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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배한봉

▎서울로7017 산책로에 핀 수국이 빗물을 머금고 있다. / 사진:박종근 에디터
수국은 폭탄이 되고 싶었다.
섬광과 굉음 내며 살상하는 폭탄 말고
우윳빛 아름다움이 터지는 폭탄,
푸르스름한 신비가 터지는 폭탄,
그런 폭탄 가족이 조화롭게 모여 사는 세계가 되고 싶었다.
다소 어눌한 말투에 친구들과 피부색 차이 나도
웃음만큼은 햇살 같은 아이,
얼굴은 보라거나 빨강, 어느 때는 쪽빛이어서 눈부신데
몸은 초록이라 아픈 날 종종 있었다고 그 아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수국이 신비로운 것은
한 덩어리 여러 색 꽃 가족이
어깨 겯고 모여 살기 때문인 것을 알지 못하고,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새 둥지처럼 둥글게 품 부풀린 사람들이
차별 없이 어울려 살기 때문인 것을 알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 생각하다가
비 흠뻑 맞은 수국은
작심하고 폭탄 터트려 우주 하나 만들었다.
얼굴 하나하나 보석처럼, 폭발성 천체처럼.

※ 배한봉 - 경남 함안 출생의 시인, 문학 박사. 1998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육탁], [주남지의 새들], [우포늪 왁새], [악기점] 등이 있고, 학술서로 [한국 현대시의 생태학] 등이 있다. 풀꽃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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