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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흐르는 아이 

 

전윤호

▎한강에서 뱃놀이! / 사진:박종근 에디터
강에서 태어났지
산꼭대기에도 흐르는 강
그 소리에 잠들고
그 소리에 깼지

바람과 물은 소리가 달라
바람은 뒤돌아보지 않지만
강은 배를 끌며 나가지

도시로 떠내려간 뒤에도
항상 물소리를 들었네
하류배들 밑에서 일할 때도
재바른 놈들에게 떠밀릴 때도

달도 없는 밤
반지하를 삼키는 비가 오면
강은 지하에도 흘러
자장가를 불러주었네

바다까지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바위로 주저앉기도 하고
벽에 갇혀 썩어가기도 하지만

아직 아이는 흐른다네
배를 끌며 시궁창을 지나
바다로 가고 있다네

※ 전윤호 - 1964년 강원 정선 출생.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현대문학에 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편운문학상 시부문(2020),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17),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2002)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걷는사람), [늦은 인사](백조),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북인), [세상의 모든 연애](파란), [봄날의 서재](북인), [순수의 시대](달아실) 등이 있다. 최근 첫 우화집 [애완용 고독](달아실)을 펴냈으며,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도 꾸준히 내는 등 동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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