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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열전(5)] 권정훈 B2K 브랜딩 컴퍼니 대표 

“남들만큼만 하려면 장사하지 마라, 지독해져야 돈 번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풀오토로 매장 운영하며 돈 버는 사장 없다… 장사판 쉬운 곳 아냐”
“상권, 마인드 다 중요하지만 핵심가치 개발이 장사의 최우선 요소”


▎권정훈 B2K 브랜딩 컴퍼니 대표는 7월 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권유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장사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년 사장들의 성공 신화가 인기다. 서점가 베스트셀러는 ‘장사로 월 1000만원 버는 법’을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다. 유튜브에서도 고급 외제차를 자랑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을 ‘풀오토(full auto·점장에게 운영을 일임하는 은어)’로 돌리며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영상이 조회수 수백만회를 기록 중이다. 그들이 매달 몇천만원씩 쌓이는 통장 액수를 자랑하는 모습은 덤이다. 경직된 회사문화에 마음을 다쳐 사표를 품은 직장 초년생들이 창업에 혹할 만도 하다.

“유튜브는 환상이다. 풀오토라는 개념도 현실에 없다고 봐야 한다.” 권정훈(41) B2K 브랜딩 컴퍼니 대표의 말은 서늘하다. 그에 따르면 장사는 오픈 비즈니스다. 경쟁자가 잘 되고 못 되는지는 눈에 보인다. “사내 파벌과 승진 싸움보다 더 피 말리는 경쟁이 장사판에선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 사표를 낼 거면 마음 독하게 먹으시라.”

20대 젊은 시절, 그는 전국의 농가를 방문해 농약이나 식물 영양제를 파는 영업맨이었다. 백수로 살다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을 앞두게 되자, 급하게 들어간 회사가 하필이면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한다. 매일같이 운전대 잡고 고속도로 타는 게 일이었고, 고정월급이어서 거래처를 늘려봐야 돈벌이가 안 됐다.

신혼다운 신혼도 못 즐겼을 것 같은데?

“아내에게 자주 불평했다. 이럴 거면 창업하는 게 낫다고. 어차피 회사 물건 파는 게 일인데 장사라고 다를까. 오히려 숫자로 보면 이득이다. 장사는 내가 하는 만큼 버니까.”

직장인 대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렇다. 사표란 건 마음속에 고이 묻어두고 위안처로 삼는 용도 아닌가. 그런데 아내가 어느 날 저를 불러다 놓고 설득했다. 주점을 차리면 초기 비용이 얼마가 들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얼마가 빠져나가니 월 매출은 이 정도면 된다, 적자를 보더라도 몇 달은 버틸 수 있다 등등의 얘기를 숫자로 설명하더라. 그래서 주변에서 상권을 알아보고 호프집을 열었다.”

아내의 권유로 호프집 열어

배우자가 사표 내라고 권유했다는 얘기는 살면서 처음 듣는다.

“(아내가) 제 성격과는 좀 다르다. 저는 내성적인 편이다. 어떤 기로에 서면 장고하기 일쑤다. 반면 아내는 수학적으로 실익을 판단한 뒤 결론을 내린다. 동네에 수학 학원을 차린 것도 우연은 아니다(웃음).”

그래서 시작한 장사는 좀 어땠나?

“저도 처음 몇 달은 좋았다. 별 노력도 안 했는데 손님들이 넘쳐났다. 뺄 거 다 빼고 월 1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그런데 딱 6개월 지나니까 손님이 확 줄었다. 아는 사람이 ‘오픈빨’이라고 하더라. 한 달 순이익이 50만원을 찍더니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고정비가 깨져서 인건비를 줄였다. 혼자 주방 일을 도맡다 골병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웍질(프라이팬을 흔들면서 재료를 볶는 행위)을 하도 해서 어깨가 고장 났다. 땜빵 직원을 구해다 놓고 병원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불안했을 것 같다.

“며칠 동안 게임만 했다. 외출도 가능해서 인근의 피씨방도 다니고 그냥 스트레스를 풀었다. 현실도피였다. 그러다 문득 책을 집어 들었다. 생각 없이 호프집을 시작해선지 책에서라도 코칭을 받아보자, 그 생각에서였다. 그때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을 읽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그간 망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더라.”

