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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패트롤] LNG운반선 역대급 수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LNG화물창 독자모델 ‘KC-1’ 결함에 5년째 소송 중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가스공사-삼성중-SK해운 ‘네 탓’ 공방으로 수천억 소송전 허송세월
업계 “정부가 조정 나서야 로열티 유출 막고, 독자개발 기회 안 놓쳐”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 사진:삼성중공업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조선업계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건조 때 지불하는 로열티를 절감하기 위해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형 LNG화물창 ‘KC-1’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에 소송전이 5년째 지속되면서 “모처럼 맞은 한국 조선업의 호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04년 가스공사와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LNG화물창 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과제에 참여, 10여년 만에 KC-1 화물창을 공동 개발해 국내외 선급의 검증 및 인증을 받았다. 국내 조선사가 전 세계 LNG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했지만, 핵심기술인 화물창은 프랑스 GTT사 기술을 빌려다 써 선박 1척당 100억원이 넘는 국부가 유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설계에 착수해 2018년 초 2척의 선박 SK세레니티(Serenity), SK스피카(Spica)가 완성됐다. 그러나 첫 운송에서 ‘콜드 스팟(결빙현상)’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콜드 스팟은 화물창 내 초저온 상태의 LNG에서 발생한 냉기가 흘러나온 뒤 선체까지 도달해, 선체 온도가 정상 기준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후 3차례 수리를 진행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건조와 운영에 참여했던 3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서로 책임을 묻다가 소송에 돌입했다. 결함의 원인을 두고 설계를 맡은 가스공사와 수리와 건조를 맡은 삼성중공업은 서로 상대방 책임이라고 공방 중이다. SK해운은 안전성 문제로 선박 운항이 어려워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스공사와 삼성중공업은 운항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LNG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환경 규제 강화 등 상대적으로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 조선업에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갈등을 해결하고 기술 국산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형 LNG화물창 KC-1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조목조목 따져보았다.

“독자기술 개발” 파트너에서 소송 상대로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인 KC-1을 적용한 SK해운의 ‘SK스피카’호 모습. /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형 LNG화물창 KC-1 개발에 착수할 당시는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1척당 100억원 이상(1척당 선가의 5%)을 GTT사에 로열티로 지급해 왔는데, 국산 기술이 상용화되면 향후 매년 1조원대의 로열티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GTT는 1994년 가즈트란스포트와 테크니가즈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LNG 저장운송 시스템 기술에 대한 특허 및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LNG화물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데, 라이선스 기술료의 86% 정도가 한국 대형 조선사에서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업계에 통용되는 ‘퀄컴세(稅)’인 셈이다. 국내 조선 3사는 GTT에 매년 2000억~3000억원,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조원 이상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GTT사는 1분기에도 20%가 넘는 로열티 수익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매출 1169억원 중 국내 조선 3사가 900억원 정도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역설적이게도 GTT의 성장은 한국 조선업계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둥근 돔 형태의 화물창을 장착한 모스(Moss)형 LNG선에서 선체에 화물창을 매립하는 멤브레인(Membrane)형 화물창으로 전환을 시작한 것이 한국 조선업계다. LNG화물창은 영하 162도의 액체 상태인 탱크 내벽과 실온에 노출되는 외벽의 온도 차이를 극복하는 단열 시스템이 핵심 기술이다. 멤브레인형은 선박과 화물창이 일체된 구조인 만큼 외부 영향을 적게 받을 뿐만 아니라 모스형보다 더욱 많은 연료를 수송할 수 있다.

1994년 국적선 사업으로 LNG선 시장에 진출을 시작한 국내 조선업계는 지속적으로 LNG화물창 국산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추진해왔다. “자체 화물창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GTT의 과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로열티 부담을 넘어 기술 독립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때 산자부와 가스공사가 제안한 것이 한국형 LNG화물창 ‘KC-1’이었다.

KC-1은 가스공사의 육상용 LNG 저장탱크를 기반으로 선박용 화물창에 적용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총괄기관은 한국가스공사, 참여기관은 조선 3사로 각자 주관하는 업무를 구분해 공동개발에 나섰으며, 10년에 걸쳐 427억원이 투입됐다.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2037년까지 20년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로부터 연간 50만t의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하고, 운송업체 SK해운은 선박 건조업체로 삼성중공업을 선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사실 조선 3사는 각 사별로 독자 화물창을 개발 중이어서 KC-1 화물창 개발에 소극적 입장이었다. 게다가 가스공사 LNG탱크는 육상용으로 개발되어 선박 적용에 대한 신뢰가 낮았으며 LNG선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기간이 부족해 우려도 컸다. 하지만 LNG 도입 주체이자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국적선 발주 등을 약속하고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선박용은 환경에 따른 변성이 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됐으나 한국가스공사는 검증된 기술이라고 강행했다.”

