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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 

“통일운동은 시민이 주도할 때 평화적”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2025년 광복 80년 앞두고 전국서 통일실천 캠페인 펼쳐
“한반도 진로 결정 시기, 젊은 세대 나서야 통일조국 가능”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한반도 통일은 현재 한국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의 돌파구이자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산 행사에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끄는 모습. / 사진:GPF
"아~주.” “아~주.” 지난 2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마치 콘서트장처럼 뜨거운 분위기였다. 진행자가 선창을 하자 3000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이에 호응했다. ‘아주’는 ‘내가 주인이 되어 통일운동을 실천하겠다’는 뜻. 이와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풍선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통일 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통일을실천하는 사람들’이 주관한 ‘광복 80주년맞이 1000만 통일실천 시민대행진(통일실천시민대행진)’ 부산·울산·경남 대회 모습이다. 이 캠페인은 4일 광주·호남, 11일 대전·충청, 18일 대구·경북에 이어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서울·경기·인천 대회까지 이어졌다.

이번 캠페인은 대한민국헌정회, 대한노인회,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반도통일지도자연합회 등 전국 조직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시민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식을 열고 “분단 4세대를 넘기면 분단 현실에 대한 세대 간의 관점이 달라져 남북통일이 어렵게 될 것이 우려된다. 우리 세대에서 통일을 이루겠다는 열망으로 다양한 시민주도 통일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이번 전국 캠페인으로 시민 1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2024년엔 세계 시민과 함께하는 100만 시민 결집, 2025년에는 통일운동 플랫폼 완성 및 1000만 시민을 결집한다는 목표다.

행사를 주관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홍익인간 정신에 기초해 새로운 통일된 국가를 실현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바로 ‘코리안 드림’”이라며 “우리는 한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80주년이 되는 2025년엔 코리안 드림이 전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해가 되도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문 의장을 만났다. 4년 만에 만난 그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목소리엔 한층 힘이 담겼다. 문 의장은 “세대가 지날수록 통일에 대한 염원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꿈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칭기즈칸의 말처럼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 통일의 꿈을 자녀가 공유하면 현실이 된다. 이것이 함께 꾸는 꿈의 힘”이라고 말했다.

지역·진영 다 품은 통일실천 캠페인 진행


▎문현진 GPF 의장은 인터뷰 내내 홍익인간의 이상에 기반을 둔 한반도 통일 비전 ‘코리안 드림’을 강조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코로나 팬데믹은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각종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북관계 경색 이후 통일관련 시민운동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통일실천시민대행진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2012년 출범한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은 100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민간 통일운동기구로, 가장 큰 규모의 통일운동연합체가 됐다. 미국은 물론이고 몽골, 인도, 우간다, 일본, 아일랜드 등에서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남북관계가 경직되면서 통일 목소리도 작아졌다.

“접근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와 정부 간의 대결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민 주도의 풀뿌리 통일운동이 중요하다. 그래야 통일운동이 변질되지 않고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인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공유할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길,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코리안 드림’이다.”

‘코리안 드림’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코리안 드림은 한국 역사와 문화에 근거를 두고 통일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건국 신화에 담긴 홍익인간 이념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3·1운동 정신에도 담겨 있다. 독립선언서를 보면 3·1운동은 독립운동이자 홍익인간 정신을 구현하는 이상적인 건국운동이었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 공화정의 정치 이상, 자유와 평등, 민족 자족권 호소 등의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독립선언서에 담긴 정신과 나의 코리안 드림은 통일한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통해 전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통일실천시민대행진’에 다양한 단체가 합류했는데…

“코리안 드림 비전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일운동에 있어서 이처럼 다양한 단체가 하나의 비전에 합의해서 조직을 움직이는 일이 있었던가? 한국에선 정부가 바뀔 때마다 통일운동의 흐름도 달라지는데, 지역이나 진영과 상관없이 동의할 수 있는 비전이 중요하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내 거대 단체의 대표가 코리안 드림의 주인이 되었다. 코리안드림의 내용을 단체의 회원들에게 전파한다는 것, 그것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목표이자 성과다.”

