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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을 가다] ‘지·산·학 일체형’ 울산대학교의 도전 

“교육만 잘해선 못 살아남아, 산업체 가려운 곳 긁어줄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3일 학술심포지엄 참여해 지역 경쟁력 높일 비전 제기해
“내년부터 전공 구분 없이 융합학부 단위로 신입생 모집”


▎조지운 울산대학교 교학부총장 겸 글로컬대학추진단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을 기점으로 울산대는 완전히 다른 대학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사진:울산대
지난 3일 대학 관계자 수십 명이 ‘글로컬대학 선정 사립대학의 비전과 과제’ 학술심포지엄을 듣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였다. 이날 심포지엄이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1차로 지정된 3개 사립대학(한림대학교·울산대학교·포항공과대학교)의 총장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의 비전과 과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울산대가 지난해 제시한 ‘지·산·학 일체형 대학’은 기존의 교육과정 체계를 혁신해 지역사회·산업과 상생하는 모델로, 특히 기반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 소멸 대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조지운 울산대학교 교학부총장 겸 글로컬대학추진단장과 ‘글로컬대학 추진 과정과 혁신 계획’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울산시 유일 종합사립대학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김두겸 울산시장,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기업체 관계자 등이 ‘울산대학교 글로컬대학 지역산업육성 펀드 1000억원 전달식’ 행사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울산대
‘지·산·학 일체형 대학’ 구상은 어떻게 시작됐나?

“울산대는 산업수도 울산시에 있는 유일한 종합사립대학으로서 변화에 대한 요구를 크게 받고 있다. 울산시 주력 산업은 고도화 작업이 불가피하며,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울산대가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모태가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학술심포지엄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

“‘지역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학 역할의 쇄신’이라는 타이틀로 참석자들에게 설명드렸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공공 자산이 돼야 한다는 비전이다. 지역 공동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학사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했다.”

어떻게 바꿨는지 궁금하다.

“지난 50여 년 동안 유지해온 10개 단과대학 51개 학부(과) 체계에서 융복합 기반의 6개 단과대학 16개 학부 단위로 개편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기계자동차공학전공 150명, 항공우주공학전공 100명, 이렇게 나눠서 학생을 모집했다면, 개편한 뒤에는 3~4개 학부가 합쳐진 융합학부에서 학생을 모집해 2학년 때 이 학생들이 자기 전공 트랙을 선택하도록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울산대는 내년부터 이처럼 전공 구분 없이 융합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울산대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대학으로 거듭난 것이다.”

학사구조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반발도 컸다. 이에 우리 대학이 처한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대학이 문을 열고 50여 년 동안 학생모집이 미달된 적이 없었는데, 2~3년 전부터 미달하는 학부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입학 성적도 떨어졌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세간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을 공유하자 대학 본부의 추진력에 탄력이 붙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후에는 다른 대학의 구성원들이 ‘글로컬대학이 돼서 정말 좋겠다’라고 부러워한다.”

구성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갔을 것 같은데.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우리가 선도 모델이 되자’, ‘다른 대학이 재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분위기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선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부의 모멘텀이 없었다면 지역 대학은 방향성을 잡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송호근 한림대 도헌학술원장은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한림대·포항공대·울산대가 묶인 ‘한·포·울’ 동맹을 언급했다.

“3개 대학은 1차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정된 사립대학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림대는 글로컬대학 사업의 모델이 된 대학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교육 환경 구축, 포항공대는 연구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다. 그리고 울산대는 산학협력에 특성화된 대학이다. 3개 대학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부분이 많이 있다. 좋은 점은 벤치마킹하면서 협력해 나가겠다.”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구상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산업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구상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유비캠(UbiCam), 둘째는 글로컬 외국인 교육 지원체계다.”

유비캠(UbiCam) 6개 구축 계획


▎울산대학교와 HD현대 조선 3사는 지난 6월 19일 외국인 근로자 교육 지원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울산대
유비캠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울산 전역을 캠퍼스화하는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 특화된 형태의 캠퍼스를 6개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캠퍼스는 도시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모토로 추진하는 유비캠 사업은 울산대가 도심 및 주력 산업단지 6곳에 멀티 캠퍼스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유비캠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학위·비학위 평생교육 과정 ▷기업 재직자 대상 기술 재교육 ▷공무원 직무 향상 교육 ▷청년 창업 교육 및 기업가정신 교육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글로컬 외국인 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지역에서 어떤 요구가 있었나?

“울산시를 포함한 전국의 지역 산업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울산시 기준으로는 약 85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생산력은 한국인 직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어 능력이다. 용접 등 기술은 한두 달 가르치면 되지만, 한국어는 숙달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재작업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생산성 저하와 납기 지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울산대는 ‘글로컬 외국인 교육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내 총 4곳에 글로컬 외국인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울산대는 최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과 외국인 근로자 교육 지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울산대의 한국어 교육 시스템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우리 대학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한국어 능력 레벨 테스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그 레벨에 따라 수준별 맞춤형 한국어 MOOC(온라인) 강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산업 맞춤형 한국어 및 기초기술 영어 용어집을 개발해 산업 현장에 발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울산대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단체 접수를 시행하고, 시험도 울산대에서 치를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고 있다.”

지역 산업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산업체에 연구비·인턴십 등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산업체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대학이 개선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글로컬 외국인 교육 지원체계가 계획대로 구축된다면 HD현대중공업 등 지역 산업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조선뿐만 아니라 자동차·화학 등 다른 산업 분야로도 퍼질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정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산·학이 실효성 있는 협력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산·학 일체는 공진화(Coevolution)


▎조지운 울산대학교 교학부총장 겸 글로컬대학추진단장이 지난 1일 울산대 다매체강당에서 재학생 약 100명을 대상으로 글로컬대학 학생 설명회를 열었다. / 사진:울산대
다른 대학에 있는 산학협력단과 지·산·학 일체형 대학은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의 산학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대학의 연구가 실제 산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역시 학생 모집, 학생의 경쟁력 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울산시와 산업체·대학이 똘똘 뭉쳐 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울산대만의 사업이 아닌 울산시 전체 사업이다.”

조지운 부총장은 울산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컬럼비아대에서 공학석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현대중공업 선임연구원, LG CNS 책임컨설턴트, 삼성SDS 수석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2004년 울산대에 부임해 산학협력부단장, 생산성연구소장, 교수학습개발원장, 학생지원처장, 교무처장, 아산리더십연구원장 등을 맡았다.

이외에도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글로벌 에너지 회사인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가 울산의 해상풍력 컨소시엄에 들어와 있는데, 울산대가 협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해상풍력의 유지·관리를 위해 작업자가 8주 동안 그곳에서 상주해야 하므로 원격 진료의 필요성이 굉장히 높다. 그리고 우울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건강검진을 지속해서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울산대학병원과 함께 원격 진료 시스템,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약 300억원을 들여 기업지원단지(Complex)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해상풍력 작업자 인정 교육을 우리 대학이 맡아서 할 것이다.”

지역민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로컬대학 사업을 기점으로 울산대는 완전히 다른 대학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교육만 잘하는 대학이 아닌, 지역사회 대학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울산대가 걸어가는 혁신의 길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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