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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전문가 5인이 본 美 대선과 한국 외교 과제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 핫 이슈… 해리스 되면 이란 시장 진출 준비해야”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베네수엘라·이란·러시아, 美 대선 향방 가를 ‘반미 3국’
尹 정부,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실리 외교 펼쳐야


▎미국 대선을 91일 앞둔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공화당·민주당 대진표가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대형 사태가 연달아 발생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8)가 총격을 당했는가 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신이 관두라고 해야 하차할 것”이라며 완주 의사를 내비치던 조 바이든(82) 대통령의 하차 선언에 관심사는 자연스레 카멀라 해리스(59) 현 부통령으로 쏠렸다. 지난 4년간 철저히 바이든의 그림자 역할을 수행해온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 급히 홀로서기에 나섰다. 러닝메이트 구하기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8월 6일(한국시간)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대선을 정확히 91일 앞두고 대진표가 완성된 것이다.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정·재계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8월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론이 거셌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지난 8월 8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 경합주 7곳(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0% 지지율을 기록해, 48%로 조사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폭 앞섰다. 또 미 정치 매체 더힐과 디시전데스크HQ가 최근 실시된 114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 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47.6%로, 47.3%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0.3% 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한반도에 몰고 올 변화의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선을 불과 80여일 앞둔 지난 8월 초, 월간중앙이 외교·안보 석학, 전문가를 찾은 이유다. 월간중앙이 만난 석학과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국경 바깥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가 남은 기간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돼도 이 세 국가의 연쇄적인 움직임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한 지붕 두 국가’ 베네수엘라는 화약고

먼저 베네수엘라다.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행정부 출범 이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이민을 택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777만(현지시간 6월 3일 기준) 명에 달한다는 점을 듣는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불법 이민 문제의 뇌관으로 여기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난민 행렬이 이어지자 지난해 9월에는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 망명을 신청한 약 47만2000명에게 임시보호신분(TPS)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한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해리스가 당선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5가지 문제’에 포함될 정도로 미국 현지에선 주요 의제다.

유엔차석대사, 페루·스페인 대사를 역임한 박희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석좌교수는 “이번 대선 최대 이슈는 불법 이민자와 경제 문제”라며 “특히 양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인 현재,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 문제가 당선자를 가를 수 있다”고 짚었다.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를 총괄하며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4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JD 벤스(40)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연일 이민자 추방 공약 등을 내세워 보수 성향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벤스 부통령 후보는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해리스가 이민자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며 “당선되면 100만 명 단위로 이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해리스는 부통령 취임 이후 베네수엘라 내부 혼란을 대화로 해결하려 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네수엘라의 혼돈은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마두로 현 대통령이 3연임에 성공하며 더 격화됐다. 여야 후보 모두 “대선 승리”를 주장하며 베네수엘라는 현재 ‘한 지붕 두 국가’가 될 위기에 놓였다. 베네수엘라의 ‘한 지붕 두 국가’ 체제의 역사는 지난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후안 과이도 당시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고, 마두로 행정부와는 대화를 단절했다. 대규모 경제 제재도 가했다. 이후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도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으나, 물밑에선 꾸준히 마두로 측과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 과이도는 지난 2022년 12월, 임시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가뜩이나 공화당이 ‘민주당은 국경을 무너뜨린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내건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한 사실이 폭로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과 타협하려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에게 사면을 조건으로 대통령직 포기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류 수출 관여 혐의로 기소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이를 선처해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대선을 86일 앞둔 시점에 보도된 것이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해리스를 향해 “독재자(마두로)에게 회유책을 제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공화 누가 되건 美 우선주의 유지”


▎박희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석좌교수는 불법 이민 문제의 뇌관인 베네수엘라가 향후 미국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불법 이민을 시도한 베네수엘라 모녀가 미국 국경수비대원의 저지를 받고 있다. / 사진:로이터
최 교수는 “민주당·공화당 양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인 현 상황에서 누가 당선될 거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과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고 전제하면서도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당선돼도 베네수엘라 사태,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선이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과 대화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도 한반도 정책은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이란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이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며 “미국의 대러 정책과 대북 정책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미세한 우위로 보이나 여전히 예측불허”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건 누가 당선되더라도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미 국민과 정책 결정 당국의 우선순위로 끌어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 악화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북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주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교수는 “북한의 몸값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아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 대북 정책을 재가동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도 “트럼프 성격상 북·미 관계가 대화 모드로 급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철저히 트럼프 정권 유지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때”라는 단서를 붙였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도 하노이 노딜의 경험이 있기에 여러가지 조건을 따지면서 대화 제안이 오더라도 신중히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김정은 대화 가능성에 대해 최 교수는 “지난 2018년과 오늘날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를 동일선에 놓고 보면 안 된다”며 “가장 큰 차이는 이 둘 사이에 생긴 친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8~2019년 청와대의 적극적인 조율 끝에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은 것과는 다를 것이란 설명이다.

