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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이 말하는 ‘강원특별자치도’ 

“40년 숙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이번엔 만든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분권·사업 특례 등 고도의 자치권 이양은 지역균형발전 시금석”
■“자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싸움 아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싸움”
■“규제 푸는 강원도에서는 투자자들이 애태우는 일 없을 것”


▎1월 5일 ‘구루와 목민관 대화’에 앞서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만난 김진태 강원지사(왼쪽)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는 6월 11일 0시를 기해 ‘강원특별자치도’로 현판을 바꿔 단다. 조선 태조 때인 1395년부터 사용돼온 강원도라는 명칭이 62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는 지난해 5월 29일에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 예정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 재정상의 지원을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고 강원도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개발 관련 특례 규정을 두고, 규제를 완화하는 후속 입법을 준비 중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본래의 취지대로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다면 대한민국 지역균형발전과 자치분권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고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조한다. 또 그간 청정 지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 후순위에 놓였던 강원도 18개 시·군, 187개 읍·면·동이 고루 발전하는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김 지사는 덧붙였다.

특별자치도는 제주도에 이어 강원도가 두 번째다. 나아가 전북도 내년 1월 특별자치도로 옷을 갈아입는다. 경기 북부, 충북, 광주·전남도 역시 특별자치단체로의 전환을 서두른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지자체들이 자치권 확대에 본격 나서는 시절이다. 그 선두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자리한다. 특별자치단체라는 외양에 걸맞은 조직·재정 운용권과 같은 내실이 갖춰져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윈-윈(winwin)이라는 제도의 취지도 살아난다. 그런 면에서 강원도 변신의 성패(成敗)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와 분권의 새로운 시금석이라 하겠다.

김진태 지사는 이 중대한 사업의 파트너로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을 골랐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재정(財政) 전문가인 현 원장은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자유기업원장 등을 역임한 보수주의 경제 이론가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김 지사와 현 원장의 대담은 1월 5일 강원도청 2층 도지사 집무실 옆 통상상담실에서 열렸다.

강원도는 두 분께 어떤 곳으로 와 닿는가?

김진태 강원도지사_ 강원도는 제가 태어난 곳이기에 어머니와 같다. 저는 어려서부터 ‘강원도는 미래의 땅’이라는 얘기를 줄곧 듣고 자랐다. 수도권에서도 강원도에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에이, 거기는 좀 깨끗한 청정 지역으로 남아 있어야지’라는 훈수를 두더라. 그래서인지 강원도는 예나 지금이나 늘 미래의 땅으로 인식된다. 그런 시각이 강원도에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잘 아껴뒀다가 나중에 써먹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허파 같은 땅? 그런 분위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온 고장이 강원도다. 언제까지 강원도는 미래의 땅으로 남아 있어야 하나? 강원도는 미래가 아닌 바로 오늘 행복해야 한다. 강원도민들의 그런 염원이 모여서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강원도의 모든 공공 부문이 특별자치도 출범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 이상 ‘희망 고문’은 사절, 지금이 중요하다”


▎김진태 강원지사(왼쪽)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강원도는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개발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_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강원도에서 태어나지 않은 제 입장에서 강원도의 매력은 딱 한 가지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도약한다는 점이다. 제가 가진 재정학 지식을 이곳에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거듭나는 일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주는 임팩트가 엄청나다. 우리나라 분권 구조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다.

김 지사_ 강원도는 수도권에 인접한 지자체다. 따라서 수도권에 있는 서울·경기·인천과도 경쟁하게 된다. 그 출발점이 6월 11일 공식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다. 이제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181개 관련법 개정안 초안을 다듬어 2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5월 이전에 입법 절차를 완료했으면 한다.

