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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이 본 ‘챗GPT 시대 대한민국 변화’ 

“사람과 사람 연결해주는 직업이 촉망받을 것”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AI, 궁극적으로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할 것으로 기대
디지털 전환은 농업 생산성 끌어올려 지역균형발전 촉진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AI 기술이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말한다.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다만 골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SF계의 예언가로 통하는 캐나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언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넷 디지털 세계를 뜻하는 사이버 스페이스, 매트릭스 용어를 고안한 그는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속성을 이렇게 빗댔다.

지난해 말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인 ChatGPT는 인공지능 기술의 또 다른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ChatGPT는 출시 두 달 만에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창출하면서 궁극적으로 AI 기술이 인간 지식노동의 거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 데 일조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에게 무한한 서비스를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 수혜자인 개개인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이 주는 현란함에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월간중앙은 2월 8일 김현철(40)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과 만나 인간과 AI가 동행하는 미래에 생길 일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서울 강서구 국제유통센터에 자리한(사)한국인공지능협회는 산하에 국내 AI 관련 기업 600여 개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ChatGPT 열풍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미국 스타트업이 제공한 AI 서비스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요. 제가 듣기로는 ChatGPT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가진 모델의 성능이 더 좋다고도 해요.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사회가 파격적 AI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는 됐는지, 관련 제도는 갖췄는지 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외국에서는 휴머노이드형 로봇과 AI 기술이 인류에 풍요를 가져다줄 거라는 비전을 얘기해요. 저도 동의합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잖아요. 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걸 뜻합니다. 디지털 전환 기술의 최고봉인 AI 기술 없이는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해준다는 관점이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사회상도 변모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 변리사 등 고품격 정형화된 지식 빨리 대체”


▎한국인공지능협회의 모태가 된 2016년 11월 AI 스터디 모임. 이 모임 참여자들이 협회의 발기인들로 참여했다. / 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인공지능이 개입할 수 있는 우리 삶의 범주를 예측해본다면?

“AI가 단순히 어떤 산업의 혁명을 일으키는 기술을 넘어서 경제 구조와 생활양식을 바꿀 겁니다. 나아가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하겠죠. 저는 AI 기술을 ‘메타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메타 기술이란 모든 산업과 모든 생활을 부양시키는 초월적인 측면을 가진 기술입니다. ChatGPT 같은 인공지능은 그 시발점을 보여준 것 같아요.”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경우 부침을 겪는 분야가 있을 텐데요?

“고도의 기능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전문직 위주로 일자리가 대체될 겁니다. 예컨대 변호사, 의사, 회계사, 변리사 등 말이죠. 전문 직종은 고품격 지식의 정형화가 잘 돼 있어 인공지능이 학습하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직종은 로봇이 고도화할수록 주목받게 돼 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거나,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그런 분야도 AI 시대에 촉망받을 거 같아요.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연결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분들은 오래 살아남을 겁니다.”

일본도 대학 17곳이 첨단 디지털 기술 분야인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일본이 언젠가는 이렇게 하리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럴 줄은 몰랐어요. 좀 놀랍습니다. 데이터는 모든 학문과 지식 체계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수단이기도 하지요. 일본이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를 대거 양산한다는 말은 컴퓨터 공학적 지식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영감을 추출할 수 있는 지식, 지혜를 갖춘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중심으로 물리·화학·반도체·컴퓨팅 같은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미래의 어떤 통합적 과제를 두고 관련 학과의 전문가들이 교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그건 아직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인데 우리도 관련체계 마련을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2017년 한국인공지능협회가 본격 출범합니다. 협회를 만든 계기는?

“AI라는 아이템은 보편성이 있고, 이 보편성은 시대의 흐름이라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공동 목적을 갖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플랫폼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그 누구도 협회라는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더군요. 저는 기업을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협회를 만들었지요.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인류 사회가 겪는 문제를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해결해가려는 당사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고, 그의 연결을 국내외로 지속해서 확장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회비를 받지 않는다면서요?

“제가 생각하는 협회라는 건 공평무사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업적인 인맥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기구입니다. 회비를 받는다면 돈을 낸 기업들 위주로 굴러갈 것 같았어요. 다른 협회를 알아보니 회비 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더군요. AI 생태계는 새로 시작하는 수평적인 기업들 위주로 형성되는 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회비 때문에 회원 간 정보 전달력에 편차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게 제 입장이었어요.”

그게 협회가 자리 잡는 성공 요인이었군요.

“회비를 받지 않으니 단기간에 6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어요. 회원사들이 만들어준 규모를 기반으로 협회 차원에서 인공지능 엑스포, AI 관련 교육과 인증 등 외부 사업을 벌여 자생력을 갖추기에 이른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장기전입니다. AI는 우리의 전 생활 영역, 산업 영역을 변화시키는 아이템이라 단기 수익을 책정해서 짬짜미하거나 정보를 팔아 이득을 취하는 건 한국인공지능협회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지 않아요.”

