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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직격 인터뷰] 윤심(尹心) 거머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출사표 

“총선 승리할 당대표? 나 말고 적임자 없어”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손잡으며 친윤계 단일 후보로 부상
“영남권 당대표 때 총선 승리 많아… 성패는 성과에 달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단일 후보로 인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얘기는 여의도에선 일찌감치 구문(舊聞)으로 인식됐다. 혹자는 김 의원이 대선정국 때부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도 얘기한다. 대통령과 전임 대표(이준석)의 위태로운 신경전을 극적인 ‘울산 담판’으로 풀어내면서도, 상극인 두 사람의 관계가 대선 이후 깨질 수밖에 없음을 과연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풍문의 진의가 어떻든 이준석 전 대표는 2022년 4월 당 윤리위에 제소됐고 당권을 노리는 중진들의 예열 작업은 조기에 가동됐다.

그 가운데 김 의원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의원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를 출범하며 물밑작업에도 나섰다. 선거사무실 임대 소식도 누구보다 먼저 언론에 알려졌다. 몇몇 당직자 사이에선 “사생결단을 각오했다더라”는 말이 오갔다.

“당대표 되는데 사생결단? 그건 총선 겨냥한 말”


▎영남권의 대표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당대표론에 대해 “완전히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은 김 의원의 선거 캠프 개소식 현장. 왼쪽의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눈에 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로 독대 만찬을 한 데 이어, 대통령 초청으로 관저에서 열린 부부동반 12월 송년 만찬에도 참석했다.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윤(親尹) 주자 간 혼전 양상 속에서 그의 독주는, “늦어도 1월에는 용산의 오더가 있을 것”이라던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의 말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윤핵관’으로 회자되는 장제원 의원은 ‘브라더’ 사이라던 권성동 의원의 손을 뿌리치고 김 의원을 선택했다. 1월 9일 국회의원회관 550실에 들어서자 이제 막 누군가와 통화를 마친 김 의원이 기자를 맞았다. 출마 선언도 그렇고 모든 일정이 다른 주자들보다 빠르다는 말을 꺼내자 그는 안 그래도 일찍 지쳤다며 웃는다.

전당대회 조기 개최를 주장해왔다.

“하루라도 빨리 열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많이 지연됐다. 준비 기간이 길어서 많이 힘들다.”

빨리 준비한 이유가 뭔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난 뒤로 당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처분 리스크’라는 안 좋은 모습으로 이어지며 당 지도부도 공격받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당을 재건하지 않으면 총선을 이기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리더십의 재건이 중요한 과제였다. 총대 한 번 메자는 생각에 일찌감치 시작했다.”

사생결단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름다운 퇴장까지 각오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런 말을 누가 하나? 얘기가 잘못 흘러나간 것 같다. 만약 사생결단 용어를 썼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말일 것이다. 당내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제 목표다. 사생결단, 이런 표현은 제가 가진 슬로건과 방향이 전혀 안 맞는다.”

옆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지켜봐왔다. 그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 전 대표에겐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경험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경험은 세월을 통해 축적된다.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나가려 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좀 더 숙성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가 돼서 돌아왔으면 한다.”

김 의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당대표의 모습은 덕장(德將)에 가까운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년 총선에선 당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리더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을 뒤에서 지원하고 외력이 가해지면 막아주고 그렇게 모두가 소신을 지키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책임지는 당대표여야 한다.”

본인을 그 적임자라고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내대표를 1년 하면서 단 한 번도 저 때문에 트러블이 남은 적이 없다. 트러블이 생기면 제가 해결해줬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번에 저더러 용장(勇將)과 덕장의 모습을 갖췄다고 하지 않았나. 그 모습을 눈으로 본 의원들이 제 지지 기반의 바탕이 됐다. 지금은 저를 지지하는 의원이 최소한 50~60명 이상 될거고 조금 더 지나면 80~90명까지 될 거라고 본다.”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김·장’ 연대는 어떻게 이뤄졌나?

“장 의원과의 친분은 원래 깊었다. 국회 활동도 그렇고 지역적으로도 묶여 있다. 사실 저는 울산이 지역구지만 절반은 부산 사람이다. 초·중·고교 다 부산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장 의원(부산 사상)과는 공통점이 많은 셈이다. 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이 생겼을 때 장 의원이 당 대변인을 하면서 제 입장에서 적극적인 발언을 해줬다. 최근에는 당의 영향력 있는 여러 역할이 있으니 서로 뜻을 맞춰보자 해서 연대하게 됐다.”

“유승민, 터무니 없는 모순적 발언 일삼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선거 캠프 개소식에서 대북을 치고 있다. 이 대북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 유세장에서 쓰였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은 김·장 연대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김장김치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3월이 되면 쉰다’고 했다.

“자꾸 김장철 지나면 김장 쉬어버린다고 하는데 그래 웃긴다. 아직도 김치냉장고가 뭔지 잘 모르시나.”

진의가 어떻든 김 의원과 관련한 연대설이 유독 많은 게 사실이다.

“어디 장 의원뿐이겠는가. 지금 후보로 나오실 분을 포함해 출마설이 도는 분들, 또 당의 역량 있는 분들 다 연대해야 한다. 당내 통합과 연대를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그게 당대표의 역할이다. 나 잘났다. 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다 잘라버릴 거야. 그건 대표감이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 같다.

“맞다. 본인이 당대표가 되면 윤핵관은 바로 척결하고 잘라버리겠다고 그러더라. 민주주의 정당에서 당대표는 공천에 관여하면 안 되고 대통령도 당에 관여하면 안 된다면서 본인은 저렇게 주장한다. 자기 마음에 안 들어 잘라버리는 거는 괜찮고, 본인이 다른 사람 마음에 못 들어 잘리는 건 나쁘다 그러고. 이런 터무니없는 모순적 발언을 한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은 완전히 강을 건넜다.