그래도 접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렇다. 오히려 몇 달을 버틴 게 용했다. 퇴원까지 시간도 남았겠다, 서점에서 장사나 마케팅이 키워드인 서적들을 쥐잡듯이 골라내 읽었다. 그러자 문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흔한 메뉴판 하나가 매출에 기여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거 만드는 데도 사진 크기, 글자 폰트, 간격 등 최적의 요소가 따로 있었다. 또 비싸다고 안 팔리는 게 아니라는 명제도 뒤늦게 이해했다. 내 가게에서 손님들이 어느 주류를 더 선호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모든 게 추상적이었던 셈이다. 퇴원하자마자 판매보다 운영에 집중했다. 한 달 마진이 곧 700만원대로 회복했다.”

그렇게 몇 년을 갔나?

“코어 손님들이 확보되면서 3년은 편안하게 보냈다. 롤러코스터랄 것도 없어서 처음 정신 차렸을 때 이후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일이 그렇다. 본 궤도에 접어들면 무리수를 지양하지 않나.”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얘기로 들린다.

“더 벌기 위해선 가게를 확장하면 됐지만 그건 또 싫었다. 그때부터 하루하루가 똑같았다. 새로울 것도 없고 손님 응대도 지겨웠다. 사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이다. 손님에 부대끼고 치이는 일상에 지쳤다고 할까. 그렇게 의욕은 사라지는데 상권 내 경쟁업체들과의 신경전에 피는 말라갔다.”

어디서 탈출구를 찾았나?

“유튜브였다. 가만 보니 손님이 없을 때면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더라. 그걸 깨닫자 위기감이 느껴졌다. 넥스트 레벨을 시도할 때가 됐는데 뭐가 좋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니 ‘수퍼카 끄는 족발집 20대 사장’, ‘월 2000만원 버는 30대 닭갈빗집 사장’, ‘5평 카페로 월 1000만원 버는 20대 미인 사장’ 등 환상을 파는 채널들이 있었다. 그와는 차별되게 장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채널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매너리즘의 탈출구는 유튜브


▎권정훈 B2K 브랜딩 컴퍼니 대표는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사 권프로’를 운영하고 있다. / 사진:B2K 브랜딩 컴퍼니
어떤 내용이 담겼나?

“전국의 사장님들이 느낄 법한 현실적인 고민을 콘텐트로 삼았다. 장사가 잘돼도 통장 액수는 제자리인 이유, 말 안 듣는 직원 대응법, 직원이 아무리 잘해도 인센티브를 줘선 안 되는 이유, 뭘 해도 폐업만 하는 사장들의 공통점, 2만원 쓰러 온 손님을 4만원을 쓰게 만드는 법 등등.”

겸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루에 4시간을 자면 다행이었다. 영상 편집도 할 줄 몰라서 기본 프로그램을 쓰다가 뒤늦게 ‘프리미어 프로’라는 프로그램을 독학했다. 촬영 장소도 가게 주방이었다가, 집 거실이었다가 정해진 게 없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유튜버가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물론이다. 성적표를 실시간으로 받는다. 조회수가 낮거나 악플이 달리면 자괴감에 빠진다. 아이디어 고갈은 필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장 내일은 뭘 제작해야 할지부터 고민한다.”

현재는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한 채널이 됐다.

“꾸준히 늘었다. 조회수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그간 경험으로 얻은 얘기를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점점 고갈되고 있었다. 그래서 기왕하는 유튜브, 제대로 콘텐트를 기획해봐야겠다 싶었다.”

어떤 기획을 했나?

“현장 탐방을 했다. 언론에선 르포라고 부를 것이다. 제가 사는 김천에는 계획도시, 혁신도시 등이 개발돼서 청사진을 홍보하는데, 현실은 말만 신도시지 썰렁한 상권이 많다. 이를 토대로 호기롭게 입점한 대형 프랜차이즈는 연이어 폐업하고 공실의 늪에 빠진 상권들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는데 그게 조회수 폭발을 이끌었다. 댓글을 보니 임대가 안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시작한 사장님의 현실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그때 체감했다.”

