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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가는 길 

10월에 열리는 ‘ADEX 2023(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K방산 도약의 디딤돌로 삼자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전 중앙일보 국방전문기자
2022년에만 방산 수출계약 22조원 체결, 세계 8위로 뛰어올라
인기 유지하려면 구조적 취약성 개선하고 방산 스파이 대처해야


▎K방산 수출이 경이적인 호조를 보이자 정부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 축하공연 비행 장면.
K방위산업의 진격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대한민국이 1970년대 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로 방산을 육성한 이후 최대의 개가를 올렸다. 박 대통령은 1971년 10월 ‘번개사업’을 추진하면서 “총구가 갈라져도 좋으니 우선 시제품부터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한국은 전차나 야포는 물론 소총과 박격포조차 생산할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번개사업팀은 한 달 만에 M1 소총, 기관총, 60㎜ 및 81㎜ 박격포, 3.5인치 로켓발사기 등 8종을 만들어냈다.

그랬던 한국이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170억 달러(약 22조2190억원)의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전 세계 방산 수출에서 9~10위권에 머물렀던 한국이 2022년에는 8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 이어서다.

K방산 인기, 동남아·중동으로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방산수출전략회의에 앞서 야외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뒤로 보이는 전투기는 KF-21. /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한국 방산의 최대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폴란드는 안보적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러시아가 혹시라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뒤 전선을 확대하면 다음 공격 대상은 폴란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비 확보가 다급해진 폴란드는 한국과 총계약 450억 달러(약 59조6925억원) 규모의 무기 도입을 추진했다. 폴란드는 보유 중인 옛 소련제 무기 대부분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양도하고, 폴란드군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무기로 무장하려고 한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도입할 무기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포 288문 등이다. 현대로템(K2 전차)과 한화디펜스(K9), 한국항공우주산업(FA-50) 등 한국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전체 약 450억 달러 가운데 120억 달러(약 15조6840억원)의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의 무기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UAE, 핀란드, 스웨덴, 루마니아, 호주 등 동남아와 중동, 유럽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9억2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FA-50 18대(최대 36대) 수출 계약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앞으로 폴란드와도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4가지 무기에 대한 300억~350억 달러(약 39조7950억~46조4275억원) 규모의 후속 계약 등을 통해 지난해 방산 수출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한국의 방산 수출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국제 안보환경 변화다. 지난해 2월 말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서구 유럽은 1990년대 초반 탈냉전 이후 대규모 전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군사력을 대폭 축소했다. 독일을 비롯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병력을 10만~20만 명 규모로 줄였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한 유럽 국가들은 다시 방위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과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은 2025년부터 제1도련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강압적인 확대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내세워 대처하고 있다. 중국은 2027년쯤 대만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 안보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에 따라 중국 주변에 있는 국가들은 조만간 닥쳐올 수도 있는 중국의 해양력 확장 공세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이란의 핵무장 조짐에 중동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북한 핵 위협도 2025년부터는 본격화할 우려가 크다.

2027년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5% 목표


▎한덕수 국무총리가 3월 1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찾아 복합대공화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국제적인 안보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유독 K방산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한국의 방산물자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한국은 준비가 돼 있었지만, 유럽 방산업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탈냉전 이후 침체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경쟁 사례는 폴란드가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 대신 한국의 K2 전차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말 현대로템 창원 시험장을 찾았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K2 흑표 전차를 타보고 깜짝 놀랐다. K2 전차가 시험장 주행도로의 울퉁불퉁한 노면을 충격 없이 지나가서였다. 폴란드가 구매하려고 했던 독일제 레오파르트-2A7 전차가 장애물이 있는 노면에서 차체가 크게 흔들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더구나 독일은 탈냉전 이후 방산업체 공급사슬이 취약해져 레오파르트 전차 생산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대로템이 K2를 즉각 생산해 납품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중요한 경쟁력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K2의 해외 판매가격은 110억원이고 레오파르트 전차는 200억원대다. K2가 레오파르트 전차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결국 폴란드는 한국 전차 K2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폴란드 육군 장성들은 K2의 도하 능력, 레드백이라 불리는 한국의 AS-21 장갑차의 내구성과 공격력도 좋게 평가했다. 다만 노르웨이는 합참의장과 국방물자청이 K2 구매를 권고했으나 정치적 판단으로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를 구매했다.