“유 전 의원은 장점이 많은 분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가졌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너무 빠져 모든 사안을 자기중심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예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를 향해 얼라(어린아이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했다. 나만이 옳다.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발언 아니겠는가? 나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공천 다 잘라버린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당권 경쟁이 윤심 마케팅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지 않나.

“저는 윤심을 받고 있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제가 윤심 후보라고 말한 적조차 없다. 그보다는 민심 후보고, 당심 후보다. 일찍이 민심 대표와 당심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수도권 당대표론? 완전히 아마추어 같은 생각”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서로에게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 의원도 윤심팔이를 싫어한다며 비판에 합세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윤심을 팔고 있다. 저번에는 유 전 의원을 빼고 대통령의 마음이 열려 있다는 발언도 했다. 윤심에 관심 없다는 분이 왜 그렇게 윤심에 관심을 가지시나? 거기다 대통령과 관저 만찬을 가질 거라고도 했다. 만찬은 얼마든지 하는 게 좋다. 대통령이 특정인하고만 만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사전에 예고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러면서 윤심팔이를 하지 말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대통령과 두 차례 관저 만찬을 가졌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가?

“현직 대통령과의 자리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

성탄절과 신정에 두 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 대산빌딩에서 열린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에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유세장에서 쓰였던 ‘대북’(대형 북)이 등장하면서 윤심의 향배가 분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 김 의원을 공개 지지했다.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계의 교통정리로 읽힌다.

“교통정리라는 용어보다는 의견수렴 과정으로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같이 연대하고 통합할 수 있는 사람끼리 뜻을 잘 맞췄다고 봐달라.”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가시권이다. 다만 용산과의 관계는 풀리지 않은 것 같다.

“그분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굉장히 민감한 시점이고 제가 뭐라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할 것이다.”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이 30.7%로 선두다.

“지지율의 추세를 봐야 한다. 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게 당 지도부를 맡기니 대통령 선거도 이기고, 지방선거도 이기고, 당도 잘 화합됐다. 그 성과가 제게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제가 돼야 한다고 당원들이 판단하고 있다.”

일부에선 수도권 당대표론을 주장한다. 보수의 근거지인 영남은 대통령 지지층이 굳건하니 수도권에서 확장성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나 전 의원에게 이런 열망이 쏠렸다는 분석도 있다.

“바로 직전 총선에 당대표(황교안)가 수도권에 나갔더니 확 망했다. 그때는 왜 수도권 국민들께서 안 찍어줬는가. 반대로 강재섭, 박근혜 시절에는 영남권 대표로 총선에서 압승했다. 영남권 당대표라서 우리가 폭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완전히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다. 국민들께서는 대통령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고 표 찍는다. 그러니 당대표는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면서 정통 보수당의 가치를 얼마나 잘 실현하느냐,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수도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울산을 떠나서 서울에서 출마하라고 권했는데…

“뚱딴지같은 소리다. 당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해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뭐든지 해야지. 수도권 출마를 왜 못하겠는가? 그런데 당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했다고 찍어주던가? 당대표가 인천 출신이면 서울과 경기가 다 찍어주나?”

국민 여론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다.

“안 의원은 저보다 인지도가 높지만 제게 역전당했다. 가장 중요한 부적합도가 저는 낮다. 인지도가 개선될수록 제 지지율은 확고하게 높아질 것이다.”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 자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복안이 있다면?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야당이 말로 정치한다면 여당은 일로 정치한다. 문재인 대통령 5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성과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집값은 폭등했다. 세금도 폭등했다. 빚은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사라졌다. 국민들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엄혹한 평가를 내리셨다. 우리는 일을 잘해야 한다. 여당과 대통령이 호흡을 맞춰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국방 개혁, 사법 개혁 등 수많은 과제를 끊임없이 추진해가면서 비전을 보여드리고 성과로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을 이긴다. 윤심이네, 안심이네, 유심이네 그러고 앉아 있는 거는 어리석은 짓이다.”

올해도 여소야대 국면은 이어진다.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제가 원내대표 할 때는 아예 민주당과 소통이 안됐다. 소수 야당이 103석, 거대 여당이 180석이었다. 대통령도 저쪽이었다. 지방 권력도 90%를 저쪽에서 점령하고 있었다.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장을 다 뺏긴 상태로 넘겨받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하지만 저는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다잡았다. 법사위원장까지 제가 합의문에 써서 찾아왔다. 그게 실력이다. 당대표가 되면 이재명 대표든 누구든 간에 카운터파트로 인정하고 수시로 협상도 하고 대화도 하면 된다.”

윤 대통령의 현 지지율과 지난 대선 때 득표율을 비교하면 10% 정도 차이가 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내년 총선 전에 제가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만들겠다고 그랬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위에서 내려가는 구조였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올라가고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초창기에 우리가 소수당이어서 제대로 된 보수당의 정책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내부 분열이 있었고 저쪽에 공격할 실마리를 주면서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서서히 윤석열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께서 그 모습을 기대하고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신 건데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고 법과 원칙을 위반하는데 과감하게 대응하니 지지율이 올랐다. 거기다 민주당이 고맙게도 갈팡질팡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지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야당 복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당만 잘 추슬러서 끌고 가면 목표 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는 2021년 4월 원내대표가 됐을 때 20% 중반에 불과한 당 지지율을 연말까지 4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뤄냈다. 저는 결코 허황된 목표는 제시하지 않는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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