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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절제된 멋이 되레 돋보이는 차 볼보 XC90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스웨디시 럭셔리’
■ 볼보 철학 반영한 최첨단 세이프티 기술 탑재


▎볼보 XC90 외관 디자인은 심플한 ‘스웨디시 럭셔리’ 자체다. 전·후면부 모두 크롬 장식을 과하지 않게 배치하는 등 경쟁 브랜드가 추구하는 화려한 디자인과는 거리를 뒀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XC90은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양보가 없는 볼보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차다. 볼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사양인 B6 AWD 플러스 브라이트와 B6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T8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등 세 모델 모두에 안전 관련 옵션을 동일하게 기본 적용했다.

XC90의 여러 옵션 중 ‘전방 충돌 경보 및 긴급 제동 서포트’는 볼보가 자랑하는 최첨단 안전 기술이다. 전방에 보행자나 동물·차량·오토바이·자전거 등이 갑작스레 감지되면 시스템이 우선 경고한다. 만약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급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기술이다.

XC90은 탑승객을 보호하는 첨단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도 기본 탑재했다. 영국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대첨 리서치’에 따르면 2003년 1세대 XC90 출시 이후 현지에서 16년간 발생한 사고 중 운전자·탑승객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음성으로 다 되는 편리한 티맵 시스템


▎XC90 실내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나뭇결이 살아있는 천연 리니어 월넛 소재로 마감했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최근 이틀간 XC90 B6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9510만원)를 시승했다. 같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B6 AWD 플러스 브라이트 대비 가격이 1000만원 가량 더 비싼 이유가 있다. 선호도 높은 크리스털 기어 노브·나파 가죽 시트·앞좌석 마사지·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등을 갖춘 모델이기 때문이다. 시승 뒤 차량을 반납하면서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처음 들 정도였다.

시승 첫날과 이튿날 오전까지 서울 시내 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 위주로 125.7㎞를 운행했다. 처음 접한 차량임에도 내 차처럼 편안했다. 바로 익숙해졌다. 운전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시승 둘째 날엔 좀 더 멀리 떠나보기로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충남 아산시를 거쳐 서울 광진구까지 200.0㎞를 달렸다.

볼보에 따르면 시승 모델의 복합 연비는 9.3㎞/ℓ다. 도심에서는 휘발유 1ℓ로 8.2㎞를 달릴 수 있다. 아산으로 떠나기 전 확인한 평균 연비는 8.5㎞/ℓ, 주행 가능 거리는 540㎞였다. 주행 기록을 초기화하고 아산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 지·정체 탓에 속도 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가는 길엔 ‘연비 주행’을 마음먹었다.

XC90은 고속 중행 중에도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이 단연 돋보였다. 에어 서스펜션과 ‘4-C 샤시’를 적용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볼보 측 설명을 체감할 수 있었다. XC90은 스웨덴 할덱스의 최첨단 5세대 AW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륜구동 시스템도 기본 장착했다. 도로 컨디션에 따라 차량 동력을 재분배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핸들링·주행 안정성·연료 효율 향상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아쉬운 면도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 작동 시 가속과 제동 반응이 거친 부분은 ‘옥에 티’였다. 차선 변경 후 앞차와 거리가 여유롭다싶으면 급하게 속도를 높이는 편이어서 다소 불안했다. 요즘 트렌드와 달리 수납공간이 부족한 점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를 비롯해 조수석 앞 글로브박스도 비좁은 편이었다.

하지만 XC90은 장점이 훨씬 돋보이는 차였다. 무엇보다도 티맵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2년 간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2023년식 XC90에 기본 탑재했다. 음성으로 길 찾기는 물론 전화·문자 발송, 음악 검색, 차량 공조장치 제어 등이 가능하다.

XC90은 스피커도 ‘고퀄리티’다. 이제껏 타본 차 중 최고 수준이었다.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윌킨스와 협업해 완성한 프리미엄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 덕이다. 기존 중음역을 담당했던 노란색 케블라 콘을 대신해 기계적 공진 상태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는 새로운 컨티뉴엄 콘을 탑재해 전 좌석에 보다 풍부하고 세밀한 음질을 제공한다. 예테보리 네페르티티 재즈 클럽을 모티브로 한 ‘재즈클럽 모드’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탑재했다고 한다.

XC90은 연비도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충남 아산시 인주면까지 93.8㎞를 달린 뒤 확인한 구간 평균 연비는 13.5㎞/ℓ였다. 시승 모델 고속도로 공인 연비 11.3㎞/ℓ를 훨씬 상회했다.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을 피했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다. 주행 가능 거리는 780㎞로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오히려 증가해있었다. ‘지금처럼만 운전하면 앞으로 그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메시지 같았다. 운전 습관을 반영해 잔여 주행 거리가 탄력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독특했다.

고속 주행에도 세단 못지않은 안정감


▎XC90 후면부 디자인의 정점은 스웨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선형 LED 리어램프다. 산과 드넓은 들판 사이에 나있는 유선형 도로가 연상되는 후미등은 볼보만의 유니크한 상징 중 하나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연비는 신경쓰지 않고 평소처럼 운전해보기로 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 2000cc 엔진의 성능이 궁금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봤다. 폭발적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무리 없이 묵직하게 잘 치고나가는 느낌이었다. 시승 모델의 제로백(0~100㎞/h 도달 시간)은 6.7초다.

XC90은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히 ‘끝판왕’ 수준이었다. SUV 특유의 롤링도 전혀 없었다.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시속 180㎞로 제한했다는 점도 호기심 요소였다. 정말일까? 차간 거리가 넉넉한 구간에서 최고 속도를 테스트 해봤다. 시속 180㎞는 넘길 수 있었다. 다만 속도계에 184가 찍힌 이후 그 숫자가 더 커지진 않았다.

아산에서 서울 광진구 자양동까지 주행 거리는 106.2㎞, 계기판에 찍힌 구간 평균 연비는 11.4㎞/ℓ였다. 차량을 거칠게 다뤘는데도 시승 모델 고속도로 공인 연비를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연료 게이지가 절반을 살짝 넘긴 수준이었음에도 잔여 주행 거리는 520㎞나 됐다.

XC90 외관 디자인은 심플한 ‘스웨디시 럭셔리’ 자체다. 전·후면부 모두 크롬 장식을 과하지 않게 배치하는 등 경쟁 브랜드가 추구하는 화려한 디자인과는 거리를 뒀다. 절제된 멋이 돋보이는 차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풀-LED 헤드램프는 XC90의 강인한 전면부 인상을 완성한다. 볼보자동차 94년 역사상 최초로 적용한 세로 모양 그릴은 차량을 중후하면서도 웅장하게 만든다. XC90 후면부 디자인의 정점은 스웨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선형 LED 리어램프다. 산과 드넓은 들판 사이에 나있는 유선형 도로가 연상되는 후미등은 볼보만의 유니크한 상징 중 하나다.

XC90에는 볼보가 강조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 요소도 곳곳에 자리해 있다. 사이드 미러를 A필러가 아닌 도어에 장착해 운전자의 좌·우측방 시야 확보가 쉽다. 수직으로 디자인한 프런트 노즈는 사람과 충돌하는 최악 상황에서 보행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충격을 최소화한다.

XC90 실내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나뭇결이 살아있는 천연 리니어 월넛 소재로 마감했다. 시트는 1열과 2열 높이가 다른 극장식 배열로 설계했다. 차량 내 모든 탑승자가 탁 트인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2열 시트에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가 가운데 좌석에 자리해있다. 굳이 카시트가 필요 없겠다. 3열을 접으면 골프백 8개도 들어갈 만한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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