같은 차원에서 KAI가 생산하는 국산 경전투기 FA-50도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AI는 지난해 폴란드에서 FA-50의 48대 수출을 따낸 지 반 년도 지나기 전에 올해 말레이시아에 최대 36대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 히샴무딘 전 국방부 장관은 FA-50에 대해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호평했다. 앞으로 이집트에도 40~100대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3년 이내에 본격화될 미 공군의 신규훈련기(UJTS) 사업 등에 유력한 경쟁자로 나설 전망이다. T-50 훈련기로 성능이 검증된 FA-50은 F-35와 같은 신형 전투기의 조종사를 양성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FA-50 조종석 디스플레이의 구조와 기능은 미 공군의 최신 F-16 전투기와 흡사하다.

한국 방산 수출이 경이적인 호조를 보이자 정부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우리나라를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시켜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2027년 세계 방산 수출시장 점유율 5%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4일에는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에서 처음으로 방산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K방산 진격은 올 10월 17~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릴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KAIA)가 주관하는 ‘ADEX 2023’은 전례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6월 말이나 돼야 전시회 부스 신청을 마감하는데, 이번에는 신청이 넘쳐 1월 말에 조기 마감했다. 이번 ADEX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2년 뒤에 열리는 ‘ADEX 2025’가 파리 에어쇼와 판보르 에어쇼에 이어 세계 3대 에어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ADEX는 기존의 항공과 방산 분야 제품 및 기술 외에도 우주와 ‘날으는 자동차’라 불리는 에어 모빌리티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AI에 기반을 둔 무인체계 중심의 ‘국방혁신 4.0’에 맞춰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술을 선보여 다른 나라의 에어쇼 및 방산전시회와는 크게 차별화할 예정이다. 2032년과 2045년에 달과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우주개발계획을 한 걸음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심 및 도시 간 에어 모빌리티(UAM과 AAM)는 한국이 우주항공산업에서 선진국 대열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어서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거의 모든 전투기와 무기체계를 ‘ADEX 2023’ 행사장에서 공개해 북한의 도발에 경고하고 국민에게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K방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 없는 것도 현실이다. 우선 한국 방산업계가 지닌 구조적인 취약성이 있다. 방산업계의 영업이익률이 턱없이 낮고, 규모도 국제 수준에서는 왜소하다. 방위산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보아온 시각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들어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할 사안은 유럽 방산업계의 재활성화다. 유럽연합(EU)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2025년쯤 전선을 동유럽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해 방산업체 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EU는 유럽방위기금(EDF) 79억 유로(약 11조4497억원)를 조성했다. 가동률이 매우 낮았던 유럽 방산업계가 새로운 기술로 생산을 확대하면 K방산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방산업계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획득 체계 등 제도를 개선하고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필요


▎지난해 9월 21일 경상남도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에서 폴란드로 수출할 전차의 최종 테스트가 진행됐다. / 사진:최영재 기자
마지막으로 K방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기술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을 경쟁 관계로 인식하는 중국의 스파이 행위는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악성코드를 활용한 해킹은 기본이고, 하청업체 퇴사자를 통한 방산기술 유출, 외국 지사를 통한 유출 등 다양하다. 2018년 명지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방산 대기업 64.7%는 해킹 및 자료 유출 방지를 위해 정보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 비교적 양호하지만, 중소기업은 30.8%로 열악하다.

특히 ADEX가 열리는 시기에 서울에는 산업스파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우리 ‘형법 98조’는 간첩죄를 북한 외에는 적용할 수 없게 돼 있어 산업스파이 추적과 수사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상승세에 있는 K방산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방산 경쟁력 증대를 위한 정부와 방산업계의 획기적인 투자는 기본이다. 무기체계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획득체계 등 제도적 개선은 물론,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활성화도 중요하다. 특히 방산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전 중앙일보 국방전문기자 mskim@aerospa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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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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