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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말하는 ‘제2 중동붐’ 큰그림 

“중동은 시작에 불과… 북미·유럽에도 바람 일으킬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4월 미국, 5월 일본, 6월 프랑스에서 ‘세일즈 외교’ 이어가
“내수 살리는 ‘동행축제’ 3회로 늘려, 3조원 매출 달성 목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4월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의 수출 영업사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영 장관님, 아주 잘하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장관들은 이제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이름이 ‘이영’이라는 점을 모두 알게 됐습니다. 이 자산을 가지고 대한민국 중소벤처와 스타트업의 사우디 진출을 추진하신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사우디아라비아 상무부(商務部) 장관인 마지드 빈 압둘라 알 카사비가 자국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비반(Biban) 2023’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이영(54) 중기부 장관에게 건넨 말이다. 이 장관에게 이번 중동 순방의 최대 성과를 묻자 “사우디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사람’이라는 큰 자산을 얻은 것”이라고 답했다. 상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사미 이브라힘 알 후세이니 사우디 중소기업청장, 칼리드 알 팔레 투자부 장관 등 사우디의 수많은 고위급 인사와 관계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이 장관 순방에 동행한 우리나라 10개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업무협약(MOU)을 맺는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이 장관의 ‘세일즈 외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 장관의 이번 순방으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4월 7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만난 이 장관은 “인적 자산을 총동원해 우리 중소벤처·스타트업이 제2의 중동붐의 주인공이 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우디 리야드에 구축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월 9일(현지시간) 중동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비반(BIBAN) 2023’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알 카사비 상무부 장관 등 사우디 주요 정부 인사들의 환대를 받으며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중기부
사우디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6명의 사우디 장관들과 만나 한·사우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Alliance)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투자부 장관과는 하루에만 세 번 연달아 만났고,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현지 진출 거점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리야드에 구축하되, 공간은 사우디 정부로부터 제공받아 연내 개소키로 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반 2023’ 경쟁 부문에서 우리 스타트업이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 세계 500여 개 기업과 경쟁해 이룬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위 기업을 포함해 이번에 15: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중동 순방에 함께한 벤처·스타트업 10개 기업 모두 현지에서 그 능력과 잠재력을 제대로 증명해냈다. 그렇기 때문에 10개 기업 모두 사우디 투자부와 현지 진출 관련 MOU를 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스타트업들의 맹활약으로 중동 순방 성과가 100건 이상 외신에 보도됐다.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혁신상 돌풍에 이은 또한 번의 쾌거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의 수출 영업사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뛰겠다.”

1월에 열린 ‘CES 2023’에서 우리 벤처·스타트업 111개 기업이 혁신상(Innovaion Awards)을 수상했다. 2020년 30개, 2021년 23개, 2022년 71개를 거쳐 2023년 111개로 역대 최다 수상 실적이다. CES 혁신상은 박람회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 수여한다.

취임 후 ‘세일즈 외교’ 행보가 인상적이다. 다음은 어디로 향하나?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함께한다. 지난해 뉴욕에 이어 한·미 중소벤처기업 분야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양국의 기업인뿐만 아니라, 법률·회계·경영 및 투자자와 함께 기업 성장 전략을 논의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5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류 콘서트인 ‘케이콘(KCON)’과 연계한 수출 상담회와 판촉전을 열려고 준비 중이다. 6월에는 사우디-UAE-프랑스로 이어지는 활동이 계획돼 있다.”

특히 이 장관의 프랑스 방문이 ‘제2의 중동붐’을 넘어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장관은 올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비바 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 2023’에 국내 벤처·스타트업 30여 개와 함께 참여한다. 앞서 중기부는 비바 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단 한 개 국가와 체결하는 최고등급 파트너십인 ‘올해의 국가(Country of the Year)’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가?

“창업·벤처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을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선 우리 벤처·스타트업과 글로벌 생태계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 국가, 투자기관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비바 테크놀로지 2023’에 참여하는 이유도 우리 기업의 글로벌 연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 9개 글로벌 기업(구글플레이, 엔비디아, MS, 다쏘시스템, 앤시스, 지멘스, AWS, 오라클, IBM)과 스타트업을 공동 육성해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9개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공동 육성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 종무식에서 축구동아리 유니폼을 전달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중기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전략은?

“지난번 윤 대통령과 동행한 미국 순방 중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미국 주요 벤처캐피털(VC)과 2억3000만 달러(약 3020억8200만원) 규모의 공동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또 사우디 벤처캐피털(SVC)과 공동펀드 조성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코리아’ 대책 발표를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K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국내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한 추가 정책을 마련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스타트업 코리아’를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지?