올해 행사에서는 ‘아주’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통일은 남북한 정부가 아닌 바로 내가 주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통일운동에 참여해서 통일을 직접 이뤄나가는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행사를 마칠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도전 과제를 드린다. 참석한 분들이 주변 10명에게 잠들어 있는 홍익인간 정신의 DNA를 일깨워서 모두 통일운동의 주인으로 만들어가자는 주문이다. 이런 통일운동은 지금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청년 참여가 평화통일의 원동력”


▎지난 2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광복 80주년맞이 1000만 통일실천 시민대행진’에서 문현진 의장 등 참석자들이 비둘기 풍선을 들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 사진:GPF
고(故)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3남인 문 의장은 2009년부터 한반도 통일운동가, 세계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비영리민간기구 GPF에서는 글로벌 비정부단체(NGO)장과 국제연합(UN) 산하기구 책임자를 비롯해 학계 및 정계, 종교계, 국내외 예술계 대표 100인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 등이 다양한 통일운동을 진행한다. 파라과이, 우간다, 몽골 등에서는 한국형 개발 모델을 이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동서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교류가 활발해 워싱턴 정가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통일운동에 소극적이다.

“사실 이번 행사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길 희망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들이 통일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한반도의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에 살고 있는 세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국의 현실이 더 암울해질 것이냐,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만들 것이냐는 이들 청년들의 손에 달렸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통일운동에 주인으로 참여해 이를 이루어낸다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통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여기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당위성·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해서 아닐까?

“통일에 대한 잘못된 교육 탓이 크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든 통일비용을 젊은 층이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전파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써야 할 돈은 수조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통일이 되면 이 돈을 아낄 수 있다. 북한 재건 비용이 크겠지만 오롯이 남한의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청년 문제를 통일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통일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덤으로 따라오는 열매다. 통일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까지 충분하게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자원이 결합하면 일자리, 주택, 세부담 등 현재 청년들이 겪는 모든 경제적인 문제가 통일한국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도 국가가 될 것이다.”

이들을 통일운동에 합류하게 할 방안이 있나?

“젊은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혜로운 부모나 선생 등 멘토가 있어서 지금 잘못 생각하는 것을 일깨우고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교수, 언론 등과 협력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자를 먼저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우리는 연구하고 후원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탓에 멈추었던 1020 세대 중심의 K팝 세계 순회공연인 ‘One K 글로벌 캠페인’도 곧 재개할 계획이다.”

“정치인들, 냉전체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문 의장이 표방하는 ‘코리안 드림’은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문 의장의 저서 [코리안 드림]을 필독서로 선정했다. “분단 70년 동안 만들어진 한반도의 안보, 경제, 사회적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통일을 제시한다. 수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을 형성해온 건국 원칙과 문화에 기초해 평화를 실현해나가는 획기적인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추천 사유다. 문 의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연설 중상당 부분이 이 책에서 인용됐다. 당시 연설문을 작성한 연설비서관이 ‘책에서 많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정서가 불안하다.

“국제안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군사력까지 동원해서 자국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는 전체주의국가들의 야욕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들 전체주의국가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해 침략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북한도 이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미 정부 간 ‘한반도 핵무기 구축’ 논란이 있었다.

“지금의 핵문제나 남북 갈등의 원인은 과거의 냉전체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의 문제다. 특히 보수 진영의 지도자들이 여전히 그 틀에 갇혀 변화된 한반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남한의 핵무장, 일본의 핵무장을 들고 나오면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남북한 국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남북한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체성을 다시 찾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 주도의 통일운동이 중요하다로 들린다.

“그렇다. 사실 남북의 정치지도자나 정부 간의 대화로 큰 진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시민 주도의 통일운동을 통해 통일을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통일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은 뒤에서 지지해주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올바른 비전을 갖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과 같은 강력한 비전을 갖춘 시민 주도의 풀뿌리 통일운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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