여야가 대치 중인 정국 상황을 보더라도, 또 181개 법안의 규모를 보더라도 목표 시점에 완료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원장_ 181개 법안 모두 개정되면 좋겠는데 물리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저는 6월 11일이 특별자치도의 완성이라기보다는 출발이라고 본다. 어쩌면 10년, 아니 3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대장정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가져오는 일이 어디 녹록한가?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권한을 내려놓는 순간 공무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다. 오랜 연방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만 하더라도 중앙과 지방의 파워 게임은 지금도 치열하지 않은가.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 역시 투쟁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다.(웃음)

김 지사_ 사실 대한민국은 너무 중앙(中央) 중심적이다. 중앙이라는 말을 모두 선호한다. 전국에 ‘중앙’이라는 명칭을 가진 교회가 3700개라고 하질 않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이렇다. 지방의 거점 대학도 도립(道立)이라는 말 대신에 국립(國立)이라는 호칭을 원한다. 그럴수록 지방은 지방이 챙겨야 하고 스스로가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취지에 걸맞은 권한을 확보해 대한민국 자치 분권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여기 있는 현 원장은 재정 전문가이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연계된 분권(分權)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왔다.

현 원장_ 저는 ‘지방 분권’이라는 용어가 오독되는 현실을 직시한다. 지방의 의미가 수도권과 대별되는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결과적으로 지방과 수도권은 대치하는 관계로 돼버렸다. 이는 결국 제로섬 게임으로 빠져드는 결과를 낳는다. 수도권과 지방이 나눠 갖는 파이는 길항 관계에 있어 결국 영합(零合)에 머물게 된다. 지방이 낙후되고 퇴조하는 이유를 수도권의 비대화에 돌리는 정책 진단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기조 위에서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수도권은 규제하고 지방은 지원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가속화됐다.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수도권 규제와 지방 지원이라는 기본 틀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가다듬을 시점이라고 여긴다.

김 지사_ 분권의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자는 말로 들린다. 분권이란 집중된 권한을 나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의 주요 당사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보고자 한다. 분권에서 나눠야 할 권한의 귀속처는 ‘수도권’이 아닌 ‘중앙정부’가 아닐까? 중앙정부가 독점 내지 과점한 권한을 다른 지방정부에 분배하는 게 분권의 요체다. 독점 내지 과점된 권한은 수도권이 아닌 중앙정부에 속해 있다. 서울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일 뿐이다. ‘지방’을 지역적 의미에서 ‘수도권’의 대척 개념이 아닌, 권한 분산의 주체인 ‘중앙정부’의 대척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 연장선에서 ‘지방 분권’이란 용어 사용도 되도록 피했으면 한다. 그저 ‘분권’으로도 충분하다. ‘분권’을 통해 배분되는 권한을 이양받는 대상은 지방정부이므로 굳이 수도권과 대치하는 뉘앙스를 주는 지방을 분권 앞에 붙일 이유가 없다. 권력이 집중된 중앙정부는 독점 구조이다. 그런 권력은 비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 부패하게 마련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에게 주는 공적 서비스를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보다 더 부패하기 쉬운 이유


▎강원도는 청정자연으로도 유명하다. 미시령 힐링 가도 코스 고성군의 울산바위 전경.
현 원장_ 말이 나온 김에 분권의 세부 내용도 정립해보고 싶다. 분권은 크게 4개로 분류할 수 있다. ‘정치 분권’, ‘재정 분권’, ‘정책 분권’, ‘행정 분권’이 그것이다. 정치 분권은 이미 시행되고 있듯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민들이 선출하는 것이다. ‘재정 분권’은 지역 주민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인 세금을 지방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가 갖는 것이다. ‘정책 분권’은 강원도의 환경, 수자원, 산림 등의 정책을 지방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행정 분권’은 지역의 행정업무 전반을 중앙정부 지침에 의하지 않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을 뜻한다.

논의가 분권 쪽으로 깊이 들어갔다. 특별자치도 출범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가?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변화를 느끼게 될까?

현 원장_ 지난해 5월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적인 지위는 확보했다. 남은 과제는 관련법 개정 작업을 통해 지역의 강점을 살리는 특례를 확보하는 일이다. 강원도는 분권 특례와 사업 특례를 중점 추진한다. 분권 특례는 행정, 재정 등의 자치 분권을 얻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자치 시군이 없지만, 강원에는 자치권이 보장된 18개 시군이 있다. 강원도는 자치 분권이 주어지는 첫 사례다. 이에 자치 분권의 선도 모델을 마련하고자 도내 시군과 업무 배분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김 지사_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예로 들겠다. 현재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0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오색약수터에서 끝청봉 하단까지 3.5㎞ 구간을 이어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이 사업이 중앙정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까닭이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도지사에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관련법이 개정된다면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농지 관련 활용 방안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허가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제도가 적지 않다. 현행 농지법에는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는 농사 외에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서다. 쌀이 남아도는 요즘도 지정 해제 처분권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가 허락하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게 농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한 권한을 지자체가 행사한다면 지역 발전에 필요한 설비와 산업으로의 전용이 가능해진다. 강원도 땅의 대부분은 산림 지역이다. 관리와 개발도 도지사에게 주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이 모든 가능성이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더 커진다고 하겠다.