“크게 보면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벤처·스타트업 집중 지원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같은 디지털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업화, 연구개발(R&D), 해외진출 지원에 2조원가량을 투입하고자 한다. 또 신속한 스케일업(Scale-Up·규모 확대)을 위해 ‘초격차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하고 기술보증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시장에 적극 도전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이다. 현재 중기부는 7개 국가에 ‘K스타트업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8개 국가로 확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6조9000억원이던 글로벌 펀드를 올해 8조6000억원으로 늘려 해외투자 유치에 더욱 힘쓰겠다. 중기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중기부는 내수 시장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동행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 동행축제를 열어 1조4000억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 정부에서 기획한 행사 가운데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실적이다. 올해 첫 축제는 지난해보다 시기를 앞당겨 5월에 열린다. 올해 상반기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동행축제 준비는 잘되고 있나.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중소기업 주간(National Small Business Week)’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를 살려 동행축제를 모든 국민이 함께하는 지역경제 살리기 소비 캠페인으로 확장해나가고자 한다. 주요 행사를 지방에서 개최하고 또 지역행사와 연계해 전국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 5월에는 유통·제조·플랫폼 대기업 220여 개사, 소상공인 상점가·전통시장 1800여 곳이 참여할 예정이며, 개최 횟수도 3회(5월 봄빛, 9월 황금녘, 12월 눈꽃 동행축제)로 늘리려고 한다. 지난해 실적의 2배 이상인 3조원 매출 달성이 목표다.”

‘글로벌 혁신특구’ 업계 관심 집중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월 8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중기부
중기부의 규제자유특구가 윤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인 규제자유특구는 중기부 장관이 지정·고시한다. 2019년 7월부터 8차례에 걸쳐 14개 비수도권 총 34개의 특구를 지정했으며, 84개의 신기술 과제에 대해 174개의 규제특례를 허용해 실증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기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특구보다 규제 완화의 폭이 더 넓고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혁신특구 추진 로드맵에 대해 설명해달라.

“글로벌 혁신특구는 기존 규제자유특구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그간 규제자유특구가 이룬 성과가 많지만, 규제 완화의 폭과 깊이의 한계, 글로벌화 지원체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글로벌 혁신특구를 조성해 충분한 실증, 국제 인증, 표준 선점을 이뤄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혁신기업을 육성하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비수도권 지자체를 대상으로 혁신특구를 공모해 올해 3분기 이후에 시범 지정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지역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건 지역소멸을 막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지역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의 최 전선에 있는 지역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주력산업을 개편했다. 지역주력산업 48개가 하나로 묶여 있던 걸 기술 성숙도, 산업기반,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군을 고려해 주축산업 41개, 미래 신산업 19개로 구분하고 후속 조치로 4월 6일 ‘지역중소기업 혁신성장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주축산업의 경우 기업을 성장단계에 따라 ‘잠재-예비-선도기업’으로 구분해 단계별로 맞춤형 R&D·사업화를 지원한다. 미래 신산업의 경우 지역 내 산·학·연 공동 R&D를 지원하고, 초광역권 협력을 유도해 2027년까지 지역경제를 이끌 대표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내용이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원팀’으로 다양한 협업 방안을 추진하겠다.”

중기부의 ‘소프트웨어(SW) 제값받기’, ‘납품대금 연동제’ 정책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이 노력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는 것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벤처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자칫 도산할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에게는 제값받기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함께 분담하는 ‘납품대금 연동제’와 SW 업종에도 공정한 거래 문화를 조성하는 ‘SW 제값받기’를 시작했다. 공생·협업의 거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정위, 과기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계속해서 나아가겠다.”

앞서 디지털 전문가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 장관은 카이스트 대학원 암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0년 디지털 콘텐트 보안솔루션 기업 ㈜테르텐을 창업한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다. 또 중기부 역사상 최초의 벤처 창업가 출신 장관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5월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은 이 장관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지난날 몸담았던 업계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줄 모르고 달려오니 어느덧 1년이다 되어간다. 700만 중소·벤처·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하루하루 여유를 느낄 틈도 없이 움직였다.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한 수많은 정책과 그것들을 마련하고 집행하기까지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탈권위·직원 소통에 힘써

이 장관은 21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탈권위와 직원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보좌진과 함께 의원실 애칭을 ‘올리브영(all live young)’이라고 지은 일화는 여의도에서 유명하다. ‘모두가 젊게 산다’, ‘모두가 이영 의원을 위해 산다’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장관이 된 후에는 직원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우선 동호회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동호회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새로운 동호회를 만들면 활동비를 지급한다. 나도 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뛰고 있다(웃음). 3월에는 회의실을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민 ‘소통맛집 머니포차’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색적인 스튜디오면서, 평상시에는 직원들끼리 간식을 먹으며 음악을 듣고 쉬는 휴게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또 ‘장쫌만(장관님 쫌 만납시다)’이라고 직원과 업무 외적인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기념해 조만간 중기부 도서관에서 직원들과 유명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려고 한다. 격무에 시달리는 우리 직원들이 최대한 즐겁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법제화되는 과정이다. 보람찬 만큼 추진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업계의 염원에도 14년간 답보상태에 있었고, 법제화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국회·정부·업계를 대상으로 설득과 토론을 거듭해 결국 법제화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업계·관계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해 중소·벤처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흔들림 없이 돌파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올해 각오를 듣고 싶다.

“윤 대통령께서 신년에 신산업 육성의 길로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 코리아’를 제시했다. 수출·창업 분야는 중소기업의 주 무대인 만큼,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잘 이끌어나가겠다.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작고 많기만 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 혁신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도록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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