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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대한민국 수출첨병 K방산 경쟁력(4) | 화력·탄약 

수출 효자 K9 자주포 2차 성능개량으로 더 세진다 

자주포 시장 베스트셀러 K9, 글로벌 점유율 70% 초과 기대
K9 인기 맞물려 155㎜ 포탄 등 탄약 수출 수요도 증가 추세


▎지난해 10월 1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에서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이 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글로벌 안보 불안이 커지고,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세계 주요국들의 군비 경쟁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주요국들은 당면한 안보 위협에 시급하게 대응하고자 신속하게 전력화할 수 있는 한국산 첨단 무기체계를 선호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방산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내 방산 수출은 지난 2021년에는 72억5000만 달러(약 9조5736억원), 2022년에는 170억 달러(약 22조2190억원) 수주라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방산 수출 규모가 연평균 30억 달러(약 3조9210억원) 수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이와 같은 방산수출 실적을 견인한 국내 주력 수출 무기체계는 K9 자주포, 각종 탄약 등 화력·탄약 분야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들 화력·탄약 분야의 수출 성사 여부가 국내 방산수출 규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력·탄약 분야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향후 수출 전망과 발전전략을 살펴보자.

화력 분야 무기체계는 소화기(개인화기·기관총), 대전차화기(대전차로켓·대전차유도무기·무반동총), 화포(다연장 로켓·야포·함포), 탄약(지상탄·함정탄·항공탄·특수탄약) 등 우리 군의 기본 병기 및 직접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 운용되는 품목들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 K9 자주포는 가장 대표적인 화력 분야 무기체계다. K9 자주포는 지난 1989년 체계 개발이 처음 착수되고 약 10년 만인 1999년 초도 양산이 이루어진 무기체계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해 개발했다.

누적 수출 수주 금액만 5조원


▎독일의 PzH 2000은 K9의 2.5배에 이르는 엄청난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 사진:위키피디아
K9 자주포는 초도 양산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 2001년, 터키에 약 10년에 걸쳐 총 280대 규모를 납품하는 수출계약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에도 폴란드(120대), 핀란드(53대), 인도(100대), 노르웨이(24대), 에스토니아(24대), 호주(30대), 이집트(213대) 등에 지속적인 수출이 이루어져 누적 수출 수주 금액이 5조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목이다. K9 자주포는 지난 2000년부터 약 20년 동안 글로벌 신규 자주포 시장의 52%를 차지(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해 글로벌 자주포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데, 작년 폴란드에도 대규모 수출계약(648대)이 성사됨으로써 이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는 영국의 AS90 자주포 교체 MFP(Mobile Fire Platform) 사업과 미 육군 차세대 사거리 연장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 사업에 도전해 방산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탄약 분야는 원래 대당 단가가 K9 자주포 등 주력 수출품목 대비 워낙 낮아서 상대적으로 잘 부각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방산수출 실적이 35억 달러(약 4조6270억원) 내외를 계속 달성했던 지난 2013~2015년 3년간 누적 수출액 중 탄약·총포 분야의 평균 수출금액 비중이 41.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출 성과를 창출해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K9 자주포 등 주장비의 수출 증가에 따라 155㎜ 포탄 등 탄약 분야 수출 수요도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탄약 분야의 대표적인 방산 업체인 풍산은 각각 K2 전차,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 물량과 관련해 지난 2022년 12월 28일에는 현대로템과 2934억원 규모, 2023년 1월 17일에는 한화에이로스페이스와 1647억원 규모의 탄약 공급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력과 탄약 분야는 국내 방산 수출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분야로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 군은 화력 및 탄약 분야의 국산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이들 분야의 국산화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2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력 분야 방산물자의 국산화율은 완제품 기준 77.8%, 구성품 기준 85.1%를 차지하고 있고, 탄약 분야는 완제품 기준 75.4%, 구성품 기준 94.3%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방과학기술 역량 측면에서도 비록 미국 등 방산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국내 화력·탄약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순위를 기준으로 화포체계 분야는 세계 4위권(세계 최고 수준 대비 87%), 탄약체계 분야는 세계 8위권(81%)으로 나타났다. 동 발표에서 집계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순위가 세계 9위권(세계 최고 수준 대비 79%)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력·탄약 분야의 기술 역량이 타 분야 대비 더욱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완제품 기준 국산화율 70% 이상


▎지난해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국내외 군 관계자들이 정밀유도 포탄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중에서도 K9 자주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2022)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K9 자주포는 경쟁품목인 독일산 PzH 2000 자주포 대비 가격경쟁력은 다소 우위이고, 기술경쟁력은 다소 열위로서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성능 측면에서도 PzH2000과 비교하면 우리 K9 자주포는 비록 발사속도, 지속발사 능력과 탄약적재량 등은 일부 열세이지만, 기동성과 방어력 등이 일부 우위다.

