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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취재] 이재명 신(新) 파워그룹 해부 

‘기본 시리즈’ 노동 조직, ‘사법리스크’ 율사 5인방 힘 세진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친명 성남 라인 건재… 李 멘토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더민주혁신회의가 좌지우지? 당 사정 모르고 하는 소리”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일명 ‘성남 라인 4인방(정진상·김현지· 김용·김남준)’은 대체불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재명의 신뢰가 두텁다. / 사진:연합뉴스
"권력은 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박근혜 정권 당시 ‘문고리 3인방’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 이 말은, 측근일수록 더욱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권력의 속성을 나타내는 이 말은 정치권에서는 하나의 명제(命題)로 받아들여진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는 당대표 선거보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당 전당대회 전부터 소위 ‘이재명 2기’ 진용이 어떻게 짜여질지가 여의도 호사가들의 관심사였다. 누가 이재명 2기의 핵심이 될까?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의 신(新) 파워그룹은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정성호, 중앙대 동문인 김영진 등 ‘원조 친명’이 중심을 잡고 실무, 법률 대응, 정책 발굴 등 역할별 그룹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형태가 예상된다.

“이재명의 성남 라인 4인방은 대체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2일 22대 총선 당선인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일 때부터 동지였던 ‘성남 라인 4인방’은 빼놓으면 서러운 이재명 핵심 조직이다. ‘복심’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필두로 김현지 보좌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남준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부실장 등을 일컫는다. 당 안팎에서는 이들 성남 라인에 대해 ‘대체불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 대표의 신뢰가 두텁다.

이들 외에도 눈여겨봐야 할 당내 실무자 조직으로 민주당 노동대외협력국 인사들이 언급된다. 민주당의 핵심 조직인 노동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한 보좌진은 “민주당 노동대외협력국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물론 시민단체와도 직접적으로 만나서 소통하는 자리”라며 “노동 조직은 이 대표의 기본 시리즈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이재명 2기’에서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 모두 당선된 ‘대장동 변호사 5인방’ 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 의원은 현 시점 이 대표와 가장 가까운 5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 대권가도의 가장 큰 암초인 사법리스크를 최일선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당내 최대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관계자는 “변호를 하다 보면 보안이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면서 사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이 대표의 생각과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 5명 중 한 명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상호 국회의장비서실 제도혁신비서관도 주목해야 할 법률가다. ‘금천구 마을변호사’라고 불리는 조 비서관은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변호인으로 활동하다가 22대 국회 들어 국회의장실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수도권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조 비서관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대표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민주혁신회의’는 가장 논쟁적인 파워그룹이다. 21대 국회에서 친명 원외 조직으로 출범한 더민주혁신회의는 22대 총선을 통해 40여 명의 현역 의원이 가입된 원내 모임으로 성장했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기치로 내걸어 강성 친명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주요 구성원으로는 강위원 상임대표와 김우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 윤종군 원내대변인 등이 꼽힌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정봉주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 덩어리인 ‘명팔이(이재명 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실세 놀이를 하고 있다”고 다소 거친 말을 내뱉었다. 당사자가 ‘명팔이’가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갖가지 설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더민주혁신회의를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더민주혁신회의는 즉각 정 후보를 향해 “‘명팔이’ 세력이 혁신회의가 맞는지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전당대회 후보가 더민주혁신회의를 저격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두관 후보 역시 “현재 우리 당 운명은 더민주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더민주혁신회의, 하나회 정도는 아냐”


▎지난 4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간담회가 열렸다. 오른쪽부터 박찬대·정성호 의원, 강위원 상임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추미애 의원.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명팔이 세력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했을 때 특정 그룹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더민주혁신회의에서 활동한 22대 총선 낙선자는 “이 대표가 이미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더민주혁신회의가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비판 수위가 ‘기득권 타파를 외치던 더민주혁신회의가 이제는 기득권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도였다면 이 정도로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하나회에 비유한 건 정말 잘못된 워딩”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혁신회의는 “아무리 지지율 제고를 위한 말씀이라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하면 안 되는 말이 있다”며 “하나회로 지칭한 것은 정권을 장악한 정치군인과 정치검찰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이냐”고 받아쳤다.

반면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이 대표 조언가 중 최고로 치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더민주혁신회의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는데, 이 원장의 의견은 특히 집중해서 듣는 느낌”이라며 “이 원장은 멘토로서 단순히 조언가 이상의 지위와 입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된 이 원장은 이 대표와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함께 했으며, 경기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의 대표적인 민생 어젠다인 ‘기본소득’ 시리즈를 설계하고 제안한 정신적·정책적 멘토로 꼽힌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3명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당내 입지도 상당하다.

원내 친명 연구단체 의원모임 ‘우후죽순’


▎지난 7월 1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기본사회포럼’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본사회포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모임이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회에서는 이 대표의 민생 어젠다를 연구하는 의원모임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기본사회포럼’은 이 대표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모임이다. 친명계 박주민 의원이 포럼 대표, 김영환·용혜인(기본소득당)·황명선 의원이 책임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 활동 세부계획을 살펴보면 연구 용역을 통해 ‘기본주거’, ‘기본금융’, ‘기본의료’ 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돼 있다. 이 대표의 ‘기본 시리즈’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포럼 출범식에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기본사회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더 여민 포럼’은 이 대표의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연구에 초점을 맞춘 모임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친명계 안규백 의원을 주축으로 김교흥·전현희·김병주 등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 포럼 창립식에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통령 부부의 범죄 감추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도 국민은(민주당에) 단호하게 싸워서 이겨주길 바라는 것과 동시에 민생을 위해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며 “참으로 어렵지만, 함께 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모임 규모로만 치면 ‘경제는 민주당’이 모임 중 단연 최고다. 170명의 민주당 의원 중 84명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를 맡은 ‘정책통’ 5선 김태년 의원은 출범식에서 “미국 경기침체 공포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데 윤석열 정부가 잘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부해서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는 민주당은 2022년 9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주도해 결성한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를 재출범한 것이다. 지방선거(2026년)와 대선(2027년)을 앞두고 특히 경제 정책 발굴의 중추 조직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친명 연구단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이 대표의 민생 어젠다를 중심으로 모임이 결성되다 보니 모임의 취지와 내용, 인적 구성 등이 서로 겹치는 사례도 많다. 일극 체제로 당내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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