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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 | 윤석열 정부 경제 성장과 복지 정책의 선봉장들(2)] 尹정부 산업 정책 총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삼중고’ 겪는 기업 지원에 팔 걷어붙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설비투자 지원해 민간 주도 성장 힘 실어… 실물경제 회복에 총력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 총력… 2차전지 산업 지원에도 속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월 3일 충북 청주의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오송공장에서 관계자들과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장관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680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어려움이 있지만 실물경제 활력 회복에 총력을 다해 이른바 ‘수출 플러스’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 민간 기업에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역대 최대 수준인 3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해 민간 주도 성장을 견인하기로 했다. 산업 대전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에너지 시스템의 혁신도 추진한다.

이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관련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차 수출·투자 금융 지원 협의회’를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2023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과 투자 위축, 자국 우선주의, 에너지 위기 등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6800억 달러 이상 수출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다”며 “일선 금융 창구에서 선입관으로 금융 지원에 제한을 두지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고, 나아가 향후 경제가 살아날 때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부처별 산업 정책을 반영해 정책금융을 총 81조원 규모로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민간 금융기관에서도 100조원 투자 계획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무와 이론 겸비한 산업 정책 전문가

이 장관은 또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돕기로 했다. 2030년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50%로 확대되는 시장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규모를 330만 대로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 5%에서 1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 장관은 목표 달성을 위해 세제 지원을 바탕으로 오는 2026년까지 자동차 업계에 ‘95조원+알파(α)’ 규모의 투자를 촉진할 예정이다. 관련해 전동화 글로벌 톱티어 도약과 생태계 전반의 유연한 전환, 안정적 공급망 구축, 자율주행·모빌리티 신산업 창출 등 4대 전략도 제시했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부품·장비 관련 협력업체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2차전지 산업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 장관은 우선 2030년까지 1조원의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해 ‘배터리 초격차’를 위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에서 800㎞로 늘릴 수 있는 하이니켈 양극재·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을 중점 지원한다. 설비투자 시 대기업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6~10%)도중견기업과 동일한 수준(8~12%)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배터리 동맹도 구성했다. 해외 자원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프로젝트를 선별해 업계에 공유하면, 업계가 광산 개발·공급 구매계약 등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과 함께 가진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민·관 역량을 결집해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주요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첫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수출 확대 등의 총대를 멘 이창양은 어떤 사람일까? 이 장관은 1962년 9월 20일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태어났다. 마산고(40회) 졸업 후 서울대(81학번)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198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1999년 동대학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장관은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해 1986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대통령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1999년에는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맡아 산업 정책 전반을 조율했다.

이 장관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직후인 2000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교수가 된 뒤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등을 맡아 조언자 역할을 했다. 행정 경험과 학식을 두루 갖춘 이 장관은 기술 혁신 분야에서 한국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5월 13일 새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공식 취임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3월 17일 산업과 일자리를 다루는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에 이 장관을 임명하면서부터다.

인수위 시절부터 대통령과 손발 맞춰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 대통령,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대통령실
김은혜 당시 당선인 대변인은 “이 교수는 학식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고, 시장 구조와 기업 전략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등 기업과 산업계가 원활하게 소통하는 민간 주도의 실용적 산업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엄중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산업·기술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이 장관을 일찌감치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으로 낙점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개월 전 발표한 내각 인선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이창양 당시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지명하며 한번 맺은 인연은 반드시 챙기는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증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0일 내각 인선안을 직접 발표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이창양 후보자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 구조 고도화의 밑그림을 그려낼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국제적으로도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원전과 신재생이 조화를 이루는 ‘전원 믹스’를 바탕으로 안정적 에너지 수급과 함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중소기업을 택했던 것과 달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18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최태원 상의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저성장을 극복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역동성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정책 파트너로서 산업계와 함께 기업 성장 전략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상의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 규제 개혁안을 건의해달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 장관의 첫 행보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기술 나눔 운동, 혁신 노하우 전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과거 한덕수 국무총리가 산업부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 총리와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장관을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으로 추천한 이도 한 총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총리는 이 장관에 대해 “산업부를 이끌 수장으로는 최고”라고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장관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행시 동기다.

윤한홍·최형두 의원 등과 각별한 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자력 발전소 핵심 부품인 원자로 제작 공장 상황에 대해 설명 받은 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이 신뢰하는 사람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1962년 경남 고성군에서 태어나 창신중, 마산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동갑인 이 장관과 고향부터 학교까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창신중과 마산고(40회), 서울대(81학번) 동기이자 하버드대(석사) 동문으로 매우 친한 사이다. 현재 최 의원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로, 업무상으로도 겹치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도 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은 196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중, 마산고(40회), 서울대(81학번)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이 장관과 고교·대학 동기다. 윤 의원은 행정고시 제32회 출신으로, 3년 먼저 합격한 이 장관보다 늦게 공직에 입문해 주로 서울시에서 근무했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 의원은 대선 당시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부실장 등을 맡아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인수위 당시 청와대 이전 TF팀장을 맡아 경제 2분과 간사였던 이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윤 의원이 인수위 내 실세로 꼽혔던 만큼 이 장관이 산업부 수장에 임명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실제로 인수위 당선인 총괄 보좌역이던 이철규 의원 등과도 친해지는 등 인수위 활동을 계기로 인맥을 넓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 장관은 재산 33억여원을 가지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 26일 전자관보에 공개한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이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재산으로 총 33억3519만원을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에 재산을 신고할 당시보다 2억1120만원 증가한 액수다. 이 장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아파트(9억800만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부 등 가족 합산 예금은 총 20억7003만원이다. 이 장관 11억992만원, 배우자 9억1112만원으로 네 달 사이 예금이 소폭 늘었고, 차녀 명의 예금 4899만원이 추가됐다. 이 장관은 또 자신 명의의 2015년식 BMW 520d와 2018년식 토요타 RAV4를 한 대씩 지녔다. 이 장관 배우자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상가(1억9040만원)와 노원구 월계동 상가(1억6781만원)를 보유했는데, 두 상가 거래가액이 4개월 전보다 각각 1억원 이상씩 뛰었다. 이 장관 배우자는 3388만원의 임대 채무도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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