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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상서로운 꿈〉 개인전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자개와 나무, 재를 활용한 독특한 작품… 외국인조차 “한국적” 높이 평가

▎이번 전시에 첫선을 보이는 김덕용 작가의 신작 ‘우주(宇宙)’/ 이화익갤러리
김덕용 작가가 4월 5일부터 25일까지 종로구 송현동에 위치한 이화익갤러리에서 ‘상서로운 꿈’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작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순환이다. 김덕용 작가는 언젠가 흙이 돼 사라지는 인간의 유한성에도 불구하고, 영속되게 살아가고 순환해오는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 했다. 이러한 추상적 개념을 구현한 것이 이번 전시의 타이틀, ‘상서로운 꿈’이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한국성’의 아름다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결-심현’. 별의 순환을 표현한 듯 사람의 지문을 표현한 듯 오묘함이 담겨있다. 이화익갤러리
김덕용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한국성’을 들 수 있다. 김덕용 작가는 이전 전시작들부터 꾸준하게 자개, 나무 등 한국적 요소가 담긴 소재를 사용해왔다. 김덕용 작가는 “한국의 전통 재료에서 초석이나 밑바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료가 가지는 정신성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덕용 작가의 개성은 작품의 ‘연속성’이다. 이전 전시에서 차용한 방식이라고 다음 전시에서 배제하지는 않는다. 여타 작가들이 기획전시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선정하고 작품을 만들고 나면 다음 전시에는 새로운 주제를 꺼내든다면, 김덕용 작가는 모든 전시 작품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하나의 시리즈 연재처럼 이어진다. 김덕용 작가는 “내 마음속에 몇 개의 방이 있다”면서 “매 전시, 작품에서 ‘어떤 방의 비중을 높이 둘까’ 하는 고민을 한다”며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 주제 ‘순환성’, 동양철학과도 맞닿아


▎‘차경’에는 김덕용 작가 본인이 오랫동안 활용해온 자개가 돌아갈 탄생의 근원인 바다를 표현해냈다. 이화익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바다의 수평선을 표현한 ‘차경(자연에서 빌려온 경치)’과 별들의 궤적을 표현한 ‘결-심현’ 외에도 신작 ‘우주(宇宙)’와 ‘상서로운 산수’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순환이라는 주제다. 신작 ‘우주’는 폭 3m의 대형 작품으로, 재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기와집을 표현했으며, 꼭대기의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구도로 그려냈다. 이는 우리의 삶과 일상이 사그라들어 하늘의 별이 됐을 때 ‘귀화’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면서도 죽음의 본원을 담고 있다.

‘결-심현’에서는 별의 순환 같기도 하고 인간의 지문 같기도 한 소용돌이를 그렸다. 김덕용 작가는 “손가락의 지문도 어머니 뱃속 양수의 흐름 때문에 모양이 생긴다고 들었다”며 “이 또한 모든 생명의 시작인 바다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며 동양철학의 기본적인 밑바탕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차경’을 통해서는 바다라는 탄생의 근원을 담아냈다. 작품에는 작가 본인이 오래전부터 사용한 자개라는 표현 수단에 대한 감사가 담겨있다. 김덕용 작가는 “오랫동안 사용한 소재인 자개와 나무라는 재료는 제게 무한한 혜택을 줬다”면서 “보상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네들의 원래 고향인 바다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마음에 바다를 표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가 열리는 이화익갤러리는 20여년 전 가정집을 갤러리로 개조한 특별한 공간이다. 김덕용 작가는 작업 구상 시 이번 전시의 디스플레이(DP) 또한 “집안에서 어떠한 구석을 찾아가는 느낌”을 녹여냈다고 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면서 전시작들이 이어지는 구조다. 전시장 구성이 가진 의미에 대해 작가는 “동양화라는 제 전공 세계를 지켜내면서 저만의 작업 세계를 점차 넓혀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덕용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 회화과와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 후 계원예고에서 10년간 재직했다. 이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20여 년간 꾸준히 활동해왔다. 이화익갤러리에서는 2017년 〈오래된 풍경〉 전시 이후 6년 만에 김덕용 작가의 신작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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