만원으로 동일하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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