현 원장_ 강원특별자치도는 특정 지구를 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권한을 확보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군사·산림·환경·농업 4개 분야의 규제 완화를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환경 분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가져오는 것이고, 산림 분야는 산지 중복 규제 등 불합리한 산지 이용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산지 전용 허가권 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농업 분야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부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래서 특별자치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군사·산림·환경·농업 4개 분야 규제 완화”


▎지난해 12월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 출범식. / 사진:강원도청
강원도 밖의 국민에게 강원특별자치도가 갖는 의미, 필연성을 전달하자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김 지사_ 혹여 강원특별자치도라는 단어가 줄 수 있는 오해를 풀고 싶다. 이는 강원도만 발전하기 위한 ‘지역이기주의’적 제안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특별히 더 많이 확보하려는 수단이 아니다. 강원도가 자치도가 되면 중앙정부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 특별자치도가 된다고 해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예산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모든 지자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배분될 따름이다. 특별자치도는 이른바 ‘완전한 자치’로 가는 디딤돌이다. 더 많은 광역지자체로 특별자치가 확대될수록 전국이 성숙된 자치에 다가서게 된다. ‘완전한 자치’의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의 배분 문제이다. 앞서 언급된 4대 분권을 가진 ‘완전한 분권’이 전국에 적용될 때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린다. 2023년 강원도는 형식상으로 분권 구조를 확보,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를 이양받은 독립적인 지방정부가 된다. 물론 그동안 중앙집권 체제에 익숙한 중앙정부 관료들은 분권 체제에 대한 믿음이 낮아 강원도에만 쉽게 권한을 배분하지 않으려 들겠지만,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꼭 넘어야 할 산이 바로 권한 이양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추진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변화가 피부에 와 닿는가?

김 지사_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랬다. ‘지방 분권과 권한 위임을 좀 더 강력하게 하려고 하는데, 참모들의 반대가 엄청나서 차근차근 해나가게 됐다’고 말이다. 그만큼 중앙정부는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게 있다. 이 자리에서 시·도지사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부분만 고유 권한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외교, 안보, 국방, 지방자치단체 간 조율 기능 정도만 중앙정부가 가져도 되는 시대 아닌가.

취임 당시 ‘인구 200만, 지역내총생산(GRDP) 100조원, 수도권 강원시대’라는 도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목표를 결론으로 도출하게 된 과정이 궁금한데.

김 지사_ 역대 강원도라면 ‘행복한 강원도’와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제대로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154만 명인 인구를 200만 명으로, 50조원도 안 되는 GRDP를 100조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목표가 확실할수록 더 열심히 뛰게 마련인데 좀 마음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인구를 50만 명 늘린다? 좀 무모한 듯해도 돌파구가 보인다. 바로 생활인구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말이다. 지난해 강원도를 찾은 사람이 1억4000만 명이더라. 주민등록은 타지에 두지만, 마음은 강원도를 고향으로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거소(居所) 개념을 기반으로 생활인구를 법제화한다면 강원도 인구는 2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다.

현 원장_ 인구 200만, GRDP 100조원이라는 수치는 강원도가 가야 할 목표다. 거기에 일부 미달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리더가 이런 메시지를 주면 공무원들은 따라오게 되고 도정(道政)도 활성화하는 것 아닌가. 생활인구 200만 시대라는 말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많은 이들이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있다. 이는 인류의 발전상 자연스러운 패턴이다. 우리나라에서 세컨드 하우스로 가장 유력한 고장이 강원도다. 주민등록만 서울 등 수도권에 두고서 강원도에서 사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제가 보기에 생활인구 200만 콘셉트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합리적인 제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분들까지 고려하면 강원도에서 사는 분들이 200만 명에 불과할까?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김 지사는 레고랜드 보증 채무 이행 건과 관련해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취지가 좋은 사업 추진에 무리수가 따른 탓인가?