가스공사 “부실 시공” vs 삼성중 “설계 결함”


▎멤브레인형 기술이 적용된 LNG화물창. / 사진:삼성중공업
2018년 초 2척의 선박 SK세레니티, SK스피카가 완성되어 SK해운에 인도됐지만 첫 운항에서부터 결함이 발견됐다. SK세레니티는 미국 사빈패스 터미널에서 가스공사의 통영 기지로 첫 LNG 운송을 하는 도중 화물창 외벽 일부분에 콜드 스팟(결빙현상)이 발생했다. 콜드 스팟은 선체 외벽온도가 재질의 허용최저온도를 하회하는 현상으로, 반복될 경우 선체 강도를 약화시켜 자칫 침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다. 2차 운항 이후 운항은 멈추었고, 콜드 스팟의 원인을 두고 건조·설계·운항중단·수리 등에 대한 관계사들의 입장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스공사는 “건조와 수리 때 유리섬유 채움 불량 같은 설치 하자가 원인”이라며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주장한다. 건조사의 단열재 시공상 문제로 인해 콜드 스팟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술 결함에 대해서는 가스공사(50.2%)와 조선 3사(49.8%)가 합작해 만든 KLT(KC LNG Tech)에 넘기는 분위기다. 가스공사 측은 “선박의 건조 및 운항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결함 여부 판단과 입거수리 등에 대한 조치는 선박의 건조계약 당사자인 운영선사 SK해운과 조선사 삼성중공업 간 상호 협의로 결정될 사안”이라며 “일부의 ‘설계 하자’ 주장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조와 수리를 맡아온 삼성중공업은 “화물창 설계시 존재한 빈 공간들이 유리섬유 등으로 채워지도록 설계했어야 하는데 가스공사가 이런 부분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강재 선정을 위해 설계사가 제공해야할 정보들이 잘못되었다”며 설계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콜드 스팟 수리방법 도출을 위해 전문기관인 미국 Exponent사에 원인 분석을 의뢰한 결과 ‘차가운 LNG 냉열이 선체로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한 KC-1 화물창 단열설계 시스템이 콜드 스팟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답을 얻었다며 “가스공사의 명백한 설계 하자”라고 주장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가스공사 명의로 KC-1 화물창 도면이 제공됐고, 삼성중공업은 설치 절차서에 따라 선주, 선급, KLT검사를 받아 시공했다”며 “가스공사의 설계상 하자가 주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멤브레인 납품지연 또한 가스공사의 설계도면 하자로 규격과 종류 변경이 잦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LNG화물창 기술을 쉽게 보고 대책 없이 대형선부터 제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GTT 등 경쟁사는 반세기 동안 기술을 축적했는데, 가스공사는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인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C-1 기술이 적용된 선박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제조물 책임보험 같은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선박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계속 전했지만, 육상에서 이미 검증했기 때문에 바로 선박용을 옮기면 된다는 식으로 반응했다”는 말도 나온다.

가스공사·삼성중 “운항 가능” vs SK해운 “위험 여전”