냉랭한 남북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를 패싱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직접 소통이 우리 정부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 의원은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강경 일변도인 상황에서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북·미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패싱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북·일 간의 대화도 직·간접적으로 모색되는 상황이라면 결국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변국들과 모두 척지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용산 대통령실을 패싱한 북·미 대화도 나쁘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북·미 정상을 한자리에 앉히는 데 주력한 이유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함”이라며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트럼프와 회담 바랄 것”

최 교수는 “이번 김 총비서의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선을 그은 점을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23일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풍토는 어디 갈 데 없다”면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 보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겉으로 봤을 땐 김 총비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나, 이면에는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갈망이 녹아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보도) 앞부분은 김 총비서 입장에선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라며 “결국 방점은 뒷부분에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도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한·러 관계가 어렵게 된 이유는 미·러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동북아의 역학 구도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도 바이든 행정부의 격자형 안보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의원은 “현재의 북·러 동맹은 미국의 구도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북한과 러시아를 전쟁 물자 조달 관계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한·러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도 “윤석열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 불가원칙을 지난 2년간 잘 지켜온 점은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생즉사 사즉생 발언’은 결코 나와서는 안됐다”며 “불필요한 발언을 통해 한·러 갈등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박 의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한·미·일이 블록·동맹으로 뭉치면 북·중·러는 혈맹으로 뭉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줄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지원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미 동맹도 중요하지만 대러, 대중 외교에서 실리를 찾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 2021년 상반기 한-러 교역 규모는 119억 달러(약 16조2700억원)로,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9위 교역 대상국이었다.

“해리스 당선되면 이란 핵합의 복원 속도낼 것”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체결 주역인 모하마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 모습. / 사진:로이터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가 진정돼 해리스 부통령이 승기를 잡을 경우, 대북 정책은 지난 바이든 행정부와 비슷한 기조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박 의원은 “해리스의 대북 정책은 지난 2010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3.0’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략적 인내 1.0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라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 2.0”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천명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는 북·미 간 관계 개선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이 북한 대신 이란을 바라볼 것으로 입을 모았다. 박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지난 2018년 이란핵합의(JCPOA)를 전격 탈퇴한 트럼프와는 달리, 지난 2015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이란핵합의를 복원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도 “지난 2022년 미국과 이란은 이란핵합의 복원 문턱까지 갔다. 바이든 행정부는 복원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히잡 시위로 이란핵합의 복원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적 성향이라는 점에서, 당선되면 이란핵합의 복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 동결자금 약 8조원의 동결을 풀어줬다. 동시에 이란은 구금 중이던 미국인 5명을 석방했다.

9000만 거대 시장인 이란이 개방된 지난 2016년 1월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9000만 이란 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지난 2016년 이란 시장이 갑자기 열렸을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기업들에 비해 수혜를 못 봤다”며 “해리스 행정부가 들어설 것을 대비해 우리도 이란 진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란은 반미 국가일 뿐, 반서방 국가는 결코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대사관은 물론, 기업들도 상당수가 이란에 진출해 있다”고 귀띔했다. 이란은 이란핵합의가 2015년 7월에 타결된 지 6개월 되는 2016년 1월 전격 개방됐다. 지난 2017년 한국과의 수출입 규모가 120억 달러(약 16조3320억원)가 넘었던 중동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에서 값싼 원유를 대거 수입했다. 당시 이란 개방은 개혁파 대통령(하산 로하니)과 민주당 미국 대통령(버락 오바마)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차기 민주당 미국 대통령-개혁파 신임 이란 대통령이 지난 2016년과 같은 그림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일 블록 강조보다 전략적 모호성 필요”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을 보다 실리추구형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식(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최병옥 안보실 국방비서관이 8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논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을 보다 실리추구형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최 교수는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외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익”이라고 짚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기억해야 한다”며 “햇볕정책은 남북 정책이자 동시에 우리 외교의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우리의 대중, 대러 외교 공관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햇볕정책뿐”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도 “한·미·일 블록을 강조할 게 아니라 전략적 모호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위 의원도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동맹을 강화하는 데 몰입했다”며 “대중, 대러 맞춤형 외교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 [월간중앙 자문에 응한 외교·안보 전문가 5명(가나다순)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희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석좌교수,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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