김 지사_ 제가 전임 도지사의 정책을 지우기 위해 정치적 목적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식으로 왜곡되게 알려져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오로지 경제적 측면만 고려한 발언이다. 저는 레고랜드 조성과 관련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경영 개선과 정상화 차원에서 기업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했을 뿐, 보증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적이 없음에도 마치 빚을 안 갚는다는 쪽으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질 것은 져야 하지만, 하지도 않은 언행을 가지고 다 책임을 지라는 건 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레고랜드 파문의 진원지는 한국은행 금리 인상”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강원 양양 주민들이 제기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요구 민원과 관련한 현장 간담회를 현지에서 개최했다. / 사진:연합뉴스
당시의 정확한 워딩은 뭔가?

김 지사_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해서 정상화하겠다. 거기서 대출금을 최대한 갚도록 하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보증을 선 강원도가 책임지겠다, 이렇게 말했다. 그걸로 시장을 자극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불러온다는 이른바 ‘나비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제가 보기에는 금융권보다는 정치권에서 이를 더 부추긴 측면이 있다. 자꾸 ‘문제다’, ‘문제다’ 해서 실제 그런 자기실현적 위기를 초래하더라. 지자체가 만든 공사를 회생 신청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나는 공사가 그렇게 취약한 구조라는 것을 미리 경고한 카나리아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여간 저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빨리 수습하는 차원에서 2000억 보증 채무를 모두 갚았다. 그리고 중도개발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또 그렇게 회생한다고 해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되기에 회생 신청은 포기하게 된 것이다.

현 원장_ 저는 좀 심플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무너질 때가 된 다리가 붕괴할 즈음 지나던 행인이 재채기했다. 행인의 재채기로 인해 다리가 무너졌다고 하는 격이다. 인과관계를 이상하게 꼬아 확 뒤집어서 해석하는 게 정치 같더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발표가 지난해 9월 28일이고, 시장에 불황 충격파가 온 것은 2주 뒤인 10월 12일쯤이라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그사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 게 주된 원인이다. 재채기하고 2주 지나 다리가 무너지니까 재채기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김 지사는 취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긴축 예산 편성이다. 예산을 함부로 쓰지 말고 부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정준칙을 세웠다. 레고랜드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돈을 아끼고자 했고, 그 연장선에서 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도 나오게 된 것이다.

“강원 투자자에게 최상 서비스 약속”


▎강원도청 앞에서 만난 김진태 강원지사(왼쪽)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뒤는 춘천 번화가인 중앙로 로터리 일대.
삼성전자 원주 유치 건은 진척이 있나. 강원도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비전을 듣고 싶다.

김 지사_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원주에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제시했다고 해서 선거 기간 내내 이슈가 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그랬다.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냐고. 아직 반도체 공장이 들어온 건 아니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인력부터 양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국비 200억원도 확보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나마 옛날에는 생각지도 못한 대기업 유치를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6개월은 기업 유치와 관련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현 원장_ 정주영 명예회장이 강원도 사람이다. 비록 북한에 속한 강원도지만 그의 호 아산(峨山)은 바로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에서 따왔다. 강원도는 그와 같은 기업가 정신이 서린 고장이다.

취임사에서 ‘강원도는 부패와 단절하겠다. 공무원이 규제로 시민 애먹이는 일 없애겠다’고 했다. 공직 사회가 어떤 질곡에 빠져 있었던가?

김 지사_ 골프장 하나 짓는 데만 7000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기간은 5년 이상이 걸린다. 대규모 리조트, 콘도를 유치해도 시원찮을 판에 (행정 절차로 인해) 속을 태우게 하거나 애먹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현재 강원도에 사업비 3000억원 이상 투자 건이 진행 중인 게 11건에 달한다.

규제는 공무원이 만드는 게 아니고 법과 제도가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

김 지사_ 사실 취임 전에 이런 얘기를 많이 접했다.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면 시, 군 공무원 할 것 없이 어떻게 안 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 같더라’고 말이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고, 안 되는 게 참 많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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