기존의 술집은 어떻게 했나?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직원에게 가게를 팔았다. 둘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유튜브에서 미래를 봤다. 유튜브 수익은 매달 2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등락을 거듭했는데, 그 정도면 어떻게든 먹고살 수준은 됐다. 하지만 저를 자극한 건 수익보다 강연사업이었다. 장사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여러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섭외해온 것이다. 그렇게 강연하다 보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했다.”

기회라면 사업이나 투자 제안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온갖 사람들이 꼬인다. 일부 사업 제안은 그럴싸해서 추진해봤지만 결과가 다 별로였다. 그래서 생각한 게 외식 브랜딩 사업이었다. 장사 경험과 강연 능력을 융합해보면 답은 이거 하나였다.”

외식 브랜딩 사업은 좀 생소한 분야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일구려는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상호부터 슬로건, 캐릭터, 마케팅은 물론이고 어떤 메뉴를 메인으로 삼을 건지, 어느 세대에 소구력을 가지는지,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무엇인지 등을 전략적으로 가르쳐주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저희를 통해 연탄김평선, 광선집, 한유정 등 25개 브랜드가 론칭됐다.”

“기왕 장사에 뛰어들 거면 지독해져야”


장사에 실패한 사람도 찾아갈 것 같은데?

“부산 기장군에서 생선구이를 하시는 사장님이 아예 다른 장사를 하고 싶다며 찾아온 적이 있다. 다른 브랜딩 회사를 통해 확실하게 전략을 세워 창업했는데 매출이 너무 안 나온다고 했다. 상권을 보니 드라마 촬영 장소로 제법 알려진 관광지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메뉴였다. 통상 생선구이는 한 번 먹는데 최소 30분, 길게 1시간은 걸리는 음식이다. 하지만 드라마 관광지 가서 느긋하게 생선구이를 사 먹는 손님이 어디 있겠나. 저희 관점에서는 일단 가볍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제격이었다. 거기에 기장군의 특산물을 곁들이면 홍보에도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장군의 특산물인 멸치, 즉 엔초비를 갈아 넣은 특제 소스를 곁들인 햄버거 장사를 제안했다. 고객이 저희 코칭을 따른 결과 눈에 띄게 매출이 늘었는데, 특히 특산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장군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장사에 대한 추세나 동향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사업 같다.

“물론이다. 제 경우는 매달 자영업자 40~50명을 상대로 강연 사업을 이어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또 장사와 관련된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며 자영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 경력이면 잘 되는 매장과 안 되는 매장을 단번에 구분할 수 있지 않나?

“눈대중으로 대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몇 마디 대화해보면 가늠할 수 있기는 하다. 사장이 기본적인 손익 계산조차 못 한다면 장사가 잘 될 수 없다. 쉽게 말해 어디서 어떤 장사를 하고 임대료는 얼마고 이달 예상 매출액, 식재료, 인건비 등을 확실하게 꿰고 있는 사장이 의외로 적다.”

창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꼽는다면?

“핵심 가치다.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장사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홀로서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이미 알려진 브랜드에 의존해 프랜차이즈 점주가 되는 길을 택한다. 좋게 말하면 남들만큼 하는 것이고 솔직한 평가로는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거다. 어차피 매장을 차리는 데 1억~2억원을 들일 거라면 충분히 숙고해 자신만의 장사를 하는 게 낫다. 손님의 마음을 낚아채는 ‘후킹(Hooking) 메뉴’를 구상하는 것으로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유튜브와 강연, 브랜딩 사업을 도맡으려면 매우 바쁠 것 같다.

“새벽 5시에 기상한다. 눈을 뜨자마자 독서하고 에세이가 됐든 독후감이 됐든 아무 글이나 쓴다. 그러면 뇌에 시동이 걸려 창의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그때 유튜브 콘텐트 스크립트를 작성한다. 이후에는 운동한 뒤 유튜브를 촬영하고 편집한다. 오후에는 강연과 브랜딩 회사 운영을 겸한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면?

“상위 0.1%가 될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마라. 아주 지독해야 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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