사실 방산 수출 경쟁력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업체(개발역량, 빠른 납기준수, 마케팅) 경쟁력과 부가서비스(기술이전 적극성, 수출산업협력 이행능력, 후속 군수지원 용이성 등) 경쟁력 등을 종합한 결과인데, K9 자주포는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2000대 이상의 물량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장비 신뢰성과 군수지원의 용이성 등은 충분히 검증됐고,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안보 환경상 우리 군이 운용하는 국내 개발 무기체계에 대한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 등을 운영해 수명주기 간 국내 생산기반시설·인력이 유지되고, 품질 수준·신뢰성 검증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수출 이후에도 지속적인 후속 군수지원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수출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상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 수출사례와 같이 K9 자주포 등 주력 무기체계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납품할 수 있는 배경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살펴보면 자주포 등 화력 분야 무기체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고, 지속해서 전투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량의 탄약을 비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신형 자주포 등 화력 분야 무기체계와 탄약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초에도 루마니아가 K9 자주포 구매 의사를 타진했고, 만약 수출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10번째 국가가 된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우방국들은 자국이 보유한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대량으로 공급해 심각한 탄약 부족사태에 직면하면서 미 국방부가 국내업체와 155㎜ 포탄 등 탄약 수출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부 탄약품목은 단기간 내 수출수요가 급증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서거나 어떤 식으로든지 종료돼 주요국들이 무기 체계를 시급하게 확보해야 할 당위성이 약화하면 세계 각국은 한국과 같은 제3국보다는 자국 내에서, 또는 NATO 가입국 내에서 화력과 탄약을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에 현재와 같은 수출 증가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호주에 현지 생산 공장·시험장 착공


▎올해 3월 3일 경기도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육군 17사단 장병이 자주포탄에 신관을 결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화력·탄약 분야에서 방산 수출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K9 자주포나 155㎜ 탄약 등 주력수출품목을 국내에서 생산된 완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방식보다 수출대상국 또는 NATO 회원국 현지에서 생산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 장갑차를 수출하면서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현지 생산(현지모델명은 각각 AS9 헌츠맨, AS10)하기 위한 생산 공장과 시험장 등을 착공했고, 지난해 대규모 수출계약이 체결된 폴란드도 전력화가 매우 시급한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는 자국 내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향후 수출대상국 현지에 구축된 생산거점을 통해 해당국 및 인접국으로의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지난해 말 방한한 폴란드 외교차관도 폴란드가 한국 무기체계의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제 국내 방산업체가 수출 대상국 내에 현지 생산법인을 단독 또는 현지 업체와의 합작사(Joint Venture)를 설립해야 하는 필요성이 증가하고, 한편으로는 해당국으로 이전한 우리의 국방과학기술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호·통제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이와 병행해 화력·탄약 분야 무기체계 자체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하는 노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K9 자주포 등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은 매우 높지만, 우리 국방과학기술 역량이 방산 선진국 대비 다소 열세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5년 뒤, 10년 뒤에도 현 경쟁력 수준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능 개량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발하게 접목해 해외 시장의 요구 성능을 충족하고 경쟁품목 대비 차별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K9 자주포의 2차 성능 개량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포탄과 장약 장전이 완전 자동화돼 분당 발사속도가 기존 6발에서 9발로 증가하고 운용 인원도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실제 영국의 자주포(MFP) 사업에서도 이러한 성능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K9 자주포 성능 개량 사업이 조속히 이루어질 경우 영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가로 최근 국내 개발된 155㎜ 사거리 연장탄이 K9 자주포에 적용되면 기존 40㎞의 사거리가 54㎞로 대폭 연장돼 탄 자체의 수출뿐만 아니라 K9 자주포의 수출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화력 분야와 함께 탄약 분야도 지속적인 핵심기술 개발과 신기술 접목으로 성능 수준을 높여간다면 화력·탄약 분야는 계속해서 국내 방산수출을 뒷받침하는 주력 분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 hgryu@kid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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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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