“영화와 스마트폰은 시대를 미리 알고 있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중심으로 물리·화학· 반도체·컴퓨팅 같은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최근 김외철 전 경상북도 개방형 1호 서울본부장을 특별전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외연 확대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협회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회원으로 합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진 않았지만 필요로 하는 기업, 즉 ‘레거시 기업’까지 회원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2018년부터 ‘AI EXPO KOREA’라고 해서 국제인공지능 대전을 매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어왔어요. 올해도 5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 엑스포를 열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필요로 하는 1만5000개 기업의 DB를 갖췄어요. AI 기술을 가진 기업과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레거시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을 할 겁니다. AI 기업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레거시 기업은 첨단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국내 AI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우리 협회에 자동으로 등록케 해 협회 자격증을 획득하고, 회원사와 취업을 매칭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또 해외 네크워크를 개척해 회원사들에게 시장과 돈을 연결하는 일도 하고자 합니다.”

영어과를 졸업하고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연구했더군요. 그리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에 오기까지 곡절이 많았을 듯합니다.

“저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고, 인생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철학, 불교, 도교 이런 분야에 끌리기도 했지요. 인생의 진리, 세계의 섭리, 산업의 본질 등을 혼자서 고민해보니 대학의 미래도 뻔해 보였어요.(웃음) 대학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바로 창업하자는 마인드였기에 미루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어요. 그 뒤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관련 기술을 익힌 친구 둘과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후 서너 번 사업에서 실패하는 등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난관을 이겨낼까 고민이 많았고, 아무래도 저는 비즈니스 타입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돈을 벌려고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죠. 차라리 네트워크를 창출해 연결하고, 플랫폼적 사고와 기획이 즐거운 성향의 소유자였으니까요. 협회를 만들 당시에도 개인 채무가 저를 짓눌렀지만 제가 만든 네트워크에서 연결된 사람들이 협력해 좋은 가치를 생산하는 모습에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제가 빚을 지고 부침이 많았던 게 이 협회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과정이 없었으면 이걸 못 만들었을 거예요. 고통스러운 고민 자체가 고마운 자양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경북 의성군에 도농상생형 워케이션 첫발”

인공지능을 택한 계기라도 있나요?

“저는 2007년 12월 전역했어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본 영화가 2008년 봄에 개봉한 [아이언맨]이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언맨의 슈트에 눈길을 줬지만 저는 그 슈트를 만들어준 자비스라는 인공지능에 매료되더군요. 비록 영화지만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스토리를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건 상당한 과학적 지식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거죠. 그때 ‘AI 시대가 곧 오겠구나’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또 그즈음 애플사의 아이폰이 출시됐어요. 앱 생태계가 순식간에 확산하면서 빅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지요. 방대한 데이터 세계에서 개인에게 유용한 데이터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도 인공지능입니다. 영화와 스마트폰을 접하면서 AI 방면으로 진로를 결심했습니다. 마침 2012년 미국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귀국한 친구들을 만나 이쪽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AI가 대한민국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식량자원 확보에 취약한 나라잖아요. 기후위기도 이미 기정사실로 돼 있지요. 그럴수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 농산물 내수도 충당하고 수출도 가능합니다. 생산성 관점에서 지역 문제를 푸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 인공지능이지요. 지방이 가진 시스템과 밸류 체인을 인공지능을 통해 첨단화,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생산지와 시장을 매칭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농가의 생산성과 소득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경북 의성군과 ‘도농상생형 워케이션’이라는 새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인가요?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의성군 다인면이 부모님 고향이라 날로 위축되는 시골의 현실을 몸으로 접할 수 있었어요. 한국인공지능협회와 의성군청은 올해 들어 도농상생형 워케이션센터 설립을 통한 의성군의 지능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인공지능 기업들이 의성군에 마련된 워케이션센터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할 겁니다. 관광과 휴양을 즐기면서 의성군 주력 산업의 지능화와 일자리 창출을 돕는 일석이조의 구상이죠. 이를 통해 외지의 인공지능 기업에는 사업 매출과 워라밸을 제공하고, 의성군에는 관계인구 증가와 함께 청년들에게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창업교육을 선사하게 됩니다. 나아가 의성군 농업 밸류 체인 안에서 스마트팜 혁신을 일으키고, 군민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리라 예상해요. 한국인공지능협회가 보유한 전문 네트워크와 기술을 의성군의 정책과 인프라에 접목해 의성군 농업과 산업을 선도적으로 지능화하는 사업이 될 겁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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