2라운드는 가스공사·삼성중공업 대 SK해운이다. 장시간 보수작업이 거듭된 끝에 최근 “해수온도 6℃ 이상에서 운항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판단이 내려졌지만 선주사인 SK해운이 제한된 온도 조건에서 운항을 거부하면서 KC-1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결함 발견 후 삼성중공업은 KLT와 함께 2018년과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두 배를 보수했다. 보랭재 블록 사이에 추가로 단열재를 채워 넣는 방식이었는데, 그럼에도 콜드 스팟이 여전해 3차 보수에서는 선체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화물창 하단에 스팀히터까지 설치했다. 이어 4차 보수작업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2개월 동안 SK세레니티호, SK스피카호를 이끌고 오호츠크해를 항해했다. 동행한 한국선급과 미국선급은 6℃ 이상에서 운항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결론을 내놨다. 온도가 낮은 극지방을 통과하는 LNG 항로는 러시아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어 중동·북미·유럽 노선에 충분히 투입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SK해운은 여전히 콜드 스팟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SK해운 측은 “극저온의 LNG를 싣고 내리는 걸 반복하다 보면 콜드 스팟 부위가 약해지면서 선체 균열이나 파공이 일어날 수 있다. 일단 선원들은 이에 대한 우려가 커서 승선을 꺼리고 있다. 선박 및 선원 안전을 위해 운항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월 동안 가스공사와 SK해운 간에 오간 공문을 보면 현재 상황이 확연히 파악된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공문을 보면 가스공사는 지난 2월 SK해운에 ‘SK세레니티호, SK스피카호 운항증 발급 추진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SK해운은 3월 9일 이에 대한 회신을 보냈다. 가스공사는 다시 3월 29일 이에 대한 반박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SK해운은 “가스공사의 귀책사유로 본 건 각 선박이 국제해사기구(IMO)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며 제한적 운항환경의 항로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본 건 수송계약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제4차 선적시험 결과 및 보고서를 통해서 본선이 수송계약서에 따른 적재화물의 인수, 수송, 양하 및 보존에 적합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본 건 각 선박이 특정 해수온도(6℃) 이상의 수역운항을 하는 것이 국제해사기구가 제정한 제반법규에 부합한다는 것을 선급의 공문으로 회신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SK해운이 “시험선적 결과에 의하면 변경항로 운항 과정에서도 콜드 스팟 등 하자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하자, 가스공사는 “해수온도 0℃ 부근인 오호츠크해에서 계측된 4차 시험선적에 대한 설계사 KLT사의 시험선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선급, 설계사, 건조사 및 공사는 일정 해수온도(6℃)에서 본 선박의 신뢰성은 충분하다고 모두 동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9년부터 복수의 소송전이 진행되는 동안 각 사의 손실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손실액은 2022년 말 기준 가스공사가 약 1000억원(대체선 투입, LNG 손실), 삼성중공업이 약 1000억원(수리비용), SK해운이 약 2000억원(선박 금융 원리금 상환, 기타 비용)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소송결과가 나와야 이해관계사들의 책임 범위와 손실 부담이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로펌만 돈 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수리비용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삼성중공업은 조속한 운항 정상화를 통해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SK해운은 “소송이 진행 중인 까닭에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사태 장기화로 사업 참여사의 손실이 확대되고 한국형 화물창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는 만큼 조속히 해결되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삼성중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국산화 당위성과 명분을 갖고 출발한 만큼 한국형 화물창 국산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본 사업을 주도하고 KC-1 화물창을 설계한 가스공사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소송전 속히 마무리돼야 KC-2 상용화에 도움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 사진:HD현대중공업
가스공사 역시 조기 수습엔 같은 의견이다. 그러나 그 조기 수습이라는 것이 결국 각사의 손해액 보상, 즉 돈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KC-1에서 발생한 문제에 있어 건조사의 책임, 해운사의 운항 회피로 인한 손해 등을 법정에서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SK해운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SK해운은 1982년 설립된 유공해운이 모태로, 2018년 9월 SK그룹이 매각하면서 현재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최대 주주다. SK해운 관계자는 “LNG선이 수주가 많고 분위기가 좋으니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우리도 같은 입장”이라며 “갈등 해결의 키는 가스공사에서 쥐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송 중이라 역시 말을 아끼던 그는 “곧 우리의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SK해운이 싼 가격에 계약한 선박 운송 계약을 파기하려고 콜드 스팟을 구실 삼아 운항을 거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 한국가스공사는 해운사와 운송 계약을 체결할 때 원가에 수익을 얹어주는 방식을 택했지만, 2014년부터 경쟁 입찰로 바꿨다.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충분히 올라왔다는 이유였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선사들 모두 아직 손해를 보면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SK해운 측은 “손해는 나지만 선박 운항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가스공사는 LNG화물창 2세대 기술 ‘KC-2’ 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을 적용한 LNG운반선 운항을 시작했다. KC-2가 적용된 국내 최초 LNG 벙커링 전용 선박 ‘블루웨일호’는 7500㎥급 LNG 벙커링 전용선으로, 국내에 입항하는 LNG 추진선과 조선사 신조 가스 선박에 LNG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소형 선박에서 한국형 LNG화물창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는 3사의 소송전이 속히 마무리돼야 KC-2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KC-1과 KC-2 모두 화주는 가스공사 한 곳인 상태가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KC-1에 대한 반목이 계속된다면 해외 화주와 선주들이 국산 화물창 기술을 요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적극 중재 나서 로열티 유출 막아야”

최근 GTT의 움직임도 수상하다. GTT가 지난해 중국의 장난·다롄·CMHI장쑤조선소에 화물창 라이선스를 발급하기로 하면서 ‘중국 키워주기’에 나선 것. 업계 관계자는 “GTT는 장쑤조선이 창사 이래 처음 수주한 LNG 운반선 4척에 대한 화물창 설계를 최근 시작하며 중국 조선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LNG화물창 기술 국산화는 일종의 새로운 파일럿 개념의 발명품인데,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GTT에 대항하려고 정부가 주도하고 조선3사와 해운사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그들이 40여년간 쌓아온 기술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서로 협의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답은 3사가 한 걸음씩 양보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다. 법정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손해액을 어떤 방식과 비율로 산정할지 다투는 것은 지속하더라도, 해당 선박을 그대로 놀려둘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LNG운반선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사의 수지 실적이 개선되고 이익률 역시 치솟고 있지만 그만큼 GTT에 주는 로열티도 크게 증가한다”며 “지금과 같은 반목이 지속된다면 KC-2 보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충고했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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