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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근육질 이미지로 ‘남심’ 홀리는 포드 익스페디션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견인 편의성 ‘업’…트레일러 매달고 떠나는 ‘로망’ 실현 가능
■ 달리기 성능·안정감·정숙성·넓은 실내 공간 모두 만족스러워


▎익스페디션의 백미는 남자의 로망을 현실화하는 차량이라는 점이다.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은 차량과 트레일러의 정렬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360도 카메라를 통해 트레일러를 포함한 차량 후방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사진 포드코리아
개인적으로 ‘미국차’를 좋아한다. 우악스러울 정도의 근육질 덩치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 디자인을 지닌 차량이 많아서다. 남자 마음을 홀린다고나 할까? 튼튼한 점도 인정할만하다. 문짝 두께부터 확실히 다르다. 몇 년 전 운전석 측면을 들이받힌 뺑소니 사고 때 큰 부상 없이 잘 넘어가게 해준 차가 미국차다. 프런트 펜더(휀다)와 문짝만 교체한 뒤 멀쩡히 잘 타고 다닌다. 경유차여서 연비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겨울 캐딜락의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한 적이 있다. 꽤 만족스러운 ‘상남자’였다. 연비만 빼고. 포드의 대형 SUV인 익스페디션(1억1110만원)은 어떨까? 4월 19일 서울 성동구에서 충남 보령시를 거쳐 서울 광진구까지 총 343㎞ 구간을 뉴 포드 익스페디션(7인승)으로 달렸다.

연비 스트레스와 ‘민폐 주차’는 감내해야


▎익스페디션 실내 디자인은 우드와 가죽으로 마감 처리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세로형 초대형 터치 스크린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 포드코리아
익스페디션도 연비가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익스페디션은 2.8t에 육박하는 차량 무게에 걸맞게 연료 탱크 용량이 93.5ℓ나 된다. 휘발유가격이 ℓ당 1604원이라고 치면 약 15만원어치를 주유해야만 탱크를 채울 수 있다.

익스페디션의 복합 연비는 7.2㎞/ℓ다. 도심에서 휘발유 1ℓ로 달리 수 있는 거리가 최대 6.4㎞에 불과하다. 시동을 걸고 몇 자 메모하는 찰나에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뚝뚝 감소했다. 출발 바로 직전 확인한 주행 가능 거리는 529㎞였다.

익스페디션은 다이얼식 기어 하단에 위치한 컨트롤러를 통해 드라이브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컨트롤러를 돌려 노멀, 에코, 스포츠, 머드, 샌드, 스노우 모드 등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시승 차량의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려보자는 생각에 에코 모드를 선택하고 보령으로 향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경쾌한 엔진음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묵직한 덩치와 어우러져 근사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

보령으로 가는 내내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을 자제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최대한 활용했다. 비교적 안정적 패턴으로 가다서기를 반복했다. 끼어드는 차량도 알아서 잘 감지했고, 부드럽게 속도를 줄였다.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은 물론 승차감이 매우 우수했다.

보령시 오천면에 도착해 확인한 주행 거리는 165.5㎞, 구간 평균 연비는 9.3㎞/ℓ였다. 포드코리아가 제시한 고속도로 공인 연비 8.5㎞/ℓ를 웃도는 성적표였다. 하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68㎞였다.

익스페디션은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의 낮은 연비와 함께 거친 느낌의 서스펜션도 감점 요소였다. 도심 도로 대비 불규칙한 시골 과속 방지턱 구간 등에서 차량이 다소 심하게 튀어 올랐다. 노면 충격 등이 운전석에 거칠게 전달됐다.

각오는 했지만 엄청난 덩치 탓에 주차 스트레스도 꽤나 심한 편이었다. 익스페디션 전장은 5335㎜, 전고는 1945㎜에 달한다. 앞뒤로 주차하는 형태의 고속도로 휴게소 등 직렬 주차장에서 차량 전면부 또는 후면부가 튀어나오는 게 불가피했다.

압도적 크기의 차량 폭도 문제라면 문제다. 익스페디션의 전폭은 2075㎜로, 쉐보레 타호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15㎜ 길다. 주차 시 승·하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차선을 침범하는 민폐를 범할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문콕(문을 여는 옆 차량에 찍히는 사고) 테러 예방을 위해서라도 구석진 자리를 찾게 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익스페디션의 가속력과 안정성 등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서울로 향했다. 에코 모드 때보다 차량이 한결 날렵하게 반응했다. 엔진음도 더욱 경쾌하게 느껴졌다.

익스페디션은 3.5ℓ V6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405마력, 최대 토크 66.0kg·m의 파워가 돋보이는 차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즉시 묵직하면서도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속 주행 중 안정감이 탁월했고, 코너링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10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느낌이었다.

시승 구간을 평소보다 길게 잡은 탓이었을까?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속도 단속 지점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시승 차량의 ‘달리기 성능’은 충분히 즐겼다. ‘좋은 기능 놔두고 사서 고생할 필요가 뭐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브 모드를 다시 ‘에코’로 바꾸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 버튼을 눌렀다. 마침 경기 화성시 인근부터는 정체가 시작됐다. 돌아오는 길에도 알아서 가다서기를 반복했다.

보령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177.7㎞를 달린 뒤 확인한 구간 평균 연비는 8.1㎞/ℓ였다. 돌아오는 길 초반 ‘달리기 테스트’를 했던 게 연비를 다소 깎아먹은 요인인 듯했다. 남은 주행 거리는 303㎞로 표시됐다.

2·3열 눕히면 3인 가족 ‘차박’도 충분


▎익스페디션 트렁크는 골프백 1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편이다. 다만 3열을 접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2열까지 눕히면 ‘차박’도 가능할 정도의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성인 남성이 누워도 넉넉할 정도의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사진 포드코리아
익스페디션의 근육질 외관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전면 디자인은 초대형 크롬 장식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면은 심플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익스페디션 실내 디자인은 우드와 가죽으로 마감 처리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세로형 초대형 터치 스크린이 조화를 이룬다. 젊은 갬성을 추구하는 이에게도 어울릴법하다. 질리지 않을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넓은 실내 공간도 익스페디션의 장점이다. 곳곳에 큼직큼직한 수납공간도 자리해있다. 7인승인 시승차는 8인승 모델과 달리 2열 시트가 독립형이다. 시트를 뒤로 젖히면 한결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3열은 헤드룸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성인이 앉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익스페디션 트렁크는 골프백 1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편이다. 다만 3열을 접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2열까지 눕히면 ‘차박’도 가능할 정도의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성인 남성이 누워도 넉넉할 정도의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익스페디션은 돋보이는 편의 사양도 지녔다. 초대형 스크린이 대표적이다. 큰 화면을 통해 각종 정보를 살필 수 있는 것은 물론 음성만으로 휴대폰 등의 무선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세세한 터치 조작을 거치면 엔진오일 수명도 파악해준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사운드 시스템은 귀를 즐겁게 한다. 파노라마 비스타 루프(썬루프)는 넒은 개방감을 제공한다.

익스페디션의 백미는 남자의 로망을 현실화하는 차량이라는 점이다. 포드가 익스페디션에 탑재한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은 차량과 트레일러의 정렬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360도 카메라를 통해 트레일러를 포함한 차량 후방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익스페디션은 트레일러를 연결한 상태에서 후진할 경우 조향을 돕는 ‘백업 어시스트’도 갖췄다. 운전자가 컨트롤 노브를 조작해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후진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 기능이다. 캠핑 등 레저 활동에 최적화한 차량인 셈이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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