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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국내산 ‘승용마’ 육성의 요람 제주 난지축산연구소 

한라산 초원 질주하는 국산 승용마의 경쾌한 발걸음! 

최기웅 기자
2009년부터 제주마와 영국 경주마 장점 살려 한국인 체형 맞게 개량
현재 150여 마리 전국 승마장에 보급해 생활 승마 저변 확대에 기여


▎‘국내산 승용마’ 무리가 제주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방목지에서 질주하고 있다. 연구소는 100여 마리의 말들을 주기적으로 방목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대장마가 푸른 초원을 박차고 나가자 나머지 말들이 이에 질세라 줄지어 뒤를 쫓는다. 말발굽 소리가 봄기운 가득한 한라산 초지에 울려 퍼진다. 제주시 오등동 한라산 자락에 자리 잡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방목지 모습이다. 한라산 기슭 초원을 달리는 말들은 농촌진흥청이 생활 승마용으로 육성 중인 ‘국내산 승용마’다.

국내산 승용마 육성은 2009년에 시작됐다. 초보자는 물론 유소년도 쉽게 승마를 접할 수 있도록 국내 승마장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국내 승마장에는 은퇴한 경주용 말 등 외국산 말이 대부분이다. 체고(키)가 높은 데다 경주마의 특성인 앞으로 달려나가는 습성 때문에 초보자들은 타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체고가 낮고 경주마처럼 달려나가는 습성을 줄인 국내산 승용마의 보급은 승마 문화 확산에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산 승용마’는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제주마’가 부모다. ‘제주마’와 영국의 경주마 ‘서러브레드’를 바탕으로 연구·육성했다. 서러브레드의 체력을 물려받아 우람한 허벅지는 경주마와 같은 힘을 가졌다. 현재 육성 중인 국내산 승용마는 3세대다. 완전한 품종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6세대가 되어야 한다. 난지축산연구소는 품종 정립 전 체고의 개량과 털빛을 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기적으로 국내산 승용마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형을 분석한 뒤 체고와 털빛이 목표 수치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흑색 또는 흑백 얼룩이 털빛과 145~150㎝(36개월령 기준) 체고가 목표”라고 설명한 최재영(35) 연구사는 “3세대 국내산 승용마의 털빛은 흑색 유전자형을 90% 이상 고정했고, 앞으로 5~6세대에 이르면 목표 체고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목지에서 생활하는 100여 마리의 ‘국내산 승용마’는 주기적 방목을 통해 근육과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무리 생활을 통해 사회성도 기른다. 무리 지어 내달리거나 여유롭게 삼삼오오 모여 풀을 뜯는 방목지 옆 축사에서는 발굽 삭제 작업도 한창이다. 발굽 삭제는 길게 자란 말발굽을 자르는 작업이다. 사육사가 말의 시선을 끌고 장제사는 한 발씩 품에 안고 섬세한 손길로 길게 자란 발굽을 자른다. 말 한 마리 발굽 삭제에 30분 정도가 걸렸다.

국내산 승용마는 지금까지 150여 마리가 전국 승마장에 분양됐다. 최근 경매를 통해 3마리를 분양받은 전북 김제의 소프라승마클럽 박효정 대표는 “승마는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국내산 승용마를 꼭 데려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는 최종미(58) 씨는 “승마 경험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른 말에 비해 온순해 편안하게 탈 수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제주시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마구간에서 한 망아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산 승용마’는 현재 3세대로 6세대가 되면 하나의 품종으로 정립된다.



▎난지축산연구소는 말발굽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며 국내산 승용마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연구원이 국내산 승용마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하고 있다. 추출한 DNA는 파이로시퀀서(Pyro-sequencer)를 활용해 모색 유전자형을 분석한다.



▎전라북도 김제시 소프라승마클럽에서 한 회원이 국내산 승용마를 타고 있다.



▎말들이 방목지에서 봄 기운 가득한 풀을 뜯고 있다.



▎장제사가 말